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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Jun 21. 2020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 40년 부부의 추억톺아보기


오랫동안 해왔던 것을 그만두는 기분은 어떨까?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은 브루클린의 5층 집에서 40년을 산 루스(다이안 키튼)과 알렉스(모건 프리먼)이 100만 달러를 받고 집을 팔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부부는 결혼하고 2년 뒤 이집에 이사왔고, 이 동네는 지금처럼 힙하지 않았다. 그 사이 브루클린의 집값은 많이 올라 변한 것도 많아졌다. 두 사람이 이사가려는 결정적인 이유는 돈 보다도 나이가 엘리베이터가 없는 집에서 나이 들어 평생 살 수 없기 때문. 그래서 부동산 중개인인 조카 릴리(신시아 닉슨)를 끼고 드디어 집을 팔아보려고 한다.


막상 집을 내 놓으니 애착이 커진다. 아내와 함께 이사 오던 날이 생각나고, 옥상 정원에서 아내의 은퇴 선물로 도로시가 찾아온 날도 떠오른다. 사이렌 소리, 자동차 경적소리, 비둘기 소리 등 도시의 크고 작은 소음이 항상 배경음악처럼 따라다니는 곳. 마천루 사이로 브루클린 교가 보이고 아늑한 햇볕이 들어오는 세상에서 가장 아늑한 집. 루스와 알렉스는 이 집에 살며 많은 추억을 쌓았다.

영화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 스틸컷

한편, 집을 내 놓고 사람들이 들락날락 거리며 가격 흥정으로 밀땅하는 정신없는 상황 속. 자식 과도 같았던 개 도로시의 척추 수술과 다리 위의 유조차 소동 때문에 혼란스럽다. 언론은 테러범의 소행이라고 몰아붙이는 통에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


영화는 항상 곁에 있어 소중함을 몰랐던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10살 된 도로시가 나이가 들어 수술 때문에 동물병원에 입원해 있다. 새삼 도로시는 강아지가 아닌 카버 부부의 가족이었음을 확인한다. 자식 없이 둘만 살았던 부부였기에 서로를 동반자이자 자식으로 돌보며 살아왔다. 나이가 들어보니 세상은 변해있었고 이들은 그저 짐짝 취급하려는 젊은 세대의 행동에 회한도 밀려들어온다.


평생을 마친 예술품을 한낱 잡동사니 취급하고, 팔리는 작품을 그려야 한다는 갤러리 직원의 말에 빈정이 상하지만 어쩔 수 없다. 세상은 계속해서 변하고 있고, 자신은 늙어가고 싶으니까.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유행에 민감한 세상에서 그들만 변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쓸 뿐이었다.


두 사람은 백인과 흑인의 결혼이 어려운 시대부터 서로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40년을 함께 했다. 이 집은 그런 의미에서 그들의 사랑을 증명하는 증거인 셈. 좋았던 기억이 더 많았다. 집이 주는 행복감은 다른 집을 구경하고 다니면서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다. 인종의 편견은 지금도 여전 했다. 다리 위의 세워진 유조차의 용의자인 한 청년이 테러범이라는 둥, 무슬림이라는 둥 그 사람을 매도해 가족까지 낙인찍고, 추가 범행까지 거론하며 도시를 어지럽게 한다는 쪽으로 몰아갔다. 때문에 집값은 점점 더욱 떨어지게 된다. 유조차, 무슬림, 테러범이라는 3단 콤보로 몰아가는 언론의 행태가 무섭다.

영화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 스틸컷

그 터전을 떠난다는 것은 어쩌면 40년을 부정하는 것이기도 했다. 언젠가는 나이가 들어 5층까지 계단으로 다니지 못할 때가 올 것이다. 걱정은 그때 가서 해도 된다. 왜 벌써부터 사서고생인가. 아직은 두 사람의 손때 묻은 집에서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며 살아가는 게 행복한 거란 것을 집을 떠나고나서 알게 된다. 집은 중요하지 않다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중아한 거지. 일상의 행복은 쉬워 보이나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40년 지기 부부는 주말동안 경험 했을 것이다.


영화는 뉴욕, 부르클린 등 미국 명소와 아기자기한 분위기, 빠르고 경쾌한 템포도 놓치지 않는다. 다이안 키튼과 모건 프리먼이 연기한 부부의 케미가 잘 어울리며 조카로 나온 신시아 닉스도 반가웠다.


영화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 스틸컷

힙스터, 예술가들이 모여 있는 동네라 집값이 많이 오른 브루클린에서 뒷방늙은이 취급 당하던 부부가 주말동안 집떠나 떠돌다가 우리집만한데 없다는 걸 확인하는 영화. 지난 결혼 생활을 돌아보며 가족의 의미을 찾고 소신껏 살자고 다짐한다.


젊은이들이여, 당신들은 평생 늙지 않고 그대로일거라 착각하나? 누구나 나이를 먹고 노인이 된다. 연륜이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다. 그들은 테러범이 나타났다고 방송에서 떠들때도 오랜 경험으로 편협한 생각을 갖지 않았다.  



평점: ★★★

한 줄 평: 뜻밖의 보석을 찾는 기분. 모건 프리먼의 툴툴대는 농담이 은근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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