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 박찬일과 함께 하는 맛있는 pickat

시즌1 : 박찬일 | 셰프, 음식칼럼니스트

by 정윤희

박찬일 | 셰프 그리고 음식칼럼리스트


예로부터 문인과 무인의 우위를 논할 때, 이것 하나면 게임이 끝난다. ‘문.무.가’. 문文과 무武를 동시에 무장한 장수를 이겨낼 수는 없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요리계에도 이런 문무가와 견줄만한 요리사가 있으니, 그가 바로 박찬일이다. 한손에는 펜, 나머지 한손에는 칼로 무장한 그는, 맛있는 글과 감동적인 요리로 그만의 독보적인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그는 맛있는 음식 이야기꾼이다. 그리고 이제 pickat에도 막 간판을 내걸고 맛있는 이야기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로베르또의 밥집술집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오늘 그가 탐닉하는 밥과 술의 현장으로 함께 따라가보자.



Q. 작년에 출간한 음식에세이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에서 맛깔스런 글을 읽으며 절로 군침을 흘렸다. 요리사라는 타이틀에, 작가라는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었던 건 선천성인가, 혹은 후천성인가?


A. 원래 문창과를 나와 기자 생활을 잠깐 했다. 기자라는 직업상 특징이 숱한 사람을 만나는 일이었지만, 오히려 너무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는 스스로에게 큰 부담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어느날 훌쩍 이태리로 떴다. 국수를 꽤 좋아했던 것이 그런 영향을 준 것 같다. 한 6개월 정도 라고 작정한 ‘잠깐’이 몇년 눌러앉는 ‘체류’가 되었다. 2002년에 한국으로 돌아와 이태리 식당에 취직한 것이 첫 시작이었다. 그러니 까칠한 선천성과 유별난 후천성이 반반 섞여 지금의 내가 된 게 아닐까 싶다.



Q. pickat 에서는 로베르또의 밥집술집이라는 차별화된 테마로, 미식가나 매니아들에게 색다른 맛을 소개해주고 있는데 어떤 의미인가?


A. 나는 개인적으로 친근하고 인간미가 있는 곳들이 좋다. 지나치게 격식있거나 품위를 지키느라 조심스런 곳보다는 시장 좌판에서 오랜 벗이나 동료들이랑 투박하게 한잔씩 걸치면서 적당한 손맛이 있는 안주를 먹는 곳, 그래서 더불어 배부른 그런 곳이 좋다. 그래서 해질무렵 곧잘 찾아가는 단골 밥집술집들이 많은데, 그런 곳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일일이 찾아가서 알려주고 싶은 마음인데, 소셜이라는 디지털을 빌어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pickat을 통해 만나게 되어 기쁘다.



Q. 최근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맛집의 기준은, 방송 횟수 혹은 매운맛 열풍에 힘입어 획일화된 느낌이 많다. 직접 요리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맛의 기준이 있다면?


A. (망설임없이 단호하게)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다. 왜 우리 문화 중에 있지 않은가. 버선발로 뛰어나와 반갑게 맞아주는 환대,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맛의 기준이다. 더 풀어 말하면, 얼마나 더 좋은 재료를 쓰고, 얼마나 색다른 테크닉으로 음식을 만드느냐의 문제는 훨씬 차후의 문제다. 최선을 다해 마음으로 만드는 음식, 즉 호스피탈리티가 살아있는 음식이라면, 자연스럽게 음식의 맛이 좋아질 수밖에 없고 먹는 이에게도 그대로 전해질 수 밖에 없다. 예전에 친구와 함께 어느 식당에 갔을 때 여주인이 주문을 받고 가자, 친구왈, 저 여주인이 내게 마음이 있나봐 라고 웃으며 얘기했다. 바로 그 친구가 느낀 그것이 진짜 오리지널 호스피탈리티다. 호남지역의 투박하지만 낯선 손님에게도 술한잔 권하는 주인들의 ‘끌어안는 서비스’, 경남지역의 무뚝뚝하지만 정넘치는 ‘던지는 서비스’, 서울 지역의 선을 긋지만 서로에게 민폐를 주지 않는 깍쟁이 서비스’ 이런 우리 고유의 서비스가 다 사라져가고 있다. 부디 어서 우리만의 독특한 환대 서비스가, 되살아나길 바란다. 그게 우리의 맛을 지킬 수 있는 지름길이다.



