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소드 연기'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일의 고찰

by 장혜령

영화 <메소드 연기>는 배우 이동휘를 이용한 메타 영화다. 이동휘가 극 중 이동휘를 연기하는 동시에 필모그래피와 이미지를 적극 활용한 설정극이자 페이크 다큐를 표방한다. 코믹으로 굳어진 이미지를 첫 정극, 그것도 사극에서 타파해야 할 극한 도전을 수행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캐릭터 '알계인'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배우 이동휘(이동휘)는 더 이상 웃기는 배우로 기억되길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매번 비슷한 시나리오만 들어오는 수난을 겪을 뿐, 다음 단계의 도약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그러던 중 극적으로 드라마 <경화수월>에서 왕으로 캐스팅되며 정극에 도전하지만, 매니저로 분한 형 동태(윤경호)와 톱스타 후배 태민(강찬희)까지 가세하자 촬영장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단편에서 장편으로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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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의 시작에는 윤종빈 감독의 적극적인 멘토링이 있었다. 배우 출신 이기혁 감독이 현장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시나리오로 녹여낸 데뷔작이다. 이동휘는 단편 <메소드 연기>(2020)로 이기혁 감독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단선적인 상황에만 머물렀던 30여 분의 단편은 92분으로 늘어났다. 인물의 동선과 관계는 촬영장을 넘어 가족, 소속사로 확장되었다. 고무된 이동휘는 영화의 기획과 제작자로 분했다. 그렇게 이동휘에 의한, 이동휘를 향한, 이동휘가 오직 연기력만으로 승부하는 모습을 확인하는 장편이 탄생하게 되었다.


<메소드 연기>는 20년 지기 친구인 이기혁 감독과 배우 이동휘가 인간, 배우, 캐릭터의 삼단 변신을 보여줄 기회다. 웃긴 연기의 달인, 패셔니스타, 프로젝트 그룹 MSG 워너비의 멤버라는 타이틀에서 진중한 배우로 자리매김할 도전으로 읽히는 이유다.


배우 이동휘의 이름과 얼굴을 알린 작품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과 영화 <극한직업>이다. 두 작품은 기념비적인 성공과 인지도를 안겼다. 이후 스스로 고민이 많았는지 초심으로 돌아갔다. 필모그래피를 훑어보면 독립영화 행보가 꾸준하다.


<어린 의뢰인>를 시작으로 <국도극장>, <결혼, 하겠나?>,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로 이어지는 발자취가 이를 증명한다. 짠 내 나는 생활 연기로 영화가 끝나도 어딘가에서 있을법한 인물을 실감 나게 보여주며 단순히 웃기는 배우에서 연기도 잘하는 배우로 자리매김 해나갔다.


인생이란 연극의 메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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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무엇보다 허구와 현실의 아이러니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듯한 사실감이 묘미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실제이고 허구인지 경계가 모호하다. 대중 앞에 드러난 이동휘의 숨겨왔던 진심이 거침없이 담겼으며, 카메라가 꺼진 후 촬영장의 민낯까지 하이퍼리얼리즘으로 펼쳐진다.


가벼운 코미디를 생각하고 입장했다면 당황스럽게도 묵직함을 짊어지고 퇴장할지도 모른다. 생각 없이 웃다 보면 어느샌가 울게 되고 종국에는 씁쓸한 미소가 번진다. 배우이자 개인으로 들었던 고민이 영화 밖 관객에게도 그대로 전해진다.


인간을 향한 연민과 통찰이 지배하는 드라마다. 무대의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는 화려함과 무대 뒤 불안함을 견디는 혼자만의 시간은 배우라는 특정 직업군에 국한하지 않는다. 희비가 교차되는 인생이란 무대 위 삶은 누구나 비슷하다. 일상과 사회생활에도 여전히 가면을 쓴 채 ‘나’를 연기해야 한다. 가족 앞에서의 나와 직업인으로서의 나, 때와 상황에 따라 수많은 페르소나를 갈아끼우는 현대인의 고충과도 맞물린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의 딜레마를 매일 느끼며 살아가는 모두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지 철학적 사유까지 묻는다.


이 몫을 단단히 해나가는 배우는 이동휘의 엄마 정복자를 연기한 김금순이다. 자식에게 아픈 기색을 보이지 않기 위해 씩씩한 엄마 역할을 수행하는 진정한 메소드 연기의 달인이다. 또한 이동휘의 형 이동태를 맡은 윤경호의 호연은 가족의 앙상블을 완성한다. 배우가 꿈이지만 현실은 연기 선생님인 격차 앞에서 누구보다 동생을 응원하던 중 얼떨결에 촬영장에 투입된 극적인 과정이 웃음의 한 축을 담당한다. 코미디 연기가 가장 어렵다는 배우들의 고백을 증명이라도 하듯 동태는 어려움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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