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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Mar 25. 2020

<스케어리 스토리: 어둠의 속삭임>

꿈에 나올까 봐 무서운 온갖 크리처가 난무하는 기괴함


영화 <스케어리 스토리: 어둠의 속삭임>은 원작 도서가 너무 무섭다는 이유로 미국 도서관 협회가 금지한 앨빈 슈워츠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대체 ‘얼마나 무섭길래’라는 호기심에 이끌리고, 낯선 크리처가 난무하는 이색적인 경험을 느껴볼 수 있다. 판타지 공포의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각본과 제작을 맡았으며, 영화 <제인 도>로 공포 스릴러 분야에 일가견 있는 안드레 외브레달 감독이 연출해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넷플릭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나 영화 <그것>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복고풍 물씬 풍기는  60년대 배경과 아웃사이더들이 사건의 중심에서 이끌어나가는 서사를 갖추고 있다. 어릴 적 학원 괴담이 유행했고 담력 시험을 해봤던 세대라면 충분히 공감 갈만한 요소가 다분하다. 성공한 콘텐츠와 비슷한 설정과 구조가 장점이면서도 단점이기도 하다.


저절로 이야기가 써지는 저주받은 책

영화 <스케어리 스토리> 스틸컷


세 친구 스텔라(조 마가렛 콜렛티), 어기(가브리엘 러시), 척(오스틴 자주르)은 할로윈 밤을 즐기기 위해 나섰다. 하지만 동네 불량배 토미의 괴롭힘에 쫓기다 인근 자동차 극장까지 숨어들게 된다. 그러던 중 외지인 라몬(마이클 가르자)의 차에 타게 된다. 스텔라와 라몬은 마침, 조지 로메로의 <살아 있는 밤>을 상영 중에 있어  영화 이야기를 나누며 금세 호감을 갖게 된다.


아직 끝나지 않은 할로윈 밤. 아이들은 소문만 무성한 유령의 집, 사라 벨로스 저택으로 모험을 떠난다. 이 집은 19세기 제지공장으로 유명한 벨로스 가문의 흉가다. 일가족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의문의 집은 아직까지도 그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다.  이곳에 살았던 사라는 벽을 통해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괴소문이 근원지다.


아이들은 집 구석구석을 탐색하던 중 사라의 이야기책을 발견하고 스텔라는 호기심에 집으로 가져오게 된다. 스텔라는 호러 마니아답게 이야기에 빠져들어 읽던 중 쓰여 있다 만 페이지를 발견한다. 잉크조차 마르지 않아 방금 쓴 것 같은 생생한 공포를 느끼지만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던 토미가 실종되고 연이어 미스터리한 일들이 벌어지게 되자 아이들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게 된다. 이 모든 원흉은 바로 읽지 말아야 할 책, 가지고 오지 말아야 할 금기를 깬 것.  가장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사라의 이야기책은 저절로 이야기가 써지고 현실이 된다. 마치 책이 사람을 읽는 듯 다음 희생자를 스스로 적어나가는 예언서 같기도 하다. 그 책에 등장하면 죽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다음 희생자가 나오기 전에 어떻게든 막아야만 한다.


영화 <스케어리 스토리> 스틸컷


그때마다 허수아비 해럴드, 사라진 발가락을 찾아다니는 큰 발가락, 부풀어 오르는 붉은 점, 이상한 주문을 외우는 창백한 여인, 투덜거리는 남자 등 생각지도 못한 기괴한 모습의 괴물들이 화면을 메운다. 하지만 괴상한 형태의 괴물들은 개인의 잠재된 두려움이 형상화된 것뿐. 더 무서운 존재는 베트남 전쟁이 한창인 미국, 우리 안의 이기심과 차별이었다.



시대가 만들어 낸 괴물 우리 모두가 될 수도


사실 사라는 아픔을 가진 상처 받은 존재였다. 괴물이라기보다 시대의 아픔, 가정폭력의 희생양이었다. 사라와 비슷한 아픔을 겪은 스텔라는 개인과 사회의 건강한 성장을 이룰 단단한 끈이 된다. 따라서 왜곡된 진실을 제대로 전해 줄 스토리텔러, 억울한 진실을 바로잡을 수 의지가 있다면 세상은  희망으로 가득 찰 것이란 메시지를 던진다.

영화 <스케어리 스토리> 스틸컷


영화 <스케어리 스토리: 어둠의 속삭임>은 공포영화의 탈을 쓰고 묵직한 울림을 준다. 안 밖으로 혼란이 가중된 시대, 루저 취급받던 아이들은 마을의 미스터리한 공포를 겪으며 어른으로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시대 배경은 베트남 전쟁이 한창인 1960년 대 후반 미국, 닉슨과 험프리의 대선 직후다. 베트남 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이용한 정치적 공포와 마을의 전설을 이용한 내면의 공포는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청소년들의 심리와 맞물린다.


때문에 오프닝에 등장하는 스텔라의 독백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이야기는 상처와 치유를 반복하고 진실이 되어 큰 힘을 갖는다는  주제가 영화를 관통한다. 분노는 또 다른 분노를 낳을 뿐이다. 영화는 우리 안의  공포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왜곡되며 확산되는가를 아이들을 빌어 보여준다.



평점: ★★★

한 줄 평: 그것+기예르모 델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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