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장cine 수다

<레미: 집 없는 아이> 마음이 정화되는 프랑스명작동화

by 장혜령
1590900657327.jpg

영화 <레미: 집 없는 아이>는 1878년 발표한 엑토르 말로의 대표작이자 아동문학의 걸작으로 불리는《레미 집 없는 아이》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버려진 아이가 거리의 음악가인 할아버지를 만나 온갖 역경을 딛고 결국 부모 곁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영화에서는 노인이 된 할아버지가 아이들에게 밤새 자신의 지난날을 들려주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폭풍우 치는 밤, 잠 못 이루고 듣던 할아버지의 옛날이야기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듣게 되는 마력이 있다.


레미가 악사 비탈리스와 여정을 떠나면서 만나는 대자연의 광활함, 목가적인 풍경과 레미의 목소리로 듣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자장가가 심금을 울린다. 방대한 인물과 전개를 압축해 만든 명작이면서도 훌륭한 각색으로 무리 없이 볼 수 있다.


이 자장가는 레미가 어릴 때 들었던 자장가인데 영화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 어쩔 수 없이 가족 같았던 소를 떠나보내고 매일 밤마다 찾아가 부르던 노래. 이 구슬픈 허밍을 듣고 비탈리스는 레미의 재능을 단번에 알아본다.

영화 <레미: 집 없는 아이> 스틸컷

"네가 어릴 때 부르던 노래가 널 증명할 거야"라는 말을 듣고 자란 레미가 음악을 매개로 비탈리스를 만나고 친부모를 찾게 되는 것이다. 이 음악은 영화를 관통하는 중요한 서사이자 배경음악으로 등장한다. 엔딩 크레딧까지 보고 나와야 한다. 파리나무십자가 소년 합창단이 부르는 서정적인 가사로도 다시한번 재생된다.


버려진 아이 세상을 향해 걷다


열 살 레미(말룸 파킨)는 자신이 버려진 아이였다는 청천벽력 같은 진실을 알게 된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양부모는 레미를 거리의 악사에게 팔아넘기게 된다. 이때부터 비탈리스(다니엘 오떼유)와 동행하게 된 레미는 보기와는 다르게 비탈리스에게 따스한 정을 느끼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소년이 가진 목소리의 재능을 알아본 비탈리스는 글과 노래를 가르쳐준 스승이자 품어주는 부모, 미래를 열어주는 멘토가 되어 준다. 레미는 비탈리스의 동물 친구 개 카피와 원숭이 러브하트와 함께 프랑스를 떠돌며 공연을 펼치게 된다.

영화 <레미: 집 없는 아이> 스틸컷

비탈리스와 레미가 만난 사람들은 사회 각층이다. 농가, 도시, 부유층, 감옥 안의 죄수, 그리고 영국까지 가게 되며 다양한 사회상을 경험한다. 세상에는 돈이 있어도 슬픈 사람, 가난하지만 행복한 사람이 존재함을 알아간다.


비탈리스는 어쩌다가 거리의 악사가 되었을까? 진짜 자신의 이름을 밝히기 꺼리는 비탈리스고심 끝에 과거를 들려준다. 한때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였지만 일에만 전념하느냐 가족을 잃어 후회하고 있다는 말을 전한다. 그래서 바이올린을 포기하고 개명해 거리의 악사로 떠돌던 것이다.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속죄하며 스스로를 괴롭힌 비탈리스가 레미를 위해 놓았던 바이올린을 다시 켠다. 가족의 소중함을 너무나 늦게 알아버린 비탈리스는 레미에게만은 안온한 가족이 되어 주고 싶었을 것이다. 레미의 서사와 함께 비중 있게 비탈리스의 서사도 전개된다.


드디어 레미는 친부모를 찾을 기회가 찾아온다. 아기 때 이불의 이름표가 떼어진 채 버려졌는데 이를 듣고 친부모라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이로써 열 살 소년이 겪은 세상의 모진 풍파는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기구한 출생의 비밀, 장엄한 스토리텔링이 된다. 누구나 성장하는데 나이가 없다. 서로에게 진정한 멘토와 멘티로 언제라도 무너진 마음을 충전할 수 있는 교감을 나누는 사이가 부럽다.


영화 <레미: 집 없는 아이> 스틸컷

클래식한 명작동화를 보는 즐거움에 낯설지 않은 배우들로 반가운 기시감도 든다. 비탈리스 역의 다니엘 오테유는 <카페 벨에포크>에서 아내와 처음 만났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만화가를 연기했다. 능청스러운 꽃중년의 모습으로 뉴트로 감성을 제대로 뽐냈다. 레미 역의 말룸 파킨은 <어쩌다 아스널>에서 학교 축구팀의 에이스를 맡아 열연한 바 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극을 이끌어가는 집중력이 큰 아역이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로 맵고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져 있었다면 순한 맛의 동화로 속 편한 건강함을 정화하기 안성맞춤이다. 익숙한 구도 결말이지만 마음을 따스하게 하는 순수함이 있다. 아이와 함께 보기 좋은 영화를 찾는다면 단연코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평점; ★★★

한 줄 평: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빠져보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미스비헤이비어> 50년 전 실화, 아직도 바뀌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