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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두일 Apr 11. 2019

막는다고 막을 수 없는 일

只许州官放火,不许百姓点灯

1.

알다시피 중국은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넷플릭스, 카카오톡, 라인, 네이버(까페와 블로그), 다음 등이 막혀있다. 그 외에도 많은 글로벌 미디어, 포럼, 하다못해 애들 학교의 교육용 사이트까지 막혀있는 곳이 많다. 내가 페이스북을 할 수 있는 것은 매월 유료로 VPN을 결제하니 가능한 일이다.


그 유료 VPN들도 수시로 중국정부와 숨바꼭질을 한다. '막히고 뚫리고'의 반복인데 내 경우 저렴한 중국 회사 것을 쓰다가 어느순간 비싼 해외 서비스를 사용하는 이유가 중간에 사라지는 중국 VPN 업자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2.
일반인들에게 구글이 막혀 있다는 것은 유튜브를 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건 꽤 치명적이다. 또한 중국의 스마트폰 사용자의 80%가 넘는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은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 지금까지 생각했었다.


3.
그런데 잉용바오(텐센트 안드로이드 마켓)을 들여다보다가 우연히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손쉽게 다운로드 받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몇 건이나 다운로드 받았나 보았더니 2억명이 넘는다... 엥??


바이두에 검색을 해 보니 막혀 있는 중국폰에서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사용하는 방법은 무지하게 많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직접 구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난 바보였어. 그냥 포기하고 살았는데....ㅠ.ㅠ)


4.
궁금해서 유튜브를 뒤져보니 중국의 3대 위성방송(공중파)에 해당하는 그 유명한 '절강TV'의 공식계정이 있었다. 구독자가 무려 108만명이나 되었다. 혹시 개인이 '절강TV'를 사칭해서 돈 버는 것이 아닌가 싶어 자세히 보았는데 아무리봐도 진짜 공식계정으로 보인다. ㄷㄷ 

하긴 유튜브가 그렇게 말랑말랑한 애들이 아닐테니...


내친김에 찾아보니 CCTV도 공식계정이 있었다. 여긴 대략 47만명....


5.
만약 중국이 일당독재의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었다면 혹은 그냥 한 명의 독재자에 의해 모든 개방이 개인의 이권과 맞바꾸는 형태였다면 현재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의 초강대국 중국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반면 인터넷 IT 기반의 시장을 초창기부터 자유롭게 개방 했다면 현재 세계 IPO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는 중국발 유니콘 기업들의 등장도 역시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6.
철저한 국가의 보호속에서 막강한 시장을 배경으로 그 속에서 글로벌 기업의 사업모델(과 기술 등)을 카피한 다음에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이노베이션하는 방식이 중국 기업들의 성공스토리이다. 우리도 많이 당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대단히 부럽다. 남의 기술과 사업모델을 도둑질 해도 지켜줄 수 있는 힘 있는 국가와 오리지널 제품이나 서비스를 능가할 만큼의 성공이 보장되는 잠재력 큰 시장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반면 한국의 기업들은 철저하게 각자도생이다. 때문에 나는 글로벌시장에서 성공하는 한국의 스타트업들에 대한 평가가 좀 더 후해 졌으면 좋겠다.


7.
다만 국가는 해외의 서비스를 차단하는데 정작 중국의 CP들은 막혀 있는 해외 서비스를 이용해서 자신들의 콘텐츠를 해외 시장에 알리고 (부가적으로 돈도 벌고) 중국의 소비자들은 해외의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한다. 대단히 흥미로운 일들이다. 중국 정부 당국에서 막는다고 막을 수 없는 일들인 것이다.


중국정부가 각종 해외 서비스를 차단할 수록 이러한 노력은 더욱 더 임계치를 넘어갈테니 언제까지 이러한 차단이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8.
최근 궁중 암투물에 대한 드라마 방영을 금지한다는 중국 당국의 발표는 어찌보면 현재 중국 드라마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자국의 콘텐츠를 스스로 막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는 현재 정서적으로 가장 근접하고 인기있는 한류 콘텐츠에 대한 수요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한국의 저작권자 혹은 CP들이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는 여전히 숙제이다. 더 해 주고 싶은 말이 많지만 한국 방송사들 혹은 제작사들의 상황인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으니 여기까지만....


9.
웬지 중국 문화부에 이 내용을 신고하면 '절강TV' 유튜브 공식계정은 날아갈 것 같다. 그리고 담당자는 큰 징계를 받겠지....


궁금하긴 하지만 굳이 그 내용을 확인하고 싶지는 않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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