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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실이 Jan 11. 2024

연상연하의 결혼반대.

막말의 대환장 파티. 연상인게 죄입니까?

아파트 계약도 하고 이삿짐센터도 고르고 나니 이제 혼인신고 겸 작은 결혼식이 5일밖에 남지 않았다. C의 새로운 직장이 결혼식 후 2주 만에 시작해야 해서 서로의 짐정리를 하기 시작했고 드디어 두 집 살림이 아닌 한 곳에서 늘 같이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너무 설레었다. 우리의 연애를 돌이켜 볼 때 내가 가장 좋아했던 하루의 일부분 중 세 가지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그가 내 곁에서 잠에서 깨는 모습을  보는 것, 두 번째는 식사 후 산책을 하며 자연을 보는 것, 마지막은 잠들기 전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고 대화를 나누다 잠이 드는 것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체취를 참 좋아했었다. 서로에게서만 맡을 수 있는 특유의 향과 체온. 


나는 추위를 잘 탔고 그는 더위를 잘 탔다. 그는 늘 여름에 힘들어했고 나는 겨울을 힘들어했다. 아침에 내 체온은 항상 높았고 그 반대로 그의 체온은 늘 낮았기에 아침에 나를 껴안고 침대에서 몇 분 동안 빈둥거리는 걸 좋아했던 사람이었다. 부모님의 반대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생긴 그의 특이한 습관 중 하나가 ‘찬물샤워’였다. 나는 말했다시피 추위를  싫어하는터라 찬물로 샤워를 하는 그를 신기하게 생각했었다. 그가 샤워를 할 때마다 몸에 차가운 물이 닿으니 괴성이 나왔고 샤워를 다 마친 후에 그의 몸은 희다 못해 푸르기까지 했다. 찬물샤워의 효능이 어떤 건지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더 지나 마지막 이별의 직전에 나누었던 대화 중 하나가 이 찬물샤워였는데, 그는 찬물샤워를 고집했던 이유가


“안 좋은 일들이 떠올라 불안해지려는 내 마음과 생각을 차단시키기 위해서였어.”였다. 실제로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에게 찬물샤워나 찬물세안을 권한다고 한다.


10일 남겨두었을 때 잠시 그는 출장을 다녀왔고 그때 내가 가지고 있는 그가 써준 손편지 중 마지막인 나무로 된 엽서를 작은 선물과 함께 건네주었다. 그 엽서엔 자신이 이렇게 빨리 누군가와 함께 미래를 꿈꾸고 누군가의 남편이 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장난이지만) 내 자유는 사라지는 걸까?라고 쓰기도 했지만 마지막엔 서로 행복하게 잘 살아보자며 “넌 내 거야” 라며 유치하게 엽서를 써줬었다.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우리는 멋있는 정장, 예쁜 하얀 드레스를 샀고 지역에 살고 있던 지인들과 내 부모님에게 소식을 전해 언제쯤 같이 사진을 찍고 제대로 된 결혼식 계획을 잡아보자고 했다. C의 부모님의 강경한 반대 때문에 혼인신고를 서두른 건 맞았기에 처음엔 우리끼리 작게 하고 반년에서 1년 정도 후 제대로 사람들을 초대해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나는 수국과 작약 그리고 튤립을 좋아해서 깔끔하게 하얗고 초록색이 많은 테마의 꽃들로 가득 채운 가정집 뒷마당에서 식을 올리고 싶었고 그도 너무 좋은 생각이라고 했다. 화려하게 하는 결혼식보다 소박하지만 우리의 상황을 알고 우리를 진정 축복해 줄 수 있는 사람들 안에서 편하게 우리만의 날을 만들고 싶었다. 이미 이때부터 우린 가끔가다 여보라고 부르기도 했고 꼬마들끼리 부부놀이를 하듯 생황을 지내고 있었다.



이상하게 결혼식이 다가올수록 불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기에 혼자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던 날이 있었다. 오늘 너무 기분이 이상한데…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데. 우리가 골랐던 물건 중 반품을 해야 하는 게 있어서 그걸 위해 잠시 C에게 밖에 나갔다 올 테니 점심은 집에서 먹자고 하고 나와서 운전을 한 지 10분 만에 C에게서 카톡이 왔다.


-긴급상황이야.


