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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휴 마지막 날,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영화 5편

by 장혜령
IE002544087_STD.jpg 추석 연휴 마지막날 당신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영화


민족 최대의 명철 추석이다. 명절에 가족들이 모여 차례도 지내고, 못다 한 수다도 떨고, 맛있는 음식도 먹다 보면 우리 영화나 보러 갈까?라는 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명절 연휴가 길면 길수록 극장에 가는 횟수나 편수가 늘어난다. 하지만 2019년 추석은 대체 공휴일 없이 단 4일뿐이다. 짧으면 뭐 어떠랴. 짧으면 짧은 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사정상 극장을 못 간다 해도 영화는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옛날처럼 TV 앞에서 명절 영화를 보려고 대기하지 않아도 된다. 참 좋은 시대다. 누구에게는 풍성하고 즐거운 명절, 누구에게는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명절이다. 자, 그렇다면 2019 한가위 맞이 연휴 마지막 날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줄 영화는 어떤가. 입맛대로 골라보는 5편의 영화를 추천한다.


<신과함께> 동명 웹툰과 영화까지 쌍끌이! 최초 쌍 천만 영화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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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과함께> 스틸컷


파괴왕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 영화판이다. 웹툰의 인기로 뮤지컬로 만들어졌으며, 바다 건너 일본에서 만화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김용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면서 팬들은 가상 캐스팅으로 애정을 과시했다. 그러나 캐스팅이 확정되자, 기대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각색 과정에서 없어진 변호사 진기한을 살려내라는 원성, 평범한 회사원이던 김자홍의 직업을 소방관으로 바꾸면서 불만이 커졌다. 소방관의 직업 특성상 지옥은 프리 패스라는 말이 나왔고, 흥행에 적신호가 켜진 듯했다.


이러한 우려는 뚜껑을 열고나서 싹 사라졌다. 한국형 신파도 이 영화에서는 용인되었다. 1편과 2편의 간극을 비웃기라도 하듯 소포모어 징크스(첫 작품의 성공에 비해 다음 작품 활동이 부진한 경우를 일컫는 말)없이 한국형 판타지의 서막을 알렸다.


1편-죄와 벌이 모성을 자극하는 눈물샘, 지옥을 관광하고 온 듯한 테마마크형 볼거리가 컸다면 2편-인과 연은 차사들의 선배였던 성주신의 등장과 함께 삼차사들의 과거가 밝혀지며, 부성애 스토리텔링으로 중심을 잡았다. 확실히 폭풍눈물 구간을 줄어들었고, 소소한 감동과 웃음 코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안정적인 영화다.


<신과함께 : 죄와 벌> 이후 나온 <신과함께: 인과 연>까지 대한민국 최초 시리즈 쌍 천만 영화가 탄생했다. 원작의 탄탄함과 잘 빠진 각색의 힘을 입증했다. 현대 사회에서 점점 희석되고 있는 효(孝)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며, 현세를 충실히 살자 다짐하게 되었다.


실타래같이 얽힌 인연은 억겁의 시간이 지나도 계속된다는 동양적 사상은 인생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반영한 축소판 같았다. 영화 속에는 코미디, 지옥 여행, 법정 드라마, 감동 코드가 총망라되어 있어 가성비 최고의 영화라 할 수 있다.



<극한직업> 역시 명절에는 코미디 공식이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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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극한직업> 스틸컷


일 년에 두 번 있는 영화 명절 특수 중 2019 설 명절에 개봉해 뜻밖의 흥행 선전을 기록한 영화다. 누구도 <극한직업>이 천만을 넘을 거라 장담하지 못했다. 이미 시들 해진 코미디 장르 탓일까? 연극 무대부터 오랫동안 실력을 쌓아온 류승룡을 중심에 세웠지만 <7번 방의 선물> 이후 티켓파워를 입증하지 못하는 탓에 영화의 기대치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명절에는 역시 웃고 떠드는 코미디'란 공식이 다시 통했던 영화다. <과속스캔들>, <써니>의 시나리오 작가로 알려지며, 자전적 영화 <힘내세요, 병헌씨>, 스무 살의 병맛 코미디 <스물> 연출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병헌 감독의 신작이었다. 꾸준히 자신의 영화에서 보여준 B급 코미디를 상업적으로 잘 살린 시너지가 통했다. 치킨집에 '갈비 통닭' 메뉴를 등판시켰고,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수많은 패러디에 활용되었다.


