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원작을 단행본으로 옮긴 이 책은 3권이 완결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야기는 더 이어진다. 3권씩 세트로 이야기를 끌어 나가는 걸까? 몰입도 있게 앉은자리에서 다 읽었는데 이후 이야기가 갑자기 뚝 끊긴 듯해서 찝찝함이 좀 남는다.
빛나는 고교 시절, 그것도 성인을 앞둔 시기에 펼쳐지는 학원 로맨스라니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데 여기에 타임워프와 학교 괴담까지 적절히 녹여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주를 두고 사소한 오해가 빚어져 14년이란 세월을 지옥에서 살게 되고 어느 날 문득 수면 위로 떠오른 그 시절의 기억을 퍼즐처럼 시공간을 넘나들며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다. 특별히 원한이나 복수 같은 잔혹동화는 아닌 데다가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 얽힌 인물이 적지 않아 좀 분산되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여주와 남주가 끌어가는 사연과 로맨스가 충분히 상쇄한다.
다만 학원물임에도 원조교제가 소재로 쓰이는 건 마음에 걸린다. 물론 특별히 원조교제의 장면이나 행위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 학원물이다 보니 조심스럽달까. 그리고 여주의 노골적인 신분상승에 대한 욕망이나 직장에서의 추행이나 갑질 혹은 삼촌의 갈취 같은 인간관계의 관점이 특별한 계기가 없이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펼쳐 놓고 있어 그냥 스쳐 넘기게 된다.
14년을 지옥 같은 생활을 하게 만들었던 문제 해결을 너무 쉽게 해결해 버리는 듯한 것도 아쉽다. 물론 신비에 가려진 의문의 인물을 등장시켜 새롭게 남주의 이야기로 맞춰가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지만 서둘러 마무리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쓰다 보니 부정적인 평이돼버렸는데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앉은자리에서 끝을 봐야 할 정도로 그림이며 이야기 구성이며 몰입도 높은 웹툰이라는 점은 부인하지 못한다. 다음 편을 기다려야 하는 것 때문에 부아가 났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