카톡을 보자마자 그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가 말한 건 “지금 엄마가 미국에 도착할 예정이래.” 


그때 떠오르며 아차 싶었던 게, 처음 그의 부모님과 통화를 하기 전 그가 그의 부모님에게 정확한 날짜는 말씀 안 드렸지만 대충 언제쯤 혼인신고를 올릴 거란 말을 했던 게 생각났다. 사실 지난 2주 반동안 우리에게 연락을 하시거나 괴롭히시지 않으셔서 이제 우리가 하려는 대로 놔두시는가 보다 하며 긴장을 늦추고 있던 중이었는데 이렇게 나오실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나는 운전하던 길을 돌려 다시 곧장 집으로 갔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그와 나의 표정은 굳었다. 


“지금 미국이시라고? 어떻게 된 거야?”

“방금 XX(미국의 도시) 지금 경유 중이고 몇 시간 후에 여기 공항에 도착한다고 마중 나오라고 카톡이 왔어. 이모도 함께 오신 것 같아.”

“어떡하지?”


패닉상태로 나와 그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나는 더더욱 그의 어머니를 그날 보기 너무 싫었고 두려웠기에 내가 생각해 낼 수 있던 건 우선 친한 친구네 집에 가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에 우선 그의 집에 있는 눈에 보이는 내 짐들을 우선 치우고 따로 가져가려고 챙겼다. 짐을 정신없이 30분 만에 챙기고 그의 집을 나서기 전 난 그에게 “이렇게 쫓겨나듯이 자기의 집에서 나가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해.”라고 했고 그는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겠다고 했다. 틀림없이 그의 어머니가 미국까지 오셨다는 건 좋은 이유로 오는 것이 아니었을 테니까. 어떻게든 우리의 결혼을 막으려고 하시려는 거일 테니. 하지만 우리는 그 와중에도 직접 나를 보면 마음이 바뀌시지 않을까 라는 작은 희망을 갖기도 했다. 대부분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님도 직접 자식의 배우자가 될 상대방과 마주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오해했던 것들이 풀어지고 가지고 있던 편견이나 생각이 바뀌는 경우도 있으니 우리도 해당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친한 친구에게 사정을 말했고 친구부부와 상의하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다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의 어머니가 나와 만나고 싶어 하신다고 하지만 단 둘이서 만나고 싶어 하신다고. 나는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에 C에게 쏘아붙였다. 네가 나오지 않는 이상 나도 너희 어머니를 둘이서만 뵐 수 없다. 네가 어머니께 말씀드려서 어디서 식사를 하시는 게 좋을지 여쭤보고 알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그의 어머니는 밥까지 먹을 필요 없다고 카페에서 보자고 하셔서 그다음 날 늦은 오후에 한인분께서 운영하는 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그날 밤 난 잠을 한숨도 못 잤다. 내 친구부부는 그런 내가 너무도 걱정되어 혹여 그의 어머니가 나에게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 자신들이 같이 가주겠다고 하는 것을 겨우겨우 달래 혼자 약속장소로 갔다. 15분 더 일찍 약속장소에 도착해서 여름인데도 자꾸만 식은땀이 나고 손에 땀이 나길래 티슈로 땀을 닦고 이러면 너무 오버하는 건가 싶었지만 혹시 몰라 핸드폰에서 녹음기 앱을 켜서 녹음하기 시작했다. 


그가 카페문을 보는 것이 보였고 그의 뒤에 키가 정말 작고 심술 가득한 얼굴을 한 그의 어머니가 보였다. 또 그 뒤에는 날씬하고 점잖아 보이시는 그의 이모로 추정되는 분이 들어오셨다. 이모분께서는 멀찍이 다른 곳에 위치하셨고 그와 그의 어머니는 내가 있는 테이블로 걸어왔고 나는 일어나서 그의 어머니에게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그래.”

“먼 길 오시느라 피곤하실 텐데 충분히 쉬셨나요?”

“그건 알바 없고.”

“… 엄마, 이미 알고 있겠지만 여긴 XXX야. 자기랑 우리 엄마 둘 다 같은 성씨다?”

“날도 더우니까 가서 네가 커피나 좀 사 와.”

“어머님이 오셨으니까 제가 사드릴게요. 뭐 드시겠어요?”

“…. 쯧. 이런 건 남자가 하게 내버려 둬! 넌 뭐 해? 얼른 안 사 오고?”


