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유년시절 트라우마가 있을 것이다. 1976년 만들어진 <오멘>을 지금에서야 봤다. 볼꼴 못 볼 꼴 다 본 어른이 된 후 충격적이기보다는 어설퍼서 정감 있어 보이는 고어 장면이 웃펐다. 그러나 사춘기였다면 꽤나 잠 못 이룰 거라 짐작한다. 영화 《오멘》은 당시 전 세계 사람들 혼란에 빠트린 강력한 오컬트 호러다.
음산한 음악과 효과음이 숨은 조력자
"지혜가 여기 있으니 총명 있는 자는 그 짐승의 수를 세어 보라.
그 수는 사람의 수인 666이니라"
-요한 계시록 13장 18절-
6월 6일 6시 태어난 사탄의 탄생. 요한 계시록의 아마게돈을 수행하기 위해 같은 날 태어난 아이를 죽이고 그 부모에게 입양된 아이 '데미안'이 원흉이다.
오멘은 '징조'라는 뜻이다. 적그리스도의 징조들은 아이가 5살 되던 해 서서히 발현된다. 먼저 데미안의 생일파티에 보모 홀리가 자살한다. 행복했던 가족의 비극은 입양 5년 후부터 시작된다. 한 편, 새 보모 베일락(빌리 화이트로)은 수상한 검은 개를 집안에 들여 신경을 긁는다. 사실상 보모는 악마 숭배 집단의 일원이었고 데미안을 보호하러 온 조력자다.
그 장소에 있던 사진기자 제닝스(데이비드 워너)는 필름을 현상하다가 이상한 표식을 발견한다. 심령 사진 같은 표식은 일종의 복선이었다. 또한 브레넌 신부가 집요하게 찾아와 기분 나쁜 소리를 계속한다. 지금이라도 매일 교회에 나와 예수를 인정하고 성찬에 참여하라는 거다. 그리고 섬뜩한 예언을 한다. 아내와 뱃속 아이도 죽이고 악의 세계를 만들 거란 이야기. 로버트 쏜(그레고리 펙)은 미치광이의 헛소리일뿐 전혀 믿지 않는다.
당연히 괴이한 일들의 연속이다. 사진에 찍힌 이상한 표식은 그 사람의 죽음을 예언하고 있었다. 브레넌 신부는 쇠꼬챙이에 꿰어 비명횡사한다. (이 장면은 지금 봐도 충격) 데미안은 교회를 심하게 무서워하고, 동물원의 동물들도 난동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급기야 집안에서 자전거 타다 엄마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 자식을 무서워하게 된 엄마는 점점 더 신경직적이된다.
이상한 일들이 꺼림직한 로버트 쏜은 신부가 했던 말의 근원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아들을 죽이라는 칼을 받아들고 온다. 말이 쉽지 어찌 아버지가 자식을 직접 죽일 수 있을까? 갈등하던 로버트 쏜은 제닝스의 머리가 잘리는 모습을 본 후 결심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패하며 데미안은 또 다른 집에 입양 가고 세계 종말은 서서히 앞당겨진다. 아이의 섬뜩한 웃음으로 영화는 끝난다.
오컬트 교본도 다시 보니 스릴러
영화를 오컬트 영화로 보지 않고 스릴러 영화 보면 흥미롭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신경증적 과민반응 서스펜스 차원으로 보자면 데미안은 서스펜스 유발 원인이다. 이로써 스릴러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데미안이 악마의 자식이란 설정이면 맞아떨어지는 필연의 연속이지만. 사실 다섯 살 아이는 살인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 그냥 우연일 수도 있다. 아이는 오동통하고 발그레한 두 볼로 그냥 쳐다볼 뿐이다.
고전은 고전이다. 어렸을 때 봤다면 꽤나 무서웠을 것 같다. <엑소시스트>를 봤던 유년시절에 잠을 이루지 못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 본 <오멘>은 무섭지 않았다. 다만 수많은 영화의 레퍼런스 삼은 장면들의 시초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음악과 표정, 불길한 징조 암시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영화 내내 압도한다.
한국인들에게 '메밀묵'으로 들린다는 오멘의 OST 'Ave Satani'는 사탄을 찬양하라라는 가사로 '제리 골드 스미스'가 직접 작사했다. 듣기만 해도 오싹하고 음산하며 저주에 걸릴 것 같은 공포스러움이 인상적이다. 1976년 아카데미 영화제 음악상을 수상했다.
[CGV CAV 기획전 관람작]
평점: ★★★☆
한 줄 평: 오컬트 영화의 전설, 왜그런지 알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