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목 Dec 27. 2022

손절, 그 기 빨림에 대하여


"어디서 나는 소리야?"

어리둥절해 하며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이리저리 둘러보는 직원들 눈을 피해 슬그머니 핸드폰을 무음으로 돌렸다. 나는 개소리로 짖어대는 몇몇의 사람이 저장되어 있다.


핸드폰 벨 소리가 개소리라니 어지간히 피하고 싶은 사람인가 하겠지만 실은 오래된 지인이거나 친구다. 공통점이라면 만나면 이틀은 피곤에 절게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거다.


오늘 개소리로 열심히 짖는 이 사람은 장애인 복지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일도 많아 늘 바지런하고 열정적인 사람이다.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찰 정도로 열심인 사람이라서 그러다 쓰러지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다. 나보다 나이는 한참 어린데도 매사 자신의 일에 진심인 건 배울점이지만 그와의 대화는 매번 길어지고 일방적이어서 유독 기를 빨린다.


그렇게 그는 감당도 안 될 정도의 일을 벌리고 수습이 안 되면 주변 사람들에게 거리낌 없이 SOS를 요청한다. 웬만하면 들어주고 도움을 주지만 간혹 이런저런 사정으로 안 된다고 해도 어떻게든 도와달라고 재촉한다. 자신의 기분과 상황을 타인이 다 알아주고 이해해 줄 거라 착각하는 사람처럼.


혹여라도 연락이 안 되면 이렇다 할 설명도 없이 급하니 연락 달라는 메시지만 툭 던져 놓는다. 걱정보다는 불안한 마음에 연락을 하면 아니나 다를까 일이 꼬여서 급하니 도와 달라거나, 땜질 강의를 해달라거나 혹은 교육 중에 궁금한 게 있다며 질문을 쏟아낸다. 한마디로 자기가 필요할 때만 연락을 하는 사람이다.


심지어 통화 중에도 급한 일이 있으니 잠시 후에 다시 하겠다며 일방적으로 끊고(물론 양해는 구하지만) 감감 무소식인 사람이다. 만나면, 아니 만나지 않더라도 대화만으로도 기 빨리는 사람이라 차단을 할까 망설이다 그냥 개소리로 손절했다.


손절은 단칼에 하는 게 좋으니, 부재 중으로 찍힌 그의 이름을 보다 마음이 쓰여 얼른 지웠다.


photo by Nathan Cowley, pixabay


#손절 #기빨리는사람 #관계 #공감

매거진의 이전글 메리 크리스마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