몇 번이고 그의 어머니에게 커피를 사드리려고 했지만 너무 싫어하시기에 결국 나는 가만히 다시 제자리에 앉았고 그가 커피를 주문하는 걸 기다렸다. 


“아… 이거 어쩌지? 이걸 어떡하나. 너무 아닌데?”

“네?”

“너랑 내 아들 둘이 앉아있는 거 봤는데 너무 안 어울려. 생판 모르는 남이 와서 앉아도 너네보다 더 어울려 보이겠다.”


첫 면전부터 대놓고 나를 싫어한다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예의가 없는 어른일 줄은 몰랐다. 그가 커피를 가져왔고 당연하다는 듯 내 옆에 앉아 내 손을 잡고 있자 그의 어머니는 인상을 찌푸리며 목이 타셨는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쭉 들이키시고선 그에게 자꾸 다른 곳으로 가 있으라고 하셨다. 


“너 좀 다른 데 가서 있어.”

“내가 왜? 난 여기 있을 거야. 어제 하루종일 나한테 퍼부었잖아. 엄마가 XX한테 무슨 말을 할지 내가 뻔히 다 아는데 어떻게 내가 다른 데로 가?”

“네가 있으니까 내가 말을 못 하겠잖아! 얼른 가.”

“싫어. 내가 있는 앞에서 말해. 난 안 가.”

“… 네가 얘한테 다른데 가 있으라고 말해라.” 


그가 뜻을 굽히지 않자 그의 어머니는 나에게 그를 달래보라며 자꾸 압박을 주었다. 나도 그가 내 옆에 있어야 조금은 덜 불안한 마음으로 대화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두 모자가 이렇게 티격태격 싸우니 그냥 욕을 먹더라도 빨리 먹고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자기야 나 괜찮아. 어머님이 대화 나누고 싶어 하시니까. 다른 테이블에 이모님 계시니까 이모님 하고 같이 있어.” 


그는 눈으로 정말 괜찮겠어? 라며 묻고 있었고 한 10초 동안 서로 말없이 그냥 쥐어진 손을 더 꾹 잡고만 있었다. 그는 이모님이 있는 테이블로 향했고 그때부터 아래는 어머님과 내가 나눈 대화 내용이다. 


“아휴… 어떡해. 얼굴이 너무 늙어 보여. 어떡하니 정말!!!!! 우리 아들은 피부도 잘 관리해서 어려 보이는데 넌 피부관리도 못해서 얼굴이 곰보고 또 너무 나이 들어 보여. 할머니 같아!

“내가 여기에 온건 다른 이유는 없어. 너희 둘 갈라서게 만들려고 작정하고 온 거니까 우리는 절대로 너 허락할 일 없어.”

“네가 뭔데 우리 집을 이렇게 불편하게 만들어놔? 어? 네가 뭐라고!! 내 착한 아들 단 한 번도 우리 실망시킨 적도 없고 우리말 거스른 적도 없는데 너만 나서 다 뒤틀어졌어. 너 따위 때문에. 그리고 우리 무당 믿는 집이야. 물어보니까 크리스천이라고? 그러면 그 종교에 맞는 사람 만나 뭘 자꾸 합의한다고 해. X띠랑 X띠는 만나면 상극이라고 하더라. 우리 아들 사주에는 지금 결혼이 없데!” 

“그리고 너 그거 알아? 어린 남자랑 결혼하면 좋을 것 같지? 항상 뒤치다꺼리해야 하고 너보다 어리니까 조금 시간이 지나면 다른 여자한테 틀림없이 눈 돌려서 너 이혼당해.”

“그래 어느 정도 공부 잘했고 교수직업이란 거 알겠는데 나이는 아니지. 세 살이나 많은 건 말도 안 되잖니? 차라리 한살이라면 몰랐을까?”


말도 안 되는 저 마지막 문장에 약간 비웃음이 나왔다. 내가 알기로 그의 부모님은 내가 연상이란 걸 알고 난 후부터 자신들이 원하는 며느리는 한두 살 연상도 아니고, 심지어 동갑도 안된다고 했다. 무조건 어린 여자여야 한다고. 그런데 나에게 저런 말을 한다는 게 너무나 어이없었다. 내가 이야기를 들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 어머님은 뭔가 불안도가 높은 분이라는 거였다. 말로써는 나에게 쏘아붙이셨지만 나는 어머니의 눈을 바라보는 방면 어머니는 내 눈을 피하면서 자꾸 어수선하게 옆에 있는 휴지들을 손으로 찢으면서 커피에만 시선을 두고 말씀을 하셨다. 


