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o The Summer

Jeep Story VOL.07 SUMMER | 피쳐 아티클

by 정윤희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보다가 ‘가장 완벽한 계획이 뭔지 알아? 무계획이야!’라는 대사를 들었을 때, 무릎을 탁 쳤다. 올여름 뉴 랭글러 루비콘 파워탑과 떠날 여행지를 찾느라 난항을 겪고 있던 차에 이거다 싶었다. 어떤 계획도 없이 루비콘에게 온전히 모든 것을 맡겨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완벽한 여행이 되겠구나 싶었다. 세상 어디라도 갈 수 있는 Jeep만의 도전 정신으로 무장하고 떠난 이번 여행의 총평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었다. 즐거움도 두 배, 짜릿함도 두 배였던 올 뉴 랭글러 루비콘과의 아주 완벽한 여행, 지금부터 만나보자.



©Kim Joo Won

언젠가부터 여행은 쉼표를 찍기보다 도돌이표를 이어붙인 시간이 되어가고 있다. 저마다 주워모은 천편일률적인 명소와 맛집으로 빼곡한 일정을 채우고, SNS에 쏘아올릴 사진만 염두에 둘 뿐이다. 휴식이 자칫 노동으로 얼룩질 수 있는 여행 현실에, 문득 브레이크를 걸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올 뉴 랭글러 루비콘(All NEW WRANGLER RUBICON)과 함께 ‘무계획’이라는 과감한 시도를 결심했고, 평소와 다른 설레임과 기대감을 잔뜩 안고 출발했다.


일단 ‘무계획’의 기본은 경계를 정하는 일이다. 그래야 정해진 경계에 가까워질수록 표류하던 목표나 미션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그때 부표를 하나씩 건져올리는 것이 이 여행의 핵심이다. 무계획의 첫 경계는 강원도로 정했다. 산이냐 바다냐 결정 장애로 고민할 필요도 없고 무더위를 피한 피서지로, 첩첩산중에서 불어오는 탄산 같은 바람의 맛까지 고루 갖춘 곳이었으니까. 경기도에서 강원도로 접어들 무렵, 떠오르는 부표 하나를 건져보았다. 해발 1,100m의 고산지대 안반데기. 청명한 밤하늘에 은하수와 쏟아지는 별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넓은 고랭지 배추밭까지 더해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고 익히 소문을 들은지라 그곳으로 달렸다. 게다가 우리에겐 루비콘 파워탑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목적지에 다가갈수록 구름이 짙어졌다. 고지대에 오르면 저 먹구름을 뚫고 올라가겠지 싶었으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급기야 안반데기에 도착했을 때는 짙은 안개가 사방을 에워싸고 묵직한 이슬비까지 뿌려댔다. 기다린다고 먹구름 사이로 별이 보일 리 만무했다. 언젠가 하루키의 에세이에서 밑줄까지 그어가며 읽었던 글이 떠올랐다. ‘여행지에서 모든 일이 잘 풀리면 그것은 여행이 아니다 라는 것이 나의 여행 철학이다.’ 애써 하루키 스타일로 포장해가며, 힘겹게 올랐던 좁고 구비진 길을 내려와 두 번째 부표를 집어들었다. 평창 청옥산 육백마지기. 별을 봐야겠다는 야무진 결심 하나가 생기고 나니, 상대적으로 장소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 고지대면서 차가 올라갈 수 있는 이곳이 안성맞춤이었다.



©Kim Joo Won


밤하늘의 날씨는 이제 우리 몫이 아닌 하늘의 뜻이었다. 새벽 2시 짐을 챙겨 청옥산으로 달렸다. 청옥산은 해발 1,256m의 청옥산은 행정구역상 평창군과 정선군에 걸쳐 있는 산으로, 청옥으로 불리는 산나물이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칠흙 같은 어둠 속을 달려가면서도 연신 하늘을 올려다봤으나, 별보다는 구름이 더 많아보였다. 능선이 평탄한 편이긴 하나 또아리치듯 구부정한 오르막길은 꺾어지는 각도가 예사롭지 않았다. 2륜에서 4륜 구동으로 전환하니 올 뉴 랭글러 루비콘 차체에 힘이 실어지면서 타이어의 쫀쫀한 기운까지 핸들에 전해졌다. 또 한치 앞도 분간키 힘든 어둠 속에서 시그니처 LED 리플렉터 헤드램프 덕에 시야가 확보되어 칠흙 같은 야간 산행 주행임에도 편했다. 구비구비 산길을 따라 거의 정상에 가까워지자 스스로 불을 깜박이며 도는 거대한 풍력 발전기의 모습이 하나둘씩 등장했다. 마치 신비한 우주 정거장으로 들어가는 진입하는 느낌이었다. 3호기 주변에 차를 세우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은하수 대신 새벽별만 수줍게 남아있다. 허망한 마음 뒤에 바로 한기가 온몸으로 스민다. 아, 무계획이 아니라 무모한 여행이었나 싶은데, 동쪽 하늘 방향에 어스름히 밀고 들어오는 빛이 보인다. 여명의 기운이다. 그래, 이맛이야, 별 대신 일출.


