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의 몽환적인 노을을 마주한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를 보는 순간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들이 떠올랐다. 구름을 뚫고 우주를 향해 날아가던 우주선 뒤로 길게 뿌려지던 노을과 구름들. 그 멋진 세계. 이 책도 황홀할 수 있을까. 그리고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영화나 애니메이션 장면이 상상될 정도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21세기에 그것도 왠지 시비스럽게 이 시대 마지막 마녀라는 것도 그렇고.
시크한 호조와 천진스러운 소타의 이야기가 너무 재밌다. 자고로 마녀 옆엔 네로가 아닌가!
사토리 세대이며 헤이세이 세대 마지막 마녀인 호조. 덤으로 받은 장난감이나 회를 빛나게 하는 장식 정도인 마녀의 기사인 소타의 이야기는 살짝 도깨비와 도깨비 색시를 떠올리는 구석이 좀 있다.
살짝 고집 세고 천방지축인 호조의 시점으로 마녀로서의 임무 수행을 펼쳐나가는 살짝 판타지 로맨스인 이 책은 인간의 행복을 돕는 마녀의 이야기다. 아직 미숙하고 인간을 행복하게 해야 하는 임무가 부담스러운 호조와 그를 지켜주는 정령 소호의 이야기에 빨려 들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안다. 행복이란 뒤를 돌아보았을 때 알아챌 수 있다는걸. 그걸 깨달을 수 있을 만큼 인생을 오래 살아가는 것이 또 다른 행복을 부른다는걸." p351
이 책은 어둠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는 선한 이들을 지키는 마녀의 이야기가 살짝 유치한 판타지스러우면서도 당장 다음 장을 기대하게 되는 매력적인 이야기다. 영상을 기대하게 되는 판타지 로맨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