“나랑 C 아빠가 아가씨 주려고 돈을 좀 준비하려고 했어.”


아, 이 흔한 드라마 속의 상황. 역겨웠다. 정말 나를 꽃뱀으로 취급하는구나.


“어머니, C가 말을 안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잘 사는 집안 딸이고 저 돈 많습니다. 돈 안 주셔도 됩니다.”

“… 뭐.. 아 그래? 그럼 뭐…근데 아가씨는 절대로 안 돼. 우리가 싫어하는 모든 조건을 갖췄어. 알고 보니까 얼마 전에 아가씨랑 친한 동생네 시아버지가 우리 애아빠한테 연락해서 뭐 어떤 여자가 있는데 어쩌고 저쩌고 해서 들어봤는데 말도 안돼서 우리가 그 여자가 연상이어서 저희가 반대 중입니다라고 하니까 그쪽 시아버지도 우리한테, 아 X교수네가 정말 속상했겠네. 당연히 연상여자면 말이 안 되는 거지. 그 여자가 잘못했네. 많이 속상해서 어떡하냐고라고 하더라.”


이 말은 나중에 내 친한 동생을 통해 시부모님께 여쭤보니 새빨간 거짓말이란 게 다 드러났다. 친한 동생은 시부모님께서 절대로 그런 성정을 가지신 분들이 아니라며 절대로 그렇게 얘기하시지 않았을 거라고 말했고 동생과 동생의 남편도 정말 불같이 화를 냈었다. 그리고 동생의 시부모님께선 C의 부모가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라며 어떻게 성인이 된 아들의 집에 아무런 소식 없이 무례하게 찾아오고 없는 말들을 지어내서 남의 얼굴에 먹칠하냐며 화가 나셨다고 했다. 


“우선 연상여자는 임신을 못해. 또 임신 못하게 생겼어. 여태까지 33년 살면서 결혼도 안 하고 뭐 했니? 커리어에 집중하기로 했으면 그거에만 신경 쓰지 왜 결혼까지 하려고 해? 뭐 하러 두 마리 토끼를 잡니? 또 우리 아저씨는 기독교 정말 싫어해. 증오해. 엮이고 싶지 않아. 너 한국 시민권자도 아니잖아? 원래 우리 아들은 포닥 끝내고 한국 들어와서 자리 잡으려고 했어. 근데 너랑 만나서 결혼하면 여기 미국에서 계속 살아야 하는데 그건 있을 수 없어. 외국인이면 외국인들하고 만나서 결혼해, 왜 한국 사람을 만나려고 해! (하지만 여기서 웃긴 건 C는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시민권자이다)”

“우린 이민자들 정말 싫어해. 다들 IMF때 못 견뎌서 한국 떠난 실패한 사람들이잖아. 그 조금 힘든 것도 못 견뎌서 모국인 나라를 떠난 사람들이 외국에서 성공해 봤자 뭘 얼마나 성공한다고. 나약한 사람들 인거지. 그리고 넌 왜 외동이니?”

“무슨 말씀이세요?”

“혹시 너희 엄마가 애 잘 못 낳는 유전자 가진 거 아니야? 외동인 거 보면?”


정말 기가 막혔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사악하고 악마 같을 수 있구나. 내 욕은 해도 내 부모 욕을 하면 못 참듯이 나는 계속 듣기만 하다가 저 말 한마디에 그의 어머니에게 강하게 말했다.


“저희 부모님은 건강에 아무런 문제없으시고 노후도 탄탄하세요. 저 하나만 나으신 이유는 하나를 키우더라도 부족함 없이 모든 걸 풍족하게 해 주자라는 고운 마음이시기에 저 하나로 족하다고 생각하셔서입니다. 그리고 그만큼 저를 잘 키우셨고요.”

“우리 아들들은 다 자식 많이 낳고 싶다고 했어. 넌 모르겠지만 특히 C는 나한테 자식 한 다섯 낳고 싶다고 했어. 그리고 난 자식 많이 낳는 거 좋아, 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해라고 말도 했고. 그리고 자식이 많아야지. 한놈이 안 예쁜 짓하면 그놈 버리고 다른 한놈한테 신경 돌리면 되니까.”