청옥산 정상인 이곳 육백마지기는 대관령보다 400m나 높아 한여름의 청량감도 남다르다.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였으나 지금은 아주 소량의 밭이 남아있다. ‘육백마지기’란 이름 또한 이곳 밭의 규모를 칭하는 데서 유래한 것이다. 해 뜨고 지는 일과 물 들고나는 일만큼 빠른 것이 있을까 싶게, 푸른 기운 반, 노란 기운 반이 동녘에 차오른다. 어둠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육백마지기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봉우리를 따라 늘어선 거대한 풍력 바람개비와 발 아래 펼쳐진 초록 세상은 차마 현실이 아닌 듯했다.



©Kim Joo Won


©Kim Joo Won


맑게 개인 날의 일출이었다면 평범했겠지만, 한소끔 비 내린 다음날의 해돋이는 변화무쌍 그 자체였다. 아침 해와 구름이 숨바꼭질하듯 해가 숨었다가 구름이 찾아내면 다시 숨고, 구름이 숨었다가 해가 찾으면 다시 숨고... 무엇보다 올 뉴 랭글러 루비콘의 스카이 원터치(Sky One-Touch) 파워탑은 버튼 하나로 20초 만에 루프를 열어준다. 오픈 에어링은 물론 그림 같은 일출을 감상하기에 제격이었다. 마치 대자연 다큐멘타리를 4D 스크린 파노라마 버전으로 보는 느낌이랄까. 눈부신 햇살에 눈이 부시고, 촉촉한 안개가 차 안으로 밀려들어오면 소름이 돋고, 바람이 불면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체험은 두고두고 떠올릴 소중한 추억이었다. 그것도 잠시 어느 순간, 거대한 산 안개가 육백마지기와 루비콘을 덮어버렸다.


5분 간격으로 변하는 낯선 일출 앞에서 적응해 갈 무렵, 아이슬란드에서 통하는 아주 흔한 농담이 떠올랐다. ‘날씨가 별로면, 5분만 기다려 봐.(If you don’t like the weather, just wait five minutes.)‘ 예측불허의 무계획 평창·정선 여행도 이 변화무쌍한 날씨만큼 또다시 흥미진진할테니. 청옥산을 뒤로 하고 내려오다 흥분된 마음이 가라앉을 때쯤, 새벽부터 지금껏 빈속이라는 생각이 났다. 그제서야 떠오르는 부표가 보인다. 모닝커피 한 잔 후 이곳 토속 음식으로 한끼니. 부근에 새로 생긴 산속 카페로 내달렸는데 안타깝게 휴무일이다. 대신 그곳에서 ‘정선 커피씨’ 카페의 정보를 얻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이 집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실버톤의 머리색이 예사롭지 않은 바리스터분이 선하게 맞아주셨고, 차분한 손놀림으로 내리는 커피향에 육백마지기에서 언 몸이 풀린다. 커피 씨앗의 ‘씨’와 3인칭 대명사의 ‘씨’의 뜻을 담고 있는 카페 정선커피씨는 주인을 닮아 구석구석 소박하다. 신맛이 강한 예가체프 한잔에 무심코 베어문 곰취나물 마카롱이 예사롭지 않다. 사북 지역에서 지역의 맛으로 특화시킨 마카롱을 받아 취급하는데, 그 종류가 다양하고 맛도 월등하다. 천연색소만 사용하고 곰취나물과 오미자, 서리태 등 이름부터 흥미로운 마카롱에 커피 한모금, 황홀한 모닝커피 맛이었다. 이쯤되니 본격적으로 배고픔이 밀려왔다. 다음 부표가 마땅치 않을 때, 사장님의 추천을 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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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Joo Won


