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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목 Jul 15. 2020

[경영] 허영만의 주식 타짜

대한민국 주식 고수 7인의 투자 전략

이 책을 읽기 전에 솔직히 밝히자면 나는 주식을 포함한 재테크에는 관심도 소질도 1도 없다. 딱히 N포 세대는 아니지만 어차피 되는 놈만 되고 있는 놈이 더 있게 만드는 시스템에서 적당히 덜 쓰고 덜 먹자는 주의다. 설핏 염세적이기도 한 내가 제목부터 노골적인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허영만 화백의 책이라 서다. 언젠가 언급한 적 있지만 그 옛날 수업 땡땡이치고 만화방에 죽치고 앉아 블랙홀이란 작품을 볼 때부터 그의 작품 세계는 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래서 투자는 돈이 아닌 시간만 할 요량으로 읽는다.


불로소득. 소위 거저먹는 돈이라는 의미다. 땀 흘려 일하지 않고 공으로 생기는 돈. 그것에 주식도 포함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책날개에 쓰인 화백의 한마디 "고군분투"를 생각한다. 40여 권의 책을 읽고 30여 명의 주식 전문가를 만나고 나서도 주식은 '고군분투해야 하는 일'이라니 주식 역시 돈 넣고 돈 먹기 게임이 아니라 뭔가 노동의 흔적 같은 기분이 든다. 역시 돈 벌기란 쉽지 않은가 보다. 그가 만난 전문가의 이야기를 정리하며 살짝 흥분되는 이 기분이란.

인물 1. 실전 투자대회 18회 수상 스캘핑 고수, 마하 세븐 한봉호


아무래도 아직까지 나는 주식은 투자보다 투기라는 개념이 더 강해서일까 주식 투자를 대학에서 교육하고 있다니 좀 놀랍다! 아무튼 주식 시장의 변동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특히 중국의 경제 상황이나 국제 정세 같은 일에도 꼼꼼히 체크해야 하는 이유는 한국이 수출 주도형 경제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있다. 결국 모니터 앞에서 눈을 떼면 안 되는 고도의 심리게임이 주식이란다. 인생은 타이밍이기도 하지만 '한방은 없다'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뼈 때리는 조언이 확 와 닿았다.


인물 2. 자타가 공인하는 자수성가 슈퍼개미 이정윤


2~3년 만에 수백 억을 버는 것도 쉽고, 까짓 마음 한번 먹으니 세무사 자격증 생기고 사무실 내에서 주식이나 하고 앉아 있던 이 대표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주식 그까짓 것 참 쉽다는 환상이 들 지경이다. 물론 본인이 경영학을 전공했고 세무사이기도 한 데다가 천부적으로 타고난 위험 인지 레이더를 장착하고 태어났다고 하며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 주의를 주긴 하지만 솔직히 그냥 자뻑으로 들린달까? 그에겐 쉬워도 너무 쉬워 보이는 주식이니 나도 쉬울까 하는 착각은 분명 함정이다. 한편으로 그가 말하는 성공투자 8 단계와 성공 투자 기법 8단계, 합이 16단계를 보지 않으면 주식을 말하지 말아야겠다는 깨달음도 얻는다.


인물 3. 매매 시점은 절대 놓치지 않는 대구 1,000억 자산가, 손명완


잡주를 움직이지만 무시할 수 없는 자산을 보유할 수 있는 이유는 개미만 한 정보를 가공해서 코끼리만큼 거대하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늘 뉴스에 촉각을 세우고 같은 뉴스를 봐도 남들과는 다르게 기회가 포착되니 할 말이 없을 따름이다.


인물 4.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가치 투자의 대가, 백지윤


3번의 폭망 경험으로 그는 가치 투자를 배웠고 절대 대박의 행운은 없다고 지적한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오래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하라고 조언한다. 그게 그만의 비법이라니. 걸어야 한다니 나는 참 어려운 세계일세.


인물 5. 지적인 모험 즐기는 직장인 투자자, 바람의 숲 김철광


"주식 투자는 흩어져 있는 각종 정보를 놓치지 않고 분석해야 성공할 수 있다." p517


직장인 투자라는 기대감이 살짝 있었는데 종목 자체가 다른 배당주라든지 펀드라든지 더 어려운 말들이 마구 난무한다. 오를 때 팔고 내릴 때 산다는 주식과는 약간 결이 달라 더 전문적인 분석이 필요한 투자 종목이라서 좀 빠르게 넘겼다. 뇌동 매매를 막기 위한 방편쯤으로 직장은 서브 잡 정도로 여길 수 있는 그의 능력이 부러울 따름이다. 좀 신선했던 건 노동자의 입장임에도 한국의 경제 상황을 살짝 사측에 무게를 두고 대외적인 국제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물 6. 하루도 빠짐없이 트렌드를 정리하는 단타 매매의 귀재, 설산


24시간 중 14시간을 주식하는 사람. 그리고도 새벽까지 주식 공부하다 쓰러져 자는 사람. 그리고 직장으로 출근 직장인이라니 대단하다고 할밖에. 결국 한쪽 눈이 실명 위기까지 간 그는 말한다.


"나는 주식과 건강을 맞바꿨다. 당신도 그럴 각오가 되어 있는가?" p563


그의 말에 드는 생각은 딱 하나다. 도대체 돈이 뭔지!

인물 7. 국내 최고의 시스템 트레이더, 알바트로스 성필규


"하수는 싸게 사는 것에만 관심을 두고, 고수는 비싸게 파는 것에만 관심을 둔다." p592


3번의 폭망을 딛고 재기하는 과정도 그렇고 주식이 아닌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해서 도박에 가까운 결과를 만들어 낸 일도 그렇고 이 고수의 이야기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드라마틱한 승부사의 이야기가 정말 쫄깃하고 재미있다.

이 책은 7인의 투자 전문가들의 인터뷰만을 담고 있지만은 않다. 허 화백은 틈틈이 주식 투자에 관련한 경제 흐름이나 분석, 관련된 용어들에 대한 설명도 곁들여 놓아 흐름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역시 센스쟁이다. 그렇다고 주식의 주자도 모르는 나 같은 쌩짜는 아무리 쉽게 설명하고 그림으로 보여줘도 용어 자체를 이해하기 쉽지 않긴 하지만 충분히 주식이 허황된 뜬구름 잡는 돈 놓고 돈 먹기의 도박이나 게임이 아니라 충분히 노력해야 가능한 일이라는 점을 확실히 깨달을 수 있다.


이 책으로 충분히 흥미로워지긴 했지만 이제부터 관심을 갖자니 아내에게 쫓겨날게 뻔하니 용기 내 볼 자신은 없다. 여하튼 한마디로 정리하면 만화라고 얕보다간 승부사가 될 기회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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