이런 말 해서 정말 C에게 미안하지만, 무슨 자식을 짐승인 것 마냥 예쁜 짓 하면 얘는 옆에 둘 놈이고, 미운짓 하면 버리는 게 자식이라고? 이런 뒤틀린 생각을 가진 부모를 C는 과연 알고 있었을까?라는 생각에 난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아버님의 의견도 어머니와 같으신가요?”

“그래. 내가 말하는 것들이 내 의견도 맞지만 얘 아빠의 의견인 게 더 크다.” 

“어머님 아버님께선 C의 행복이 중요하시지 않으세요? 이렇게까지 성인으로 잘 성장하게 키우셨고 C가 지금까지 알아서 올바른 선택을 했다는 걸 믿고 신뢰하셨다면 그가 내리려는 결정이나 그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이해해보려고 하실 생각이 없으신가요?”

“자식의 행복은 중요하지 않아. 자식은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부모에게 해야 하는 거지. 그리고 너때문에 내 아들이 한국으로 안 돌아오려고 하잖아. 왜 내 아들 뺏어가!!!!”


이걸 끝으로 난 말이 안 통하는 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저 나에게 계속 악담을 퍼부으시다 제 풀에 지치셨는지 자신이 할 말은 다 끝났다고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셨고 나는 C를 불러 몇 시간 후 둘이서만 만나자는 약속을 했다. 나와 붙어있는 게 싫었는지 그의 어머니는 자꾸 C에게 빨리 집에 가자며 기다리는 거 안 보이냐고 쏘아붙였고 그는 마지못해 나를 그 카페에 남겨두고 어머니와 이모님을 모시고 밖으로 나갔다. 한인카페인만큼 주변의 시선이 다 나에게로 향해있는 걸 알았지만 참고 참았던 서러움이 터져 나와 그냥 울기만 했다. 너무 울어서인지 카페 직원이 따뜻한 차를 가지고 와서 괜찮으시냐며 물었고 나는 그제야 이 모든 상황이 부끄러워 카페밖을 뛰쳐나왔다.


이건 보통일이 아니다. 이제 4일밖에 안 남았는데 어떡하지. 빨리 그와 얘기를 해서 결정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그와 약속한 곳으로 갔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계속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받지는 않았지만 며칠이 지나 이 번호는 그의 어머니가 미국 공항에서 새로운 SIM을 깔아 나에게 끊임없이 전화했던걸 알게 되었다. 그에게 내가 그의 어머니와 나누었던 대화 내용을 말했고, 지난 화에 썼듯이 그의 아버지가 날 꽃뱀으로 몰고 간 정황도 들었고, 그는 어쩔 줄 몰라했다. 그저 미안하다는 말만 했을 뿐. 


“… 내가 왜 이런 말들을 들어야 해? 내가 연상이고 외동인 게 어때서!”

“….”

“난 이제 모르겠어 우리가 이 결혼을 해야 할지.”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야. 난 이제 확신이 없어. 어제까지만 해도 아니 오늘 자기 어머니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자기가 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모든 게 다 뒤죽박죽이야.”

“XX야, 난 너여야 해. 난 살면서 내가 이렇게 빨리 결혼할 거라고 생각해보지도 않았지만 내 와이프가 될 사람은 너밖에 없다고 생각해. 난 너랑 결혼해야 해.”


울기도 참 많이 울었지만 둘이서 또 서로 보듬었고 더욱더 마음에 결단을 내린 그의 모습을 보고 그래, 이 남자는 자기가 한다고 하면 했던 남자였지 라며 안심한 채로 난 친구부부집으로 돌아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설명했고 친구부부는 너희 둘이 뜻이 그렇다면 응원해주고 싶지만 되도록이면 C가 철저히 그의 부모님과 연을 끊어야지 우리가 생활하는데 그나마 잡음이 덜 있을 거라고 조언해 주었다. 그렇게 친구네 집에서 이틀을 더 머물다 나는 내 집으로 돌아갔고 이틀 후에 그가 있는 도시로 다시 돌아와 결혼식을 올리려 했지만 그 끝은 이별이었다. 


그리고 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하는 남자의 부모에게서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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