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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Sep 17. 2024

<베테랑 2> 나쁜 살인 좋은 살인이 따로 있나?


여전히 바쁜 수사로 눈코 뜰 새 없는 서도철 형사(황정민)는 최근 한 교수의 죽음이 연쇄살인의 시작이라 판단해 수사에 착수한다. 9년 동안 동고동락하며 더욱 끈끈해진 강력범죄수사대의 든든한 팀웍으로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고 추적하며 범인을 향해간다. 하지만 범인의 살인예고로 긴장감이 고조되며 수사에 난항을 겪는다.     

한편, 온라인에서는 밤인을 해치라 부르며 정의 구현의 상징으로 치켜세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자신이 벌인 범죄와 똑같이 살해된 사람들이 늘어나며 국민의 관심은 커지게 된다. 그러던 중 UFC 경찰로 떠오른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가 베테랑 팀에 합류하지만, 사건은 또 다른 방향으로 흐르며 허우적거린다.      


전편과 확 달라진 어두운 분위기     

9년 만에 만들어진 속편은 전편과 전혀 다른 톤 앤 매너를 택했다. 사이다 결말을 원하는 요즘 관객의 취향에 확실한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류 감독의 장기인 독특한 액션 시퀀스는 유지했으나 다양한 인물이 여러 사건과 얽히며 다소 산만해진 서사는 아쉽다.      


그동안 한국 사회의 범죄 유형과 류승완 감독의 변화를 실험하는 무대다. 단순하지 못한 사회현상을 지켜보는 국민이자 연출자로서의 고민이 집약되어 있다. 친숙함과 익숙함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움과 신선함을 주어야 한다는 압박은 달라진 영화 속 인물의 상황과도 겹친다. 첫 번째 시리즈 연출의 부담, 자기 복제 지양을 중심에 두었다. 웃고 떠들며 러닝타임을 즐기는 것도 좋겠지만 끝난 후 누구라도 붙잡고 토론하고 싶은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나와 내 주변을 떠올려 감정 이입하다 보면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상호작용이 목적인 것 같다. 박력과 타격감으로 중무장한 스펙터클한 액션도 눈여겨볼 만하다. 류 감독의 장기인 시원한 액션 장기가 발휘된 총 4번의 격투신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서도철이 맞고 구르고 터지면서 아파할수록 쾌감이 커지는 극장만의 특별한 체험이 인상적이다.     


특히 베테랑의 다른 이름이기도 한 서도철의 성장이 눈에 띈다. 가정과 직장 생활이 순탄 못한 대한민국 가장을 위로하는 서민 영웅의 딜레마가 느껴진다. 서먹했던 부자관계를 해소해 기성세대가 현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진심을 드러낸다. ‘아빠가 생각이 짧았다’는 말로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아는 멋진 어른의 자세다.      

정의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는..     

사법제도의 문제점을 필두로 사적 단죄, 사이버 렉카, 미디어의 양면성, 학폭, 이주민 등 최근 다양한 콘텐츠에서 다뤄지는 이슈를 녹여 냈다. 시리즈 ‘비질란테’, ‘노 웨이 아웃: 더 룰렛’. 드라마 ‘국민사형투표’와 일부 겹치는 소재다. 돈과 권력으로 기우는 법의 심판, 미디어 알고리즘으로 인해 원하는 정보만 섭취하는 편식, 그로 인한 오해와 공분이 만든 가짜 뉴스 속에 살아가고 있는 소시민을 향한 경고다. 스스로 진실을 듣고 볼 수 있는 감각을 키워야 한다는 21세기식 생존법이지 싶다.          


전편이 선과 악의 확실한 대결이었다면 속편은 정의와 신념의 모호한 싸움이다. 딱 잘라, 옳다 그르다로 판단하기 힘든 가치관의 가변적인 속성을 뚝심 있게 보여준다. 상황, 처지에 따라 악인과 선인을 넘나드는 복잡한 인간 군상을 황정민과 정해인의 얼굴로 대표했다. 극중 서도철의 입을 빌린 ‘나쁜 살인 좋은 살인이 있냐’는 대사는 전편의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명대사와 겹지는 마술을 부린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경찰이란 가면 뒤에 숨어 대중을 이용하고 마녀사냥을 즐기며 사회 혼란을 즐기는 왜곡된 정의를 품은 사람이 박선우다. 1+1처럼 붙어 다니는 소시오패스와 나르시시즘이 결합한 위험천만한 인물이자 실체 없는 악의 발생과 형태를 인물화한 사례다. 그래서일까. 뚜렷한 범행 동기 없고 과거 사연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타인이 붙여준 별명 ‘해치’를 이용해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필요하면 가면도 쓰고 사람을 도구로 활용하며 갖은 처세술을 펼친다. 마치 신이 된 듯 체스판의 말처럼 원하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진두지휘한다. 박선우의 서늘한 눈과 과격한 몸으로 고스란히 보여준다. 바르고 선한 인상이 진한 정해인은 소시오패스를 연구하며 맑은 광인의 눈과 섬뜩한 미소를 장착해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전편의 빌런보다 임팩트는 약하나 오랜 잔상이 남는 빌런이다.     


마지막으로 다 양한 카메오가 출연해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류승완 감독과 인연 있는 배우진 뿐만 아니라, 전편의 서서가 이어지는 캐릭터의 변화도 포인트다. 쿠키영상으로 3편을 상상하는 기대감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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