영화 <극한직업>은 오합지졸 마약반 6인방이 잡으라는 마약 밀반입은 잡지 않고 닭을 잡아 맛집에 등극하는 이야기다. 살아 있는 캐릭터들 그동안 범죄, 수사물에서 보여주던 형사 이미지를 탈피하며 웃음을 선사한다. 잡생각 나지 않을 만큼 신나게 웃고 떠들다 보면 어느새 영화가 끝나 있다. 오랜만에 웃음보 터지는 천연 비타민 같은 영화다.


더불어 영화 제목처럼 과연 극한 직업은 누구일까 해학적인 물음도 던져볼 수 있다. 죽음의 문턱을 몇 번이고 왔다 갔다 하는 형사, 생존을 위해 오늘도 대한민국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는 치킨집 사장님 중 극한직업의 씁쓸한 웃음과 통쾌한 웃음이 교차하는 영화다.


<타짜> 타짜 시리즈, 전설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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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짜> 스틸컷


<타짜>1은 타짜 시리즈 중 호평을 받는 영화이며 568만이란 숫자를 기록했다. 허영만 그림, 김세영 글을 원작으로 하며 만화 싱크로율 그대로 살린 배우들의 맞춤형 캐릭터가 인상적이었다. 평범한 청년 고니(조승우)가 재미로 잡은 화투패는 인생을 뒤집어 버린다. 전문 도박꾼에게 걸린 고니는 모은 돈을 날리고 전설의 타짜 평경장(백윤식)에게 본격적으로 화투 기술을 배운다.


만화의 인기로 영화화 논의가 일찌감치 거론되었다. 영화를 살린 8할은 최동훈 감독이다. <범죄의 재구성>으로 데뷔한 후 두 번째 영화 연출작으로 <타짜>를 선택했다. 화려한 화투판에 '욕망'이란 테마로 모인 캐릭터 간 시너지가 빛났다. 승부사 기질이 있는 고니(조승우)를 비롯해, 그의 스승 평경장(백윤식), 화투계의 입담 고광렬(유해진), 그리고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는 유행어의 장본인 정마담(김혜수)까지 주요 캐릭터가 제대로 움직였다. 여기에 절대악 아귀(김윤식)와 아귀 때문에 짝귀란 별명을 갖게 된 짝귀(주진모)도 등장한다.


타짜 시리즈의 세번째 <타짜: 원 아이드 잭>은 짝귀의 아들 '일출(박정민)'이 주인공이다. 1편과 2편의 화투였다면 이번에는 포커다. 누구도 패를 까보기 전까지 속단할 수 없는 카드처럼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 엎치락뒤치락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믿지 못할 타짜들의 심리전이 백미다.


<타짜>시리즈는 도박판을 인생에 비유해 다양한 삶의 희로애락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주의 요망 영화기도 하다. 명절에 흔히 가족끼리, 친구끼리 모여 화투를 치기도 한다. 이때 영화 <타짜>를 떠올리며 고니로 빙의해서는 안 된다. 판을 키우거나 감정을 개입해서도 흔들려서도 안된다. 쌓인 스트레스 타파가 아니라, 스트레스 쌓고 후유증까지 덤으로 얻어 갈지 모르니 말이다. 그러니 제발 명절에는 재미로만 치자!



