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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Mar 01. 2020

<샤인> 인생의 빛나는 순간은 반드시 찾아온다


호주의 괴짜 음악천재 데이빗 헬프갓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샤인>이 25년 만에 국내 세 번째 개봉한다. 천재 피아니스트를 열연한 배우 제프리 러쉬의 메서드 연기가 압권이며 이 영화를 통해 세계적인 배우 반열에 오른다. 당시 그는 제69회 아카데미영화제, 제54회 골든 글러브, 제50회 영국 아카데미 등 남우주연상 휩쓴 바 있다.


때문에 놀랍도록 넓은 연기 스펙트럼과 여운 클래식의 향연이 오래도록 지속되는 영화다. 천재성을 꽃피웠지만 감당할 수 없던 피아니스트의 열정이 스크린을 통해 전달된다. 25년 만에 스크린에 소환하며 잠들어 있던 음악적 감수성을 일깨운다. 또한 한 가지에 열정적으로 매달리는 모습은 아이 같은 순수함과 몰입으로 대변된다. 

영화 <샤인> 스틸컷

<샤인>은 한 피아니스트의 성장과정을 통해 멈추지 않고 흐르는 인생 역경 속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반추해 볼 기회다. 데이빗 헬프갓은 호주로 넘어온 폴란드계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나치 정권하에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로 아들에게 유난히 가족애를 강조하는 강압적인 아버지는 자신의 욕망을 아들에게 투영하고자 한다. “세상엔 강자만이 살아남아, 약한 자는 벌레처럼 죽지. 그래서 항상 이겨야 한단다”라고 말하던 아버지의 집착은 데이빗의 천재성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어디서 많이 봐 온 것 같은 독단은 한국 부모의 교육방식과 낯설지 않은 기시감을 준다.


한편, 어릴 적부터 천재성을 인정받은 데이빗은 미국 음악학교와 영국 왕립음악학교의 장학금 제의를 받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한다. 아버지는 아들의 성공을 누구보다도 응원하지만 가족이 함께하는 테두리 안에서의 성공을 꿈꾸는 이중적인 사람이었다. 결국 데이빗의 음악적 갈망은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영국으로 떠나며 시작된다.


그곳에서 천재성을 알아봐 주는 교수를 만난다. 어릴 적부터 라흐마니노프만 듣던 완고한 아버지 때문에 라흐마니노프 음악을 마스터한 데이빗. 드디어 꿈에 그리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하지만 불행의 시작이 되고야 만다. 


이 곡은 엄청난 에너지 소비는 물론 어렵기로 정평이 나있는 곡이라 아무나 도전할 수 없는 연주곡이다. 실제 라흐마니노프는 굉장한 사이즈의 손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라흐마니노프를 위한 곡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복잡한 화음과 구성을 갖는 어려운 곳으로도 유명하다.

영화 <샤인> 스틸컷


“미치지 않고서야 라흐마니노프 3번을 연주할 수 없어”라는 교수의 말에 데이빗은 “난 충분히 미쳤어요, 그렇지 않아요?”라고 응수하는 장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라흐마니노프의 곡을 연주하며 엄청난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끝나자마자 영혼이 빠져나간 듯 쓰러진다.


그 후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피아노를 치지 못하는 고통의 나날들이 10년 동안 계속된다. 그의 정신분열은 아버지의 강압적인 방식의 결과이면서도 천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기도 하고 삶의 전환이 되기도 한다. 음악 때문에 미쳤지만 음악으로 치료되는 희망의 날갯짓이 데이빗의 트램펄린 장면으로 상징된다. 피터팬처럼 자라기 싫어하는 아이가 되어버린 데이빗이 뛰어노는 장면은 잊지 못할 명장면이다.


감당할 수 없는 천재성은 고통을 전제하에 피어난 상처투성이 꽃처럼 데이빗을 좀먹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고통도 음악과 사랑을 통해 서서히 막을 내리게 된다. 어둠 속을 거닐고 있던 데이빗을 발견한 길리언이 있었기에 세상과 소통할 방법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영화 <샤인> 스틸컷

음악 영화의 전설이 된 <샤인>은 연기의 정석 제프리 러쉬, 아름다운 클래 음악, 25년 전이라 믿을 수 없는 미장센으로 죽기 전에 꼭 봐야 하는 명작이다.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은 물론, 비발디의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 프란츠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 등 귀가 호강하는 호사를 누리기에도 손색없다. 반복되는 일상 지루한 하루가 따분하다면 음악과 영화를 통해 잊고 있던 열정의 순간을 일깨워 보는 건 어떨까. 데이빗처럼 미친 듯이 몰두할 수 있는 일이 당신에게 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길 바란다. 삶의 고난과 역경을 지나 누구에게나 반짝이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평점: ★★★★

한 줄 평: 귀호강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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