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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의 관심사> 다양한 삶이 공존하는 이태원의 모습

by 장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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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미의 관심사>는 편견에 도전하는 영화다. 그리고 사랑, 어울림, 꿈, 성장, 가족. 많은 키워드를 끌어안고 있다. 이태원이 갖고 있는 다문화 성향을 여러 캐릭터 속에 녹여 내며 서로 다름이 틀림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가수 치타가 아닌 배우 김은영으로 시작하는 데뷔작이며 독립, 상업영화를 가리지 않는 조민수라는 명배우와의 호흡이 좋은 영화다. 둘은 이 영화에서 모녀관계를 연기했다. 둘 다 기가 센 캐릭터라 이미지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까란 우려와 달리 비슷한 듯 다른 모습으로 관객을 웃기고 울렸다.

배우와 감독을 오가며 바쁜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남연우 배우가 2016년 <분장> 이후 부산에 감독으로 다시 찾았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GV에서 남연우 감독은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컸다. 두 배우가 앵글에 잡히는 순간 나는 할 게 없었다"라며 두 배우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연기와 연출 모두 재능 있는 영화인을 위한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초미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묻는 관객 질문에서 남연우 감독은 "이 영화가 끝나고 평이 어떻게 남겨질까", 엄마 역의 조민수는"초미의 관심사가 초미의 관심사다"라는 재치 있는 대답을 했다. 순덕 역의 김은영은 "오늘 두 번째 관람인데 현장 반응을 보고 싶었다. 의외의 부분에서 웃음이 나와 놀랐다"라고 말했다. 한편, 조민수는 완성된 영화를 처음 본다며 엔딩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울먹이기도 했다. 작년 부산을 감동과 웃음으로 물들였던 <초미의 관심사>가 오는 5월 2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다양함이 공존하는 이태원

영화 <초미의 관심사> 스틸컷

영화는 하루 동안 이태원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해프닝이다.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 모녀가 집 나간 막내를 찾기 위한 고군분투다. 개성 있는 캐릭터가 이태원 일대를 활보하고 다니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일상을 훑는다.

싱글맘, 성소수자, 트랜스젠더, 겉모습이 다른 토종 한국인, 관광객 등 사람들이 부대끼는 삶의 현장을 보여준다. 그들은 사회의 소수자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꾸려가고 있는 소시민이다. 이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삶을 추구할 때 커다란 톱니바퀴 같은 사회는 삐걱대지 않고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겉모습만 가지고 판단하는 견해를 되짚어 보고, 우리 곁에 누가 살고 있나 톺아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사는 모습 모두 달라 보여도 너나 나나 다 비슷비슷한 게 사는 이야기다. 엄마와 딸은 다소 튀는 외모 덕에 어딜 가나 주목받는다. 하지만 그 주목이 때로는 불편한 시선이 되기도 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모습과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무시하거나 혐오하는 게 아닌 존중해주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는 계기

04.jpg 영화 <초미의 관심사> 스틸컷


가족이라고 해서 다 같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뒤집는다. 부녀는 서로 다른 외모와 이미지로 곤란함을 종종 겪는다. 가족임을 증명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말은 사회에 뿌리 깊은 편견과 확증편향을 상기하기도 한다. 우리의 시선, 말 한마디가 주었을지 모를 상처는 꽤나 깊었을거라 느낀다.


영화는 어린 나이에 아이를 갖고 꿈을 접은 엄마와 그 피를 이어받은 딸의 마음을 재확인하는 가족드라마의 형식을 갖는다. 서로 잘 몰랐던 사실을 이번 기회에 알게 되고, 쌓였던 오해가 풀리면서 돈독해진 가족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엄마라는 이름에 치여 진짜 이름을 잃어버린 엄마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도 영화를 즐기는 또 다른 관점이다.


소원하던 모녀가 막내딸의 실종으로 티격태격하다 결국 힘을 합치는 진부한 소재를 따라가다 보면 조민수와 김은영이 보인다. 둘은 버디무비와 로드무비를 합쳐 놓은 장르 속에서 우뚝 솟아있다. 연기가 처음이라 낯설었을 김은영의 연기를 베테랑 배우 조민수가 뒷받침해 주고 있다.

movie_imageVXR32TA9.jpg 영화 <초미의 관심사> 스틸컷

랩이 아닌 노래를 먼저 시작했다던 김은영의 맛깔스러운 목소리와 재즈풍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무엇보다 웃음 포인트가 꽤나 많은 영화다. CG인 줄 알았던 외국인의 파쿠르 액션도 큰 웃음을 준다. 한국말을 유창하게 할 줄 아는 진짜 한국인 이정복 배우의 활약도 크다. 그는 미국 출신의 ‘테리스 브라운’인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유창한 한국어로 주목받은 바 있다. 그가 맡은 이정복은 영어를 한 마디도 하지 못하는 이태원 토박이로 분해 확실한 눈도장을 찍는다.


무엇보다도 남연우 감독의 기존의 연출작과 다른 스타일의<초미의 관심사>를 받아들일 관객이 반응이 궁금하다. 한편, 영화의 배경인 이태원에서 90프로를 찍었다. 이태원의 밤과 낮, 화려함과 보통 사람들의 대조적인 생활의 이색적으로 다가오는 영화다.



평점: ★★★

한 줄 평: 가족은 모두 같아야 한다는 오래된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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