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수사' 7년 묵힌 묵은지가 좋지만 싫은 이유

by 장혜령

영화 <끝장수사>는 혐관으로 시작된 나이, 직급, 세대 차이로 묶인 형사 콤비가 미궁에 빠진 사건에 힘을 합쳐 팀워크를 완성하는 이야기다. 2019년 <출장수사>로 촬영을 마치고 2020년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과 배성우의 음주 운전으로 공개되지 못했다. 주연 배성우와 함께 제작진은 길고 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7년 만에 영화는 케케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끝장수사>로 제목을 바꾸며 심기일전에 나섰다.


작품은 2016년 영화진흥위원회의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박철환 감독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다. 영화 <10억>의 조감독을 지나 드디어 영화감독으로 데뷔를 앞두었던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시리즈 <그리드>, <지배종>을 먼저 선보이게 되었다. 지금은 항블리 이미지로 사랑받는 윤경호가 억울하면서도 악랄한 얼굴을 숨겨야만 했고, 정가람은 국방의 의무를 마쳤다. 신인 티를 벗고 어엿한 배우로 성장한 모습이다.

싫지 않은 익숙한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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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끝에 공개된 <끝장수사>는 영화 자체로는 큰 문제가 없다. 여러 번의 편집을 통해 콤팩트해진 이야기가 군더더기 없이 떨어진다. 영화 속 소품, 패션 센스, 단어 선정 등이 어쩔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이 드러나지만. 촌스러움이 오히려 레트로 감성, 인간미와 맞물려 호감으로 상승된다.


전형성을 검증된 재미로 친다면 가성비 면에서 괜찮은 편이다. 하나의 사건에 두 명의 용의자가 생겨버린 상황을 촘촘하게 풀어간다. 아는 맛의 정겨움과 익숙함 사이에서 정박과 엇박의 리듬감, 뜻밖의 반전도 선보인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배우진의 연기 앙상블도 진정성으로 돋보인다. 중심에는 배성우가 있고 그를 필두로 이끌어가는 내공이 느껴진다.


일본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참조해 만든 이야기는 시골로 좌천된 베테랑 형사의 삐걱거림과 학벌, 외모, 재산까지 갖춘 잘나가는 신입 형사의 티키타카 공조 수사로 뜻밖의 활력을 찾아간다. 시골 교회 헌금함에서 48,700원을 훔친 절도범이 사실은 강남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밝혀지자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서울로 출장을 떠난다.


재혁(배성우)과 중호(정가람)는 강남 경찰서 엘리트 팀장 민호(조한철)의 미덥지 않은 공조에 굴하지 않고 진범을 찾아 헤매는데, 티격태격하다 정든다고 어느새 진짜 파트너가 되어간다. 그 과정에서 영화는 <투캅스>, <공공의 적>으로 굳어진 한국형 범죄 수사물의 아우라를 등에 업고, 비슷하면서도 색다른 매력으로 정면 승부에 나선다.

대부분의 캐릭터는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차가운 사람처럼 보였지만 사실 마음 따뜻한 구석이 있고, 베테랑 같아도 치명적인 실수를 종종 저지르며, 초보라서 밑도 끝도 없이 밀어붙이다가 결정적 단서를 찾는 식이다. 단점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장점이 될 수 있는 다르게 보기 논리가 클리셰를 비트는 변주로 작용한다.

타이밍 놓친 아쉬움이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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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를 오래 묵혔다고 해서 맛있는 묵은지가 되는 게 아니듯. 모든 것에는 가장 좋은 때, 타이밍의 한계도 드러난다. 그래서일까. <끝장수사>의 개봉 시기가 유독 아쉽다. 원래대로 개봉했더라면 <범죄도시> 같은 프랜차이즈화 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촌구석으로 좌천당한 형사의 촉이 전국의 미제 사건 재수사로 확장된다고 생각해 보자. 국제적인 범죄로 확대된다면 마석도에 비견되는 전설적인 캐릭터로 자리 잡았을지 누가 알겠나.

영화는 현대의 트렌드를 반영해 기록하는 매체다. 아무리 흥미로운 이야기와 늘어지지 않는 편집, 매력적인 캐릭터에 공들였다고 해도 시의성을 잃어버린다면 변수가 생긴다. 또한 형사인 직업적 클리셰가 배우의 사생활과 연결될 때, 관객 몰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도 미지수다. AI가 실생활에 스며들고, 어제의 일도 이미 구시대적 산물이 될 수 있는 빠른 변화 속에서 <끝장수사>가 얼마나 관객의 재미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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