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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Nov 03. 2023

<톡 투 미> 주작인 줄 90초 빙의 분신사바의 최후

SNS 챌린지 겁도 없이 도전한 십 대들

미아(소피 와일드)는 SNS를 점령한 빙의 챌린지가 있다는 말에 솔깃해진다. 친구 제이드(알렉산드라 젠슨)와 라일리(조 버드)와 위험한 게임에 동참한다. 일단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묶고 초를 켠다. 죽은 영매의 손을 잡고 ‘내게 말해’라고 속삭이면 영혼이 눈앞에 나타난다. 그 후 내 몸을 잠식하도록 ‘들여 보낸다’라고 말하면 90초간 빙의 된다는 거다.      


처음에는 당연히 주작 영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직접 경험해 보니 빠져나올 수 없는 묘한 중독성이 있었다. 빙의되면 마치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고 이상한 소리로 온갖 소란을 피운다. 깨어나면 빙의 중 기억은 전무했다. 무슨 말과 행동을 하게 될지 알 수 없었지만 핫한 인싸 챌린지를 거스르는 게 무서웠다. 겁쟁이로 낙인찍히는 게 귀신보다 더 무서웠다.     

한편, 미아는 엄마를 잃고 우울감에 젖어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밝은 표정을 보지만 혼자 있을 때마다 외로움을 참지 못하고, 잠도 들지 못해 괴로워하는 중이다. 사랑하는 엄마가 자신을 두고 떠나갔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아빠 말대로 유서가 발견되었기에 받아들여야만 하는 사실이다.     


그러던 중 라일리의 몸에 죽은 엄마가 빙의 되고, 조금이라도 함께 하고 싶어 룰을 어기는 대참사가 벌어진다. 이후 미아 주변은 이상한 일들이 끊이지 않는다. 엄마의 형상이 일상에 침투해 지장을 주는 건 물론, 소원했던 아버지와의 관계도 최악으로 치닫는다. 더욱 공포스러운 것은 아직 최악은 시작조차하지 않았다는 거다. 과연 미아는 빙의 후유증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90초 빙의라는 새로움     

호러 영화는 아직도 신인의 등용문으로 불린다. 관객이 주인공과 동화되며 집중하게 되는 힘은 새로운 얼굴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톡 투 미>의 주인공 ‘소피 와일드’와 아역 ‘조 버드’의 캐스팅은 신의 한 수였다. 제작진은 미아 역을 찾아 2년 동안 캐스팅 난항을 겪다가 소피 와일드를 기적적으로 찾았다고 한다. 극한 빙의 연기를 보여 준 라일리 역의 조 버드도 어린 나이답지 않은 연기력을 펼친다. 영화 <검은 사제들>의 박소담, <곡성>의 김환희를 연상케 한다.      


작품성과 화제성을 두루 갖춘 제작, 배급사 A24의 영화는 ‘믿고 보는’ 수식어의 대명사가 되었다. 호러 영화 라인업도 웰메이드다. <더 위치>, <더 라이트하우스>, <유전>, <미드소마>, <멘>, <펄> 등 호러 영화도 독창적인 컨셉이 많은 독립 영화계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기업이다. A24의 선구안은 이번에도 정확했다.  

    

호주 출신인 ‘대니 필리푸’ &‘마이클 필리푸’ 쌍둥이 감독은 Z세대를 대표하는 혈기와 기발한 아이디어를 갖춘 신예이자 유명 크리에이터다. <톡 투 미> 또한 공개 후 치열한 경쟁 끝에 북미 배급권과 시퀄 제작까지 확정했다. 역대 최고 흥행 호러로 등극하며 제작비의 19배 이상을 벌어들였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94%(23.11.1)를 기록하며 재미와 공포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제2의 <쏘우>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치기 어린 호기심이 부른 대참사     

영화는 장르의 틀을 깨고 색다른 시도로 Z세대를 공략한다. 빙의되어 이상한 모습이 되거나, 잠깐씩 소환되는 귀신이 무서운 게 아니다. 선 넘은 장난과 호기심으로 깬 금기가 어떤 식으로 내면을 잠식해 가는지 과정을 동참한다는 데 있다. 관객도 빙의 챌린지의 일원이 된 듯 긴장감이 조여온다.      


‘빙의’라는 고전적 오컬트 소재를 젊은 감각으로 그려 냈다. SNS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고 싶은 욕망과 90초간 빙의 캘린지의 섬뜩함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문다. 관심 끌고 싶은 치기 어린 욕망이 가족과 주변의 삶을 어떻게 앗아가는지 보여준다. 철없는 집단행동은 점차 심각함을 더해가고 있지만 죄책감은 덜해 무모한 일을 계속 벌인다. 경찰이나 부모에게 알릴 수 없어 자기들끼리 해결하려다가 더 큰 화를 입는다.     


또한 상실의 아픔을 가진 캐릭터를 통해 단순히 공포만을 답습하지 않는다. 가족을 잃고 축제에 초대된 <미드 소마>의 대니처럼 슬픔이 동반된 공포다. 점프 스퀘어보다는 심리적으로 지쳤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불안을 세밀히 조율한 흔적이 돋보인다.      


미아는 결국 엄마와 재회할 수단으로 빙의를 반복 사용한다. 그로 인해 벌어지는 참사를 수습하려 고군분투하지만 그럴수록 수렁에 빠져들어 충격적인 결과를 맞는다. 예상할 수 없는 신선한 스토리와 드라마적 요소가 짙은 탄탄한 이야기를 95분 안에 갈아 넣은 감독의 패기가 느껴진다. 쿠키는 없지만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결말로 호기심을 유발한다. 참신한 공포 영화를 찾는다면 추천한다.


<서울의 봄> '12.12 사건' 정조준 실화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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