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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우 Jul 12. 2018

인도 응급실

행복한 부모님

부모님께서 6월 말에 인도에 가셨다. 파견근무 나간 동생네 집에 한달 일정으로 방문을 하신 거다. 오랜만에 만난 동생네 가족과의 상봉이 얼마나 반가웠을지 짐작이 된다. 100kg 넘는 짐을 싣고 가는 발걸음이 무겁기보다는 가벼웠을 것이다. 홍콩을 경유해 뱅갈로르로 가는 여행 일정의 걱정도 잠시 도착해서 전화하는 목소리가 밝아서 너무 감사했다.

 하루하루 선선한 날씨 덕에 좋은 구경하면서 쉼을 얻고 계신다는 전화를 받았었다. 휴가 여행을 계획했다며 자랑하는 것도 잊지 않으시는 부모님 덕에 샘도 났지만 좋았다.

 인도 주변에 널린 수영장에서 보내는 시간과 손주들과의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는 것을 사진으로 보내주셔서 볼 수 있었다. 마음 편히 지내시는 부모님 덕에 걱정없이 지내고 있었다.

 그러다, 며칠 전 제수씨의 갑작스런 카톡을 받았다.
 "아버님이 수영장에서 넘어지셨어요. 병원에 왔는데, 이상 없으시도록 기도 부탁드려요."
 당황한 나와 아내, 그리고 여동생이 걱정과 함께 각자 위치에서 간절히 기도했다.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왜 그렇게 길었던지 모르겠다.

 사고의 내용은 이렇다.
 수영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하던 아버지께서 걷다가 미끄러져 넘어졌고, 그 때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셨다.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어버려 황급히 응급실로 옮겼다는 이야기다.
 
 평소 조심하시기는 했는데, 워낙 미끄러운 수영장이라 미처 대비가 안되셨던 것이다. 놀라고 정신없던 형제들이 합심해서 기도했다.

 1시간 정도 지난 후 제수씨의 안심 카톡과 동생의 전화를 받았다.

 "CT 찍었는데, 목하고 머리 다 이상이 없으시다네요. 놀란 마음 평안하시도록 기도합니다.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놀랐던 마음을 진정하고 통화를 마친 후에 확실하게 안심하게 되었다. 아버지의 여유있으신 목소리를 듣고 모두 걱정을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아버지~~!! 놀라게 하시는 은사가 있으셔요. 우리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다행이라니 감사하네요. 앞으로 더 조심해 주세요."

 "미안하다. 괜히 걱정하게 해서 말야~~"

 통화를 잘 마무리하고 나서 시간이 지난 후 제수씨가 사진을 보내왔다.

 "지금은 웃으시는 여유가 생기셨어요."

 어머니의 웃음섞인 구박에 염치 없어 웃으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사진에 잘 담긴 것 같아 오래도록 남기고 싶어졌다.

 인도에 있는 병원 응급실에서 이렇게 사이좋게 웃으시는 부부가 또 있으랴. 정말 감사하다. 유머 감각 있으신 부모님이 이렇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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