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은 크게 천재지변인 자연 재난과 인간이 만들어 낸 인재가 있다. 최근 코로나19의 여파로 재난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각광받고 있다. 방구석 1열에서 볼만한 재난에 대응하는 사람들을 유형별로 소개한다. 영화 속에 지구를 지키는 슈퍼 히어로처럼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시민영웅부터 안일한 행동으로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 정부의 대처 능력이 가져오는 파장에 주목한 영화들이다.
<온리 더 브레이브> 우리 주변의 영웅 실화 영화
건조함이 커지는 봄이다. 이럴 때일수록 산불을 조심해야 한다. 코로나19로 답답함을 해소하려 등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만 해도 경북, 안동, 영주서 산불이 잇따라 산림훼손 및 산사태의 위험까지 커지고 있다. 재난은 언제나 일어나게 되어 있다. 하지만 거듭된 실전 연습과 모의, 시스템을 갖춘다면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피해를 최소한으로 할 수 있다.
영화 <온리 더 브레이브>는 미국 산불진화대원들의 성장과 의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실제 그래닛 마운틴 핫 샷(Granite Mountain Hot shots)의 창단과 활약상, 개인사와 가족 간의 갈등을 녹여 냈다. 실화여서 더 묵직한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는 재난에 맞서 싸운 진정한 영웅들의 숭고함을 얻어 갈 수 있다.
햣샷이란 전방에서 화재에 직접 관여하는 산불진화팀을 말한다. 산불진화작업은 건물 화재 작업과 접근법부터가 다르다. 산불에 맞서는 최정예 엘리트 소방관들을 산불 발생 초기 단계에 투입, 지키고자 하는 땅에 경계선을 긋고 나무를 베며 불을 가두려고 맞불을 놓는다. 일종의 불길 잡기인데 풍량과 대기 건조를 파악해 화마가 좋아하는 땔감을 원천봉쇄하는 거다. 이들은 산림을 지키고, 마을을 구하며 위기 때면 언제나 나타나는 현실 영웅들이다. 명예로움과 동시에 직접적 사명감이 필요한 막중한 자리다.
초반 이들은 선발팀이 아니라 의견이 무시당하는 고초를 겪는다. 뻔히 잡을 수 있는 불길도 산림을 반 이상 태우고서야 진화되었다. 답답하지만 자격이 되지 않아 의견 타진이 어려웠기에 기를 쓰고 햣샷이 되기 위한 드림팀을 꾸린다. 결국 그들은 최초 시(市) 소속 핫샷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들은 팀원으로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협업하며 우정과 의리를 쌓아간다. 목숨을 담보로 극한의 화염 앞에서도 동료를 믿으며 한 몸처럼 움직인다. 위험한 상황에서 동료와 시민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건강한 믿음은 개인과 사회를 연결하는 끈끈한 유대관계다. 번듯한 허울보다 내실을 강조한 산불진화작업 체계는 코로나19 국면에서 빠르고 정확하며 투명하게 공개하는 대한민국의 체계와 비견된다.
<아웃브레이크> 전염병을 차단하는 방법이 지역 봉쇄?
<아웃브레이크>는 에볼라 바이러스를 모티브로 했다. 시작은 1967년 아프리카 자이르(Zaire) 모티바 계곡의 미군부대부터다. 병사들은 의문의 출혈열로 죽어가고 있는 상태다. 급히 미국에 의료지원을 요청하고 방호복으로 중무장한 두 남자가 찾아온다. 곧 구해줄 것이라며 안심하라는 말과 함께 혈액을 채취한 뒤 돌아갔다. 나을 수 있다는 희망, 국가가 버리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밀려왔지만 곧 헬기만 찾아와 폭탄을 투하하고 마을은 몰살되었다. 국가는 샘플만 챙겼을 뿐 사실상 완전 봉쇄로 바이러스 유출을 막은 것이다.
30년 후 또 다시 변이된 전염병이 발발해 미국의 한마을을 덮친다. 치사율 100%, 잠복기가 빠른 바이러스임을 알아낸 의사이자 육군 대령인 샘(더스틴 호프만)은 전 세계를 패닉 상태로 몰아넣을 수 있는 숙주를 찾아 헤맨다. 하지만 일이 뜻대로 되지 않고 자꾸만 발목 잡히게 되는데 분명 전염병과 군, 국가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짐작한다.
영화는 일분일초가 위급한 상황에도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때문에 지연되는 상황을 보여준다. 특히 영화의 주축은 군(軍)인데 그들은 역사가 어떻게 자신들을 기억할지를 운운하며 30년과 같은 방식으로 마을을 초토화하려고 한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거듭된 난항에도 불구하고 원인과 치료제를 찾아 고군분투한다는 이야기다.
과거는 폭탄과 함께 사라졌지만 언제든지 재발해 인류를 괴롭힐 수 있다. 전염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 싸움이다. 엄청나게 빠른 전파력 때문에라도 숙주와 항체를 찾아 확산과 치료에 매진해야 하지만 군은 변종이 생길 때까지 치료제를 숨긴 채 내놓지 않았다.
