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눈이 객관적인지 두 번, 아니 열 번 생각해 보세요.
별거 아니지만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글을 읽으며 공감과 소통을 해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글의 힘이 얼마나 큰지 깨달았습니다. 제 상황은 종료가 되었지만 글들에 남겨진 댓글과 또 온라인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저와 얼추 비슷한 상황을 겪었거나 현재진행형인 것 같아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떠올리다 이 글을 써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브런치에는 작가만이 볼 수 있는 통계라는 탭이 있는데 거기엔 내 글을 보러 들어온 유입경로라던가 다양한 정보들이 보이는데 며칠 전 내 브런치 유입경로의 "검색어"에서 어떤 분이 아들 여자친구 떼어내는 방법으로 들어왔던 걸 보게 되니 이상하게 걷잡을 수 없이 화가 났었다. 또 내가 즐겨보는 어떤 유투버가 최근에 올린 최악의 시어머니라는 주제로 올린 영상에 내가 댓글을 남겼는데 그 밑에 어떤 분이 남긴 댓글에 또 놀랐다. 그 내용은, "남자 쪽 부모가 싫다고 하면 그냥 헤어지세요.. 남자 친구가 지켜주길 바라지 말고요.. 저도 아들 여자 친구가 싫은데 헤어지지 않고 계속 붙어있는 거 이해가 안 됩니다. 심한 말 하고 싶지도 않은데 안헤어지니 심한 말까지 하는 겁니다."라는 댓글이 남겨져 있어 아, 아직도 한국부모들에게 있어 자식의 결혼은 마치 자신들의 일과 같이 여기는 구나 싶었다.
결혼/연애 반대하는 부모님들에게.
우선 자식의 결혼 또는 연애를 반대하는 부모님께 말하고 싶은 것은 정말 자식의 안전이 걱정되어 반대를 하는 것인지 깊이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모든 사람들이 만나지 말아야 한다라는 그 흔한 이유들은 대지 않겠습니다. 모두가 아는 그 이유 말고 단지 내 눈에 못나서 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도 용납이 되거나 개선될 수 없는 부분인지 객관적으로 바라보십시오. 개선이 될 수 있는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식이 선택한 사람에게 본인과 가까워질 수 있게 되는 시간을 주시고 바꿀 수 없는 부분이 마음에 안 든다면 그건 쉽게 말해 본인의 욕심이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만드는 것입니다.
많은 부모는 사랑으로 아이를 키우고 그 아이가 제대로 성장하며 독립된 성인으로서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가끔은 길잡이가 되어주고 뒤에서 묵묵히 서포트해 주는 역할이 부모입니다. 내가 내 아이를 잘 키웠다 생각하고 어느 정도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적당한 사회인이 되었다 생각하면 그때부턴 놓아주는 것을 연습하십시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부모는 자기들의 의지로 아이를 갖지만, 아이는 부모를 선택할 수 없었다."라는 말에 공감을 합니다. 어떤 자식이 부모와 불편한 관계가 되길 바라겠습니까? 그건 부모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하지만 자꾸 나만의 욕심을 분출하다 보면 건강했던 관계도 그리고 이미 안 좋았던 관계도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이가 가끔은 내 마음을 힘들게 하고 미워 보일 때가 있을 겁니다. 내 자식도 그런데 하물며 전혀 상관없는 다른 사람은 얼마나 더 내 마음에 안 들까요? 부모가 희생한 만큼, 사랑한 만큼, 고생한 만큼, 자식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합니다. 그러나 내가 훌륭하게 키운 아이가 자신의 선택으로 만나고 미래를 함께 할 사람에 대해 단지 내가 원하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워하고 반대를 하는 건 그 상대방을 미워하는 마음이 아닌 내 아이를 믿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솔직하게 생각해 보세요. 내 아이가 데려온 상대방이 마음에 안 드는 것도 있지만 어떻게 사람 보는 눈이 없는지 내 아이에게 실망하고 속상한 게 더 앞서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반대로 생각해 보세요. 아이가 여태까지 잘 자라왔고 건강하며 가족과의 관계를 어느 정도 잘 유지하고 자신의 기준대로 살아가고 있다면 굳이 왜 아이가 부모의 기준을 맞추려 살아가야 할까요? 이것은 부모님의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결혼이 아닙니다. 부모님 또한 지금의 결혼을 만족하던 안 하던 자신들의 선택으로 가정을 이룬 만큼 자식들도 그럴 권리가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내 아이는 내 소유물이 아니며 나의 분신이 아닙니다. 어느 유명한 정신의학과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죠, 아이는 부부에게 찾아오는 아주 귀한 손님이라고. 아주 귀한 손님이 찾아왔을 때 우린 최대한 좋은 대접을 하며 존중해 주는 시간을 보내다 떠날 때가 되면 공손히 보내드리는 거라고. 저는 이 말이 정말 좋았습니다. 너무나 많은 가족은 서로를 이해하려 애씁니다. 이 태도가 나쁘다는 게 아니지만 너무 노력하다 보면 오히려 나의 답답함에만 집중되어 서로에게 할퀴고 감정배설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기에 예의를 지키세요.
