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가 노래하는 곳
보름달이 뜬 다음 날 아침,
가을의 달은 카야의 생일을 위해 빛난다던
엄마의 말을 떠올리고,
언니 오빠를 부르는 대신
갈매기의 울음소리로 새들을 부르는 어린 카야.
“나~ 오늘 생일이야.”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카야를 말없이 안아 주었다.
어린 카야는 울지 않았지만
나는 한참 동안 눈물을 훔쳤다.
나는 책 속 아이가 아니라
그 아이를 바라보는 나 자신을 본다.
그 말은 축하를 기다리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케이크 따위는 기대하지도 않았다.
생일날 엄마가 돌아오기를 바랐을 뿐이다.
잊혀 가는 자신을
끝내 놓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여섯 살 어린 소녀의 가슴에는
검고 고운 진흙 덩어리 같은
묵직한 슬픔이 얹혀 있었다.
그 진흙 덩어리를 내 가슴으로 가져온다.
나는 노랫말에 이렇게 썼다.
“버려진 게 아니라
남겨진 빛이니까.”
이 문장을 쓰면서
나는 이 연약한 소녀를 위로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문장은
내 안의 아이를 향한 위로였는지도 모른다.
남겨진다는 것은
외로운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라,
자신을 스스로 기억해야 하는 자리에 서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카야는 갈매기에게 생일을 말했다.
셀 수 없이 많은 갈매기들이 그날의 증인이 되었다.
나는 그 장면을 오래 바라본다.
나는 그 장면을 내 가슴에 새긴다.
스스로를 기억하는 힘.
어쩌면 이것이
습지가 소녀에게 가르쳐 준
가장 조용하고도 단단한 리듬이 아니었을까.
지금,
나는 나 자신의 생일을
갈매기에게 말할 수 있는가.
#빛의시학 #스스로를기억하는힘 #가재가노래하는곳 #카야 #남겨진빛 #내안의아이 #사유의시간 #레옹의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