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는 봄의 청량함과 풋풋함을 담아 4월의 첫 주를 밝힌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이하 오세이사),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를 연출한 미키 타카히로 감독의 신작으로 <오세이사> 신드롬을 일으킨 제작진이 다시 한번 뭉쳤다.
일본의 감성 로맨스 장인 미키 타카히로 감독은 <소라닌>으로 시작된 팬덤 현상을 이어온 빛의 마술사로 불린다. 빛을 활용한 탁월한 감정선 장인, 음악을 통해서는 캐릭터의 속마음과 상황을 녹여내는 일본의 대표 로맨스 감독이다.<오세이사>는 국내 누적 관객 수 127만을 동원하며 감성 로맨스의 선두 주자로 등극한 바 있다. 동명의 한국판 리메이크까지 진행되어 청춘 로맨스물의 지평을 넓히는 데 일조했다.
클리셰를 장점으로 승화
<오세이사>와 <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의 작가, 감독, 배우가 다시 만나 화제다. <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는 이치조 미사키의 동명 소설을 또다시 영화화하며 일본 1020 세대의 지지를 얻었다. 전작에 이어 특별한 병명 때문에 가까워졌지만 끝내 멀어지는 설정, 미치에다 슌스케가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린 클리셰는 아는 맛도 즐겁게 먹기 좋은 관전 포인트다.
미치에다 슌스케는 투명한 피부와 큰 눈망울을 지닌 가녀린 외모로 보호본능을 부르며 인기를 얻었다. 전작 <오세이사>에서 시한부를 선고받았다면 이번에는 딸을 지키는 든든한 아빠이자 성실한 공무원으로 분해 색다른 매력을 전한다.
상대역 누쿠미 메루는 글을 읽고 쓰는 데 어려움을 겪는 아야네를 맡았다. 글로 다하지 못한 마음을 노래로 전하는 인물을 통해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주도한다. 일본에서 차세대 연기파로 주목받는 신예로 거칠고 반항적인 십 대 시절부터 데뷔 후 무대의 빛나는 스타의 퍼포먼스까지 펼친다. 또한 폭넓은 감정 스펙트럼뿐만 아이라 강인한 생명력을 호소력 짙은 음색으로 승화한다.
<오세이사>가 선행성 기억상실증이라는 특별한 소재로 청춘의 사랑을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선천적 난독증을 초월한 음악적 성취가 짙은 러브 스토리에 덧입혀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제목처럼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가 꽃피워 세상에 울려 퍼진다면.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씨앗으로 자라 또 다른 꽃이 되어 가길 바라는 염원이 담겼다.
시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소년 하루토(미치에다 슌스케)와 노래로 감정을 전하는 소녀 아야네(누쿠미 메루)가 다름을 통해 서로를 인정하고 음악으로 하나 되는 과정을 그린다. 평범한 소년의 지루한 시간에 불쑥 찾아온 천재 소녀의 등장은 각자의 삶을 조금씩 변하게 만든다. 둘은 고교 시절에 만나 10년이란 세월 동안 여러 부침을 겪게 되지만 결국 사랑을 확인하고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 둘 사이 예쁜 딸까지 생겨 완벽한 가족이 된 기쁨도 잠시,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아 혼란스러움이 커진다.
이별은 끝이 아닌 시작
영화는 단순히 청춘 로맨스로 국한하기보다 성장 영화로 확장한 서사는 꿈꾸는 모든 청춘을 응원하는 단단한 울림으로 가닿기 충분하다. 이별을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받아들이는 긍정적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재도약하는 계기로 나아가길 독려한다.
오랜 슬픔에 잠식되어 매몰되기보다 앞을 향해 빨리 털고 나아가는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결핍을 지는 두 사람이 연결되는 매개는 음악이고, 음악은 시간이 지나도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기억이다. 부정적인 기운을 멀리하고 한발 앞서는 미래지향적인 사고는 시에서 파생된 가사와 상상을 구현한 아름다운 멜로디로 진화한다.
다만, 일본어 특유의 정서를 알아듣기 어려워 슬픔의 무게와 크기가 제대로 전달될지 의문이다. 초반 관계 형성의 빌드업은 오래 걸리지만, 우여곡절 끝에 결실을 맺는 후반부는 빠르게 훑고 지나가 버려 아쉽다. 과한 감정 장면 없이 서정적인 톤 앤 매너, 적당한 선을 지키는 분위기가 한국 관객에게 어떤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