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디아 - 어른
아는 지인 중에 독립 PD분이 한 분 계십니다
그분은 분쟁지역 전문 PD이신데요
외국에 촬영을 가지 않는 때에는 기업, 관공서, 군부대, 학생들, 특히 지방학교 위주로 강의를 다니십니다
취재현장이 주로 사람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위혐지역이다 보니 아이들만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시는 성향이 강하신 것 같습니다
작년 여름 장마 때입니다
새벽에 카톡이 울렸습니다
새벽 세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침 그 시간에 제가 깨어 있었어요 ㅎㅎ
평소라면 잠에 취해 카톡 소리도 듣지 못했을 겁니다
근데 그날은 제가 음악방송을 하던 날이라 늦은 시간까지 깨어 있었지요
전북 무주에 강의를 가셔야 하는데 전 날 아팠던 허리통증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질 않고 PD님 강의를 기다릴 아이들 생각에 미쳐 강의를 취소는 하지 못하신 모양이었어요
마침 장마 기간이라 외부 건축일을 하는 저로서는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날들이었거든요
우리 PD님은 분명 온 우주가 기운을 주는 그런 분이 틀림없어요 ㅎㅎ
바로 답장을 보냈습니다 (오히려 PD님이 깜짝 놀라시더군요ㅋㅋ)
사정 이야기를 다 듣고 전 망설임 없이 도와드리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저도 살면서 좋은 일 할 기회는 있어야지요 ㅎㅎ
아침 일찍 PD님이 살고 계시는 아파트에 차를 주차하고 PD님을 기다렸습니다
약속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갑자기 전화가 안 되더군요
'아~ 무슨 일이 있으신 걸까? 혹시 병원에 가신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몇 호인지 모르니 집으로도 갈 수 없는 상황이라 대략 난감했었는데요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전화가 왔습니다
허리가 너무 아파서 침대에서 신발을 신기까지 한 시간 걸리셨다고 ㅠㅠ
"에구~ 그 정도로 심하게 아프시면 강의가 아니라 병원을 가셔야죠"
말씀을 드렸음에도 PD님은 강의를 가셔야 한답니다
어찌어찌 차에 오르고 복잡해진 출근차량에 썩여 서울 시내를 빠져나갔습니다
서울을 벗어나자 빗줄기는 더욱더 굵어졌고요
PD님 허리는 점점 더 심하게 아파오니 최고 속도로 달릴 수도 없었어요(빗줄기도 거셌고요)
중간에 한 번 더 병원에 가실 것을 종용했지만 PD님의 의지는 확고했어요
약속시간보다 30분쯤 늦게 무주고등학교에 도착했습니다
고2.3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였는데요 대략 300명쯤 되었는데요
강의는 3시간 동안 이어졌어요
허리가 통증이 심해서 의자에 앉아 강의를 하셨는데요
3시간도 넉넉한 시간은 아니었겠지요
20여 년을 분쟁, 테러, 전쟁터를 누비셨으니 아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적지 않으셨던 거죠
저도 강의를 함께 경청했는데요
그 많은 학생들이 화장실 가는 학생 한 명 없이 끝까지 경청을 하더군요
'아~ 이래서 몸이 아픈와중에도 강의를 포기하지 않으셨구나'
서울로 올라오는 차 안에서 제가 PD님께 오늘의 강의 소감을 전했는데요
"PD님 오늘 강의에서 '좋은 어른이 될게요'라는 말은 진한 감동이었어요"
"아이들이 우리 미래잖아요 ㅎㅎ"
그 주에 제가 며칠 함께 일정을 도와드렸는데요
저도 좋은 어른이 될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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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5a-tqIQc8RM?si=ChJrEkJGr4eHWhU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