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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만질 수 없는데 널 느낄 수 없는데

윤도 - Alone

by 레옹

행복했었다


내가 원했던 대학 캠퍼스도 좋았고, 그 좋았던 캠퍼스에서 운명적으로 만난 네가 있어 너무 좋았다

바라만 봐도 그냥 좋은 너!

웃는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운 너!

그런 네가 먼저 다가와줘서 너무 행복한 나!


"현아야~ 나 아무래도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봐! ㅎㅎㅎ"


"무슨 소리야 오빠?"


"무슨 소리긴. 널 만났잖아 내 인생 최고의 선물~ ^^"


"그렇게 좋아?"


"그럼 좋고 말고~ ㅎㅎㅎ"

"..."


"넌 안 좋아?"

"음~~ 나도 좋아 오빠~ 풉!"


눈이 큰 현아의 미소뒤로 빨강, 노랑 가을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그 해 여름 우린 그렇게 사랑에 빠졌다


서핑 동아리에서 만난 우리는 쌀쌀맞은 선배와 싱기방기 궁금증 투성이었던 눈이 큰 아이

신입생이지만 당돌한 그녀는 서핑 수강 중 세상 잼 없는 내게 먼저 용감하게 다가왔다

동아리 대표 쌀쌀 둥이인 나를 스르륵 녹여 버린 눈빛이 뜨겁던, 눈이 큰 아이!


"선배님~ 저 보드에서 일어서질 못 하겠어요 저 좀 가르쳐 주시면 안 돼요?"


"보드에서 일어서는 방법은 아까 장황하게 설명했는데?"


"저 한 시간째 일어서질 못하고 있어요 ㅠㅠ"


"너 하나만 못 일어서는 것도 아닌데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는 거 아냐?"


"지금 쉬는 시간이잖아요 저 개인 교습 좀 부탁드려요 네? 선배님~~ 아이스크림 쏠게요 ㅎㅎ"

"..."


"어서요~~ ^^"


그렇게 우린 해변에 나가면 모두가 부러워하는 한 쌍의 서핑 커플이 되었고, 그 해 여름은 수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시간은 해변에서 서핑을 했다


해변에 나가지 못하는 날에는

공원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탔다

자그마한 키에 보드 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이 마냥 귀엽던 눈이 큰 아이였다

한 번은 공원에서 보드를 타다가 묘기를 부린다며 이런저런 실력을 뽐내다가 넘어지는 걸 가까스로 달려가 붙잡아 다행히 다치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질 않았다

내 품에 안긴 눈이 큰 아이는 금세 얼굴이 빨개지며

어쩔 줄 몰라했다

날씨는 시원했지만 우리의 심장은 타오르는 활화산처럼 뜨거웠고, 첫 키스는 딸기맛처럼 달기만 했었다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던 시기였다


그 해 겨울 군입대를 하루 앞둔 날 저녁 우린 지난여름 행복했던 해변에서 만나기로 했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데 그녀는 약속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질 않았다

몇 번을 쓰다 찢고 다시 쓴 편지를 들고 그렇게 몇 시간을 기다린 듯하다

삐삐를 쳐도 연락이 없다

무슨 일일까?

음성메시지를 남겼지만 여전히 연락이 없다

찬 바람이 이는 해변에서 지난여름의 그녀를 그리며 하염없이 기다리다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이유도 모른 체 입대를 하게 되고 첫 휴가를 나온 날 허겁지겁 캠퍼스를 찾았다

여기저기 그녀의 소식을 수소문하며 숨을 헐떡였다 여름이 오려면 시간이 남았지만 내 몸에선 한여름 땡볕에 선 운동선수처럼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있었다


"현아... 오빠가 입대하기 전날밤 사고가 났어. 오빠 만나러 간다고 나갔는데 음주운전 차량에 그만..."

"뭐라고?"


그로부터 00년 후


오늘도 늦은 퇴근이다

올 겨울 첫눈은 118년 만의 폭설이 내렸다

콩나물시루 같은 전철에서 내려 버스로 환승했으나

요 며칠 위장장애가 심했었는데 눈길에 더디 움직이는

버스의 출렁임도 버거운 듯 명치끝이 아파왔다

몇 정거장 가지 못해 버스에서 하차했다

어제도 그제도 그렇게 퍼붓던 눈은 오늘 밤도 그칠 줄을 몰랐다


더부룩한 속을 달래려 심호흡을 했다

차가운 공기가 쪼그라든 폐 속을 휘저으니

몸 안이 세포들이 전기에 감전된 듯

온몸 이곳저곳에 신호를 보낸다

입가로 뿜어지는 하얀 입김에 박자를 맞춰 잠시 걷는다

그칠 줄 모르는 눈에 머리와 외투는 온통 하얗게 뒤덮이며

나란 존재를 묻어 버리려는 것 같다

택시라도 타야겠다


"택시~~"


끼이~ 이익~~~~~

하얀 눈 밭에 의도치 않은 커다란 점프를 한다

저기 보이는 건 익숙한 얼굴인데...

현. 아. 야...

내 몸은 한없이 가벼워짐을 느낀다

차가웠던 내 몸은 점점 뜨거워짐을 느낀다

눈발은 점점 심해져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린다...


위 글은 레옹의 창작입니다♡


#서핑#눈이큰아이#여름#겨울#군입대#혼자#Alone#윤도


https://youtu.be/m3Kou0NukPU?si=k-aB9HlOgwRP8FyU

윤도 - ALONE


어느샌가 찾아온 너라는 기억들에

기어이 나를 덮쳐 나는 또 무너지네


내 곁에 그대가 없는 게 이젠 당연해져 버린 나날들에

무얼 찾는 건지 너를 보는 건지 부르고 불러



돌아와 니가 있어야 할 그곳에

돌아와 니가 있을 자리 여긴데


All of me craving for you hoo

Can't see without you hoo

I'm crash and burn


찢겨진 마음속에 누군가 닿을 때면

덧이 날까 두려워 또 밀어내는 거야

더 이상

널 만질 수 없는데 널 느낄 수 없는데

널 안을 수 없는데 니가 내 곁에 없는데

미친 듯 매일 너를 그려 또 너를 안아 환상 속에서


돌아와 니가 있어야 할 그곳에

돌아와 니가 있을 자리 여긴데


All of me craving for you hoo

Can't see without you hoo

I'm crash and burn


난 눈을 감아 또 너를 그려 우리라는 기적에 찬란했었던 날

조그만 너의 품에 안겨 웃던 행복했었던 그날에 난 아직

돌아와 니가 있어야 할 자리는 여기인데


널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던

똑같은 시간에 살고 있었던


All of me craving for you hoo

Can't see without you hoo

I'm crash and burn

I'm left all alone


♧ 윤도의 6번째 디지털 앨범에 수록된 윤도의 첫 자작곡으로 2024년 3월 3일 발매되었습니다

아랫글은 본인의 소개글입니다


이별이 아름답게 비추어지는 것에 대한 거부감,

그게 이번 곡의 시작이었습니다.


역설적이지만 이 곡의 가사에는 찬란,

행복이라는 단어가 들어갑니다


이별의 아름다움을 스스로 부정한

제가 이 단어들을 가사에 넣은 이유,



그 이유를 찾아보는 것도

이 곡을 즐기시는데 하나의 즐길 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든 순간에 사랑이 있었기에

모든 순간이 이별이 되고
무너짐이 되는,

그리고 그 순간을 영원히 추억하고 멈춰있는

저, 또는 여러분들에게 이 노래를 선물합니다
저의 아픔의 단어들로 말미암아

당신의 아픔이 덜어질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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