바로 옆 은혜식당. 정선에서 으레 찾는 기본적인 메뉴들을 다루긴 하지만, 지역 주민들이 많이 가는 곳이라고 하니, 알짜배기일 확률이 높다. 온갖 광고와 TV 프로그램명이 난무하는 소위 맛집보다 알려지지 않은 숨은 맛집이 더 빛이 나는 법. 35년 동안 정선역 앞에서 자리를 지킨 할머니의 손맛이라는데, 여러 메뉴가 있지만 ‘메밀국죽’을 콕 집어주셨다. 낡은 식당문을 열고 들어가 이름도 낯선 메밀국죽을 주문했다. 허리가 몹시 굽은 주인 할머니가 좁은 식당에서 분주하게 움직이신다. 얼마 후 테이블에 올려진 메밀국죽은 태어나 처음보는 비주얼이다. 구수한 된장국에 찐 메밀쌀을 넣어 끓인 낯선 음식은 한 수저 뜨고 나서야 격하게 이해가 됐다. 과음을 한 것도 아닌데 속이 확 풀렸고 톡톡 씹히는 메밀쌀의 질감이 좋았다. ‘저 가면 맛난 것도 많은데 암것도 아닌 이것을 묵으러 예까지 왔나. 나 어렸을 때부터 먹고 자란 음식이라... 별것도 없다.’ 하시면서도 뭐 더 필요한 거 없냐며 챙기는 주인 할머니의 말이 메밀국죽보다 더 깊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정선앞을 지키며 오가는 이들의 배를 넉넉하게 채워줬을 메밀국죽 한그릇, 무계획의 이 여행에 정점을 찍는다.



덕산기 계곡에서의 이 컷은 급기야 표지 사진으로 간택되어 커버를 장식하는 영광을 안았다. ©Kim Joo Won


다음 행선지의 부표는 이미 가지고 있다. 정선카페씨에서 은혜식당과 더불어 한군데 더 추천받은 터였다. 덕산기 계곡. 오래된 빈티지 4륜 구동차 오너인 사장님이 직접 알려주신 오지 트레킹과 오프로드의 성지(현재는 오프로드 금지구역임)다. 올 뉴 랭글러 루비콘도 솔깃해질만한 장소다. 덕산기 계곡은 정선읍 덕우리에 위치하며, 중간중간 만나는 서너 개의 민박집과 숲속 책방 하나를 빼면, 사람 그림자보다 나무와 바위, 꽃의 그림자가 훨씬 많은 순정의 계곡이다. 약 12km의 포장길과 자갈밭 구간으로 이어져 4륜 집안의 특전사 출신 올 뉴 랭글러 루비콘이라면 끝까지 종주 가능하다. 4×4 시스템으로 탁월한 접지력과 구동력을 가진 올 뉴 랭글러는 험난한 길과 낮은 개울, 깊은 물 웅덩이까지 가볍게 소화해낸다. 온갖 종류의 장애물을 만나도 어벤져스다운 면모로 밀고 나가는 뚝심 덕에 운전 내내 든든했다.


이번 평창·정선의 대장정, 무계획은 신의 한수였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는 법정스님의 말씀은 가슴 깊이 새기지만, 길이 아니어도 일단 한번 가보는 도전 정신과 모험심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을 잡아두었다면 드라마틱한 강원의 대자연과 푸근하고 투박한 사람은 내게 없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 귀한 것들을 고스란히 남겨준 올 뉴 랭글러 루비콘에게 감사하며, 앞으로의 여행은 당분간 무계획으로 시도해 봐야겠다.


글 | 정윤희 / 사진 | 김주원



청옥산 육백마지기

주소 :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길 583-76

정보 : 풍력발전기 3호기 주차장 차박 가능


덕산기 계곡 (현재 이 계곡은 오프로드 금지 지역임)

주소 :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여탄리

정보 : 자연휴식년제 실시 중 여름 시즌만 개방


정선커피씨

주소 :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애산리

전화번호 : 033-563-3599

메뉴 : 드립커피 더치커피 마카롱


은혜식당

주소 :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애산리 415-45

전화번호 : 033-562-1999

메뉴 : 메밀국죽 콧등치기국수



©2019. JEONG YOUN HEE. All rights reserved.




Episode

©Jeong Youn Hee

올뉴 랭글러 루비콘이 눈부신 모히또 컬러로 출시되면서, 차를 부각시켜줄 만한 장소를 고심해서 찾은 장소가 강원도 정선이었다. 새로운 파워탑(오토 썬루프) 기능을 보여줄 겸, 포토와 논의 후 안반데기에서 은하수를 함께 담기로 했지만, 촬영날 출발부터 날씨 조짐이 안 좋더니, 결국 안반데기는 먹구름이 덮친 상태였다. 1초 망연자실. 한두번 겪는 일도 아니니, 두뇌를 풀파워로 가동시켜 플랜B를 짜고, 육백마지기 새벽 촬영으로 계획 전면 수정했다.

숙소 밤 10시 체크인 하고 새벽 2시에 나오는 사상 초유의 헤프닝을 뒤로 하고, 늦봄의 산정상 추위로 오돌오돌 떨며, 맞이하는 여명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순간이다. 밤이 새벽으로, 새벽이 아침으로 변하는 모든 순간을 실시간 스트리밍을 목격했던 그 날은 오히려 럭키비키였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