Q.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거나 언제가 미래에 꼭 이루고 싶은 셰프님만의 꿈이 있겠지. 얘기해달라. 우리 pickat 사용자와 셰프님 팬들과 함께 그 꿈을 나누면서 더불어 꼭 이뤄지길 바란다.


A. 내 도전과제는 계절음식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계절메뉴. 시시각각 제철에 등장하는 재료로 만드는 음식, 아마도 메뉴판이 시시각각 바뀔 것이다. 사실 제철에 나온 초절정 재료만큼 좋은 재료가 없다. 예를 들면 지금 굴이 한창 제철을 이룬다. 그러나 진짜 초절정기는 3월이다. 사실 1,2월이면 굴 관련 요리들은 거의 들어가고, 또 제철요리임에도 가격은 오히려 더 비싼 편. 언젠가 눈내리는 삼월, 허기진 후배에게 굴요리를 만들어주었고, 그는 지금까지도 내게 말한다. 내 인생 최고의 요리는 찬일이형의 춘삼월 굴요리였다고. 그것이 제철요리의 미학인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보람이 되는. 그런 푸짐한 제철요리를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셰프 박찬일의 추천 밥집술집


목란 |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15길 21 | 02-732-0054

아마도, 한국의 유서 깊은 중식당이 보여준 원형의 요리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집이라고 할. 불과 기름을 다루는 녹진한 솜씨가 많은 이들을 매료시킨다. 이젠 공짜 서비스요리가 되어버린, 손수 빚는 만두를 하는 몇 안되는 집이기도 하다. 중식의 자존심과 음식에 대한 존경심이 밴 이 요리들을 먹는 행운은 예약을 해야 가능하다. 주방장의 요리가 빛나는 이유를 물었다."맘에 드는 요리사가 없어서 제가 다 합니다, 제길."



강구막회 | 서울 금천구 가산동 (폐업)

그저, 물 좋은 생선에 모든 것을 거는, 그래서 소박한 솜씨말고는 내세울 게 없는 집. 비가오나 눈이오나 새벽 4시면 수산시장에 나타나는 사장의 공덕으로 밀어붙이는 우직한 집이다. 철마다 제철요리가 '데치거나 그냥 회로 내거나' 하는 최소한의 요리로 상에 오른다. 그것은 우리가 산물을 맛있게 먹는 법이기도 하거니와, 어지간한 해물의 질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선언이기도 할 터이다. 물가자미막회와 문어가 기막히고(미원따위를 넣고 삶는 꼼수는 없다) 탕도 잘 끓인다. 겨울에 과메기가 워낙 탁월하길래 물었더니 사장의 무뚝뚝한 변은 이렇다. "제일 비싼 걸 삽니다. 자본주의니까요."



광장시장 먹자골목 | 서울 종로구 예지동 | 02-2269-8855

이젠 어느 정도 박제화 되어버린, 그렇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는 우리 전통시장 맛집의 한 전형. 박제화 되었다지만, 그래도 이만한 낮술집이 서울바닥에 흔하지는 않다. 잘 고르면 순대가 굵직하고 달다. 여전히 값은 눅어서 만만하고, 아줌마들은 인정머리가 있는 셈이다. 20,30년래, 이렇게 변하지 않은 목로들이 어디 있는가, 하고 생각해보면 이 시장에 들르는 이유가 정확해진다. 뭐, 솔직히 맛으로 가는 사람들은 별로 없겠지만서두.


글∙사진 | 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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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선배는 진짜 멋진 분이시다. 원래 글을 쓰는 기자에서 요리서로 전향한 분이지만, 글발에 요리실력이 합쳐지니 나무랄 데가 없는 것이지. 인터뷰 후 몽로를 열어, 수시로 드나들며 선배의 음식맛을 자주 맛봤더랬다. 여전히 건재한 박찬일 셰프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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