결국 항체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용하지 않은 채, 쉽데 지역 초토화에만 매달리는 과오를 반복하려 한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한다는 변명만 늘어놓을 뿐이다. 한마을의 희생을 통해 미국 국민 다수가 안전할 수 있다는 그릇된 논리는 영화나 현실에서나 종종 벌어지고 있는 공포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봉쇄하지도 입국을 막지도 않고도 바이러스를 잡고 있다. 외신은 이상한 나라 코리아를 극찬하고 있고, 세계적인 대유행에도 모범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전염병을 차단하는 방법은 나라의 문은 굳게 닫아서만 해결되지 않는다. 지역 폐쇄, 국가 봉쇄만이 답이 아니다. 어쩌면 전염병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람일 수 있다. 사람 간에 발생하고 사람으로 막으려는 생각. 영화에서만 만나보고 싶은 아찔한 순간이다.
<부산행> 나만 살겠다는 행동, 우리 모두를 궁지로 모는 일
영화 <부산행>은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부산행 열차에서 살아남기 위한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이 영화에서는 달리는 열차라는 폐쇄된 공간 속 다양한 인간 군상을 다루고 있는 인간종합 시장이라 할 수 있다.
먼저 주가조작에 가담한 석우(공유)는 실체를 알면서도 정보를 숨겨 전체적인 재난에 일조한 잠재적 피의자라 할 수 있다. 만식인 아내를 돌보는 상화(마동석)는 아내를 지키는 것도 모자라 좀비가 창궐한 열차 안에서 용기로 여러 사람을 살린다. 영화를 본 사람들을 하나같이 멋진 의인들보다 암 유발 캐릭터를 기억에서 지울 수 없었다고 말한다.
단연 돋보이는 캐릭터는 나만 살겠다고 모두를 져버리는 극이기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용석(김의성) 이었다. 무서운 존재는 달려드는 좀비가 아니라 사람이 무섭다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상식 밖의 행동과 말로 모두를 경악하게 만드는 캐릭터는 영화 속에서만 있지 않다.
힘을 합쳐 위기를 모면해야 하는 국가 아니 세계적인 재난 앞에서 개인의 일탈과 이기주의 자신을 포함해 가족, 사회, 국가의 붕괴를 초래한다. 유증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다니거나, 종교활동 자제 요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행한다든지, 나 하나면 어때라는 잘못된 판단은 집단의 위기를 불러온다.
정말 나만 괜찮으면 되는 걸까? 우리 사회와 세계는 연결되어 있고, 순간을 모면했다 하더라도 돌고 돌아 나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위기를 극복하는 힘은 개인의 돌출행동보다 개개인이 모여 협동할 때 가능함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랜선으로 만나는 대한민국의 숨은 의인들
대구의 한 할머니의 글이 화제다. 박영자 할머니는 휴대전화로 글쓰기 모임 지인들에게 보낸 ‘비우니 채워지더라’라는 글을 통해 노년의 풍성한 지혜와 재치 있는 글로 많은 사람 손자와 함께 집안에서 얼려 놓은 생선, 반찬, 떡 등을 돌려가며 밥상을 차리고, 베란다에 마련한 소박한 정원에서 삶의 여유를 찾는다는 거다. 밖에 나가지 않아도 집안에서 건강하고 활기차게 웃으면서 지낼 수 있는 할머니의 혜안이 심심한 위로를 준다.
또한 앞다투어 보상에 연연하지 않고 대구를 찾은 의료진들이 있어 마음이 든든하다. 환자를 돌보고 치료하다 내가 감염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명감을 앞세우는 모습에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투명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견고한 믿음은 이제 해외에서 온 사람들에게 적용되고 있다.
계속되는 자가격리와 외출 자제가 외로움, 우울감이 커진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누적되는 감정들을 해소할 마땅한 곳이 없어 문제다. 이럴 때일수록 랜선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 학업 등을 만들어내는 관계자의 노고를 헤아리지 않을 수 없다.
현장에 있지 않아도 매일 꾸준히 공유되는 미담 사례는 우리 사회가 아직은 살만하다는 희망, 이겨낼 수 있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준다. 자발적으로 생필품, 먹거리, 마스크 등을 기부하거나 놓고 가는 사례들이 심심치 않게 늘어나고 있다. 외국처럼 사재기 없이 침착하게 행동하며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에게 양보하는 성숙한 시민들은 재난을 겪은 동료이자 숨은 영웅들이다.
이미 팬데믹(대유행)이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인류에게 3차 세계대전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60% 이상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것이며 백신이 개발되었더라도 변이 되어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고 전문가들을 말한다. 이럴 때일수록 신속한 대처와 실수를 만회할 새로운 체계가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지구촌 시민들은 오늘도 곳곳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예방 가능한 수칙과 하지 말아야 할 법칙을 알아서 실천하는 일이 우선이다.
우리 모두가 코로나라는 악재에서 벗어나 일상을 찾을 날이 멀지 않았다고 본다. 끝이 보이는 결과에는 반드시 개개인의 조력이 동반되어야 함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사람이 사람을 살리는 사회, 아름답고 건강한 사람들이 있는 한 위기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