<B급 며느리> 명절이 다가오는 게 제일 싫은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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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B급 며느리> 스틸컷


<B급 며느리>는"명절 때 시댁 안 갔어요, 그래서 완벽한 명절을 보냈죠"라고 당당히 말하는 며느님이 주인공이다. 감독은 다소 평범한 결혼을 했지만 비범한 고부갈등을 겪을 줄 몰랐던 남편이다. 한국에서 절대 불변처럼 여겨지는 관계가 있다. 바로 평행성처럼 좁혀질 줄 모르는 고부갈등이다. 명절 때 급증하는 이혼 사유가 바로 시댁과의 갈등이란 통계치도 있다. 누가 뭐래도 명절이 제일 싫은 사람은 아마도 '며느리'일 거다.


자신의 불행을 갈아 넣어 '에밀레 다큐(?)'를 만든 선호빈 감독의 웃픈 영화 <B급 며느리>는 독립영화계의 '사랑과 전쟁'이다. 실제 남편과 아내, 어머니와의 삼각관계를 다뤘기에 공감이 크지만 재탕 삼탕 콘텐츠라는 양날의 검을 쥐고 있다. 감독은 4년간의 촬영 기간, 297회차, 700시간의 6TB 용량으로도 다 채우지 못한 고부관계를 영화로 내놨다. 가족의 불편한 사생활을 담는다는 자체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불행을 상업화하길 선택해 다수의 영화제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고부관계는 전 세계적 현상이나 유독 한국에서는 불편함의 상징이다. 끝나지 않는 입장 차이와 보이지 않는 기싸움 속에서 중간에 낀 남편 혹은 아들은 등이 터지다 못해 만신창이가 된다. 영화는 며느리인 진영 씨의 입장 반영이 크다. 그만큼 시어머니들 입장에서는 큰 공감이 가지 않을 수 있다. 영화를 통해 잠시나마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며느리의 입장을 반추하는 계기를,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입장을 이해하는 경험이 될 것이다. 관계란 어느 한 쪽만의 문제가 아닌 양쪽 모두가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는 일임을 다시 한번 상기하는 영화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연휴 스트레스 뭐든 다 날려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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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스틸컷


연휴 동안 쌓인 스트레스와 분노를 한 방에 날려 버리기에 제격인 영화다. 1979년 <매드맥스>오리지널 감독 '조지 밀러'가 30년 만에 다시 각본과 연출을 맡은 독특한 이력의 영화다. 자기 영화를 자기가 리메이크 했으며 자신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는 마스터피스다.


영화의 배경은 세계 각국의 이권다툼으로 지구상의 모든 핵무기가 터져버린 22세기다. 이와중에도 살아남은 인류는 물과 기름의 지배자 임모탄 조(휴 키스-번)의 아래서 척박한 삶을 살고 있다. 이때 아내와 딸을 잃고 사막을 떠돌던 경찰 맥스(톰 하디)와 폭정에 반기를 든 사령관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는 임모탄 조의 수하들에게 쫓고 쫓기는 신세가 된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무엇보다 어두운 미래와 반대로 79년에 시도하지 못한 비주얼을 실현했다. 사막에서 벌이는 카체이싱이 일품이다. 이는 CG가 아닌 150여 대의 자동차로 직접 찍어낸 장면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손맛과 장인 정신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일명 '빨간 내복'이라 불리던 기타리스트의 광기 어린 메탈 연주가 메마른 붉은 사막과 잘 어울렸다. 톰 하디, 샤를리즈 테론, 비주얼 쇼크였던 니콜라스 홀트의 매력은 누가 더 미쳤나를 경쟁하듯 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임모탄 조의 여인들은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희망처럼 묘사된다. 미친 세상의 권력자인 임모탄 조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저격수는 여성들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영화가 시작된 순간 단 1초도 허투루 쓰지 않는 속도감은 완벽한 전설의 부활을 알렸다. 질주와 추격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메탈 사운드와 만나 고장난 브레이크처럼 끝도 없이 펼쳐진다. 심장과 몸이 요동치는 120분 동안의 말초적 쾌감을 경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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