만약 내가 너무도 마음에 안 드는 아이를 내 자식이 데려온다면 내 자식에게 살짝 귀띔하세요. 사실 내가 보기엔 이러한 모습들이 너와 안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너도 성인이니 이런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십시오. 무작정 마음에 안 드니 절대 안 된다라는 무례한 말을 쏟아붓지 마십시오. 특히 그 상대방이 있는 자리에서 절대로 모욕을 주거나 비난하지 마십시오. 사람이 마음에 안들 수는 있는 거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의 없게 나보다 어린 사람이니 막말을 하거나 행동을 하지 마십시오. 그건 자신의 얼굴에 침 뱉는 일이고 자신의 가치가 낮은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내 아이를 정말 잘 키웠다고 생각하면 그에 걸맞은 부모가 되십시오. 부모로서의 기품을 그리고 어른으로서의 성숙함을 보이십시오. 그리고 왜 상대방이 미더운지 이유를 설명하고도 자식의 의지가 강건하다면 그때는 자식에게서의 행복이 아닌 부부의 행복 그리고 또는 나의 행복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세요. 자식의 결혼이 나의 행복과 직결되지 않습니다.
정말 깊이 생각해 보세요. 내가 아는 아이의 모습이 정말 다인가요? 생각보다 많은 부모는 자식들의 어렸을 때 모습을 간직한 채 자꾸 성인이 된 이후에도 그 모습을 투영시킵니다. 하지만 이게 올바른 시각으로 자식들을 바라보는 걸까요? 많은 부모는 자식들의 성향은 알 수 있습니다. 자라오면서 보이는 게 있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성인이 된 이후에 갖게 되는 많은 인연들과 (친구, 직장, 또는 연인) 경험으로 통해 자아가 빚어지게 됩니다. 이 부분을 많은 부모님들께선 간과하고 보지 못하시거나 보지 않으려 하시지요. 결혼/연애 반대를 겪는 자식과 부모사이에 항상 이런 말이 오고 갑니다. "내가 알던 아들/딸이 아닌 것 같다." 그건 자식들이 못된 마음을 가지고 부모를 속이려 한 게 아닌 이상 부모가 성장한 자식을 보지 못한/보지 않은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객관화시키세요. 내 친구들이 아닌 사람들에게 물어보세요. 내가 반대하는 이유가 타당한지. 내 주변 지인들은 내 편을 들것입니다. 그건 제대로 된 답변이 아니고 그저 공감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죠.
그래도 자식에게 져주는 부모님들도 계시지만 그렇지 않은 부모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그건 팩트입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지요. 하지만 자식의 의지를 꺾고 깊은 흉터를 남긴 후에도 우리는 가족이기 때문에 만병통치약인 "시간"이 흐르면 다시 관계도 회복될 거고 원래대로의 화목했던 가족으로 살아갈 거라는 착각은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에게 상처 준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잘 기억하지도 못합니다. 그 몫은 오로지 자식에게 남겨져 있죠. 아마 아이가 어렸을 때 하고 싶었지만 엄마 또는 아빠가 싫어하거나 반대해서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 먼 훗날 노인이 되어 얘기를 꺼내면 난 그런 기억이 없는데? 라며 넘기는 부모의 말을 듣는 자식의 입장에선 억장이 무너집니다. 덧붙여 "내가 그랬다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네가 진정 원했으면 했으면 되지 않냐?" 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말을 하는 부모가 너무 많습니다. 마치 마지막 선택은 네가 했으니 그거에 대한 책임은 네가 지는 것이지 우리를 원망하는 말을 하지 말아야지 라며. 그 말을 내뱉기 전에 정말 부모로서 자식이 진정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 주고 도전해 볼 수 있는 용기와 시간을 주었는지 되돌이켜 보시길 바랍니다. 사람은 굉장히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으면 그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난다 해도 예전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그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과 으쌰으쌰 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할 힘도 의지도 없습니다. 부모는 자식에게 서운하며 자식은 부모를 원망하며 불행의 굴레 속에서 정말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이런 유사한 경험을 겪은 자식들은 부모에 대한 공경이나 존경심은 사라지고 나를 가장 이해해 주고 사랑해 주고 아껴주던 사람들에 대한 배신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자식들의 연애나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들은 대부분 나이대가 적으면 50대, 대부분은 60대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어떻게 노후를 보내고 남은 인생을 대략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전제하에) 25-35년이라 따지면 자녀들은 그거에 두 배 되는 인생이 남았는데 여러분의 반대에 의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할 경우 여러분이 책임지실 수 있나요? 말이 조금 강할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책임 지실 수 있느냐 이 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노후준비를 한다 해도 사람은 본질이 나이가 들면 몸이 약해지고 더욱더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기대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자식에게 기대려 하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초반기나 중반기에 어려움이 있는 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인생에로서부터 얻는 경험이니까요. 하지만 노년의 나이에 어려움을 겪는 건 정말 서글픈 일이라 생각합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결국 둘 다 나이가 들어서야 제대로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 알 수 있는 관계이기 때문에 지금 여러분의 판단이 자녀의 미래를 바꾸는 것뿐만이 아니라 여러분의 미래도 바꾸는 것을 자각하셨으면 합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반대를 할 때 자신들이 가진 이유는 모두 정당한 거라는 이상한 합리화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 갇혀 살면서 이것은 자식을 위해서 하는 거라 결론을 내리지만 그건 자식을 위한 게 아닌 자신을 위한 겁니다. 여태까지 자신의 인생을 살아오셨던 만큼 자식에게도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살 수 있게 어른으로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지켜보세요. 부모가 자식을 절대적으로 보호할 수 없습니다. 될 수만 있다면 늘 보호해주고 싶고 좋은 일만 생기게 하고 싶으실 테지만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자식도 실패를 경험하며 그 속에서 행복을 찾고 자신이 추구하는 일을 쫓으며 그 꿈을 향해 힘차게 달려 나가야 비로소 진정한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겁니다. 부모님들은 더 이상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닌 한 "인간"을 성장시키는 역할을 맡아주시길 바랍니다.
