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춘기의 질문
엄마, 나는 왜 태어났어?
8살이 된 축복이가 물었다.
유난히 눈 맞추길 좋아하는 아이는
잠들기 전 팔베개를 해주면
여러가지 질문을 쏟아내곤 했다.
첫 째때와 달리
책을 읽어주지도 잘 놀아주지도 못한 둘째는
온전히 엄마를 독차지할 수 있는
잠드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하루동안 쌓였던 질문과 하소연을
토해내며 늘 눈물바람이다.
아이에게 배운다는 말처럼,
가끔 놀랄말로 가르침을 주던 축복이는
갑자기 삶의 의미와 존재의 가치를 물었다.
"왜, 갑자기 궁금해졌어?"
"엄마, 내가 살아보니까...
사는 건 너무 힘들어.
학교도 싫고 학원도 싫고 숙제도 싫어...
대체 나는 왜 태어나서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을까?"
아이의 철학적인 대답과
반복된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도저히 8살 아이의 생각이라고
믿을 수 없는 허무주의적인 질문에
니체를 통해 정답을 찾아갔던 엄마의 대답은
복잡하게만 들릴 뿐이었다.
어떻게 하면 8살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이해가능한 답변을 해야할지 뇌가 분주해진다.
하... 근데 결국 답을 찾지 못하고
다시 아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럼, 축복이는 다 싫고 힘들고
좋은 일은 없어?"
"좋은 일도 있지.
엄마랑 얘기하는 지금도 좋고,
담이랑 놀때도 좋아.
그리고 쌍쌍바도 좋아!!!"
아이스크림 생각에
얼굴가득 미소를 머금은
아이의 표정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꽃보다 귀하고 아름답다...'
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럼, 축복이는
좋은 기억이 많아,
싫은 기억이 많아?"
"어... 반반?"
"ㅎㅎㅎ 좋은 일도 싫은 일도
모두 경험해보라고 태어났나봐.
엄마는 아침식사 차리는 거
진짜 싫은데 매일 하고 있고,
책 읽고 글쓰는거 진짜 좋은데
그것도 매일 하고 있어."
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어? 엄마도 반반이네?"
"응!!! 엄마도 반반이지!
그리고 엄마는
축복이랑 잠들기 전에
이렇게 대화하는 것도
진짜 진짜 좋아~"
"나도 엄마랑 얘기하는거
진짜 진짜 좋은데~~~"
급 기분이 좋아진 아이는
쫑알쫑알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빛 위에 빛을 더한다고 더욱 밝아질까...?
어둠에 어둠을 덧칠한다고 더욱 어두워질까...?
아무런 변화도 없다.
밤의 어둠을 밀어내는
아침 햇살이 있기에
우리는 빛의 고마움에 감사할 줄 안다.
태어나서 살아낸다는 건,
반반치킨처럼
싫은 일과 좋은 일이 무한 반복하는
순간 순간을 지루하지 않게
즐기는 것이다.
아이에게 답해줄 말을 찾던 엄마의 질문이
아이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의
첫 발자국을 떼게 한 경험이었다.
삶의 많은 것들이 자신의
답을 찾는 과정이라는 것을
아이가 깊게 깨닫기를 기도했다.
싫은 일이 있어도 다시 좋은 일이
찾아온다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는
축복이로 자라기를 기도했다.
우린 잠시 어둠 속에 있지만,
곧 빛이 오는 것을 알기에
조급하지 불안하지도 않다.
그저 시간이 흘러가길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인생이라는 길고 긴 과정 중에
삶이 크게 흔들리며 넘칠지라도
너무 상심하지 않기를 기도했다.
자신의 깊은 심연과 마주하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자신만의 정답을 찾는 어른이길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