또 한 번 깊이 생각하셔야 하는 부분은 자식이 데려온 연인 또는 미래의 배우자 또한 정말 귀하디 귀한 사람입니다. 여러분의 욕심으로 인해 이 사람이 당연히 이런 말을 들어도 괜찮다는 이상한 착각에 빠지지 마시길 바랍니다. 말엔 정말 큰 힘이 있습니다. 뿌린 대로 거둔다라는 옛말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고 선한 마음을 가진 자에게는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을 보는가 반면 악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행복한 상황에서도 불만이 생길 뿐입니다. 나만 특별하게 내 자식을 키웠다 생각하지 마십시오. 이 세상 대부분의 부모는 나를 희생해 아이를 키웁니다. 그건 여러분만이 아니고 부모가 된 성인들이 다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예의를 갖추시고 걱정이나 고민이 되는 부분을 아주 정중하게 이야기하시길 바랍니다. 만약 여러분의 자녀가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진행할 경우 이미 뒤틀어진 관계를 회복하고 메꾸는 것은 자녀분들의 배우자가 아닌 자녀들입니다.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는 누군가에게 그대로 돌려주게 됩니다. 그만큼 여러분의 반대가 자녀의 배우자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닌 여러분의 자녀 그리고 더 나아가 손주들이 겪을 힘듦입니다. 많은 결혼반대를 하는 부모님들이 자식의 결혼을 반대하는 이유는 내 마음에 드는 배우자감을 데리고 와야 내 손아귀에서 내가 컨트롤하며 내 자식을 빼앗기지 않을 거라는 이유 때문인데 이건 정말 잘못된 겁니다. 여러분보다 어리다고 홀대하거나 막대하지 마십시오. 아들 같은 사위 없고 딸 같은 며느리는 없습니다. 다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부모님이 때문에 공경하며 예의를 갖추는 것뿐이기 때문에 내 자녀의 가정을 내 마음대로 주무르시지는 마세요. 그러실 경우에는 정말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될 수 있습니다. 내 자녀는 내 자식이지만 내 자녀의 배우자는 남이기 때문에 내 자녀가 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더 손님처럼 대하고 더 귀하게 대해주시길 바랍니다. 내가 내 자녀의 배우자를 또는 배우자가 될 사람을 인격체로 대우해주지 않으면 그 상대방은 내 자녀를 인격체로 대우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 결혼 반대에 중심엔 자식이 만나는 상대방이 문제가 아닌 원가정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가족 간에 해결되지 못한 일이 있거나 그 일을 암묵하고 그저 외면한 채 살아오다 수면 위로 드러나는 때가 이런 반대를 겪을 때입니다. 사실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았을 때 크게 흠이 없는 사람을 반대한다는 건 그 사람이 문제가 아닌 어느 누구를 데리고 와도 반대를 할 상황이 반복되는 게 뻔하기에 원가정에서의 갈등을 성숙한 모습으로 먼저 풀어나가시길 권유합니다. 사람이 얽혀있는 문제엔 흑과 백이 존재할 수 없듯이 가족관계도 마찬가지이니 더욱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가족 간의 사랑하는 마음으로 열린 대화를 나누시길 바랍니다. 많은 문제들이 대화를 나누지 못하거나 서로에게 맞는 대화법을 알지 못해 갈등이 더 깊어지기에 서툴더라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더라도 어색함을 견디고 용기를 내어 서로에게 솔직하며 사랑이 바탕이 되어있는 말을 하시길 바랍니다.
다음글은 부모님들의 반대를 겪고 있는 당사자들에게 필요한 글을 쓸 예정입니다. 이번글을 읽으시면서 불편하셨을 부모님들이 계실 테지만 다시 한번 더 말씀드립니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식의 연인을 바라봐 주십시오. 내 마음에 지금 들어차진 않더라도 살아가면서 서로의 삶을 공유하며 행복을 만들어 나아갈 수 있는 시간은 너무나도 귀중하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그런 기회조차 박탈하고 무시하며 외면하는 것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좋은 일일 수 없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내가 함께 할 사람을 고를 수 있는 값진 자유를 함부로 빼앗아 가지 마시고 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