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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Aug 18. 2020

<오케이 마담> 모든 엄마, 아줌마, 오늘도 오케이!

적재적소 캐릭터의 활강 재미

엄정화의 5년 만의 신작 <오케이 마담>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엄마를 위한 헌사 같다. 가수와 배우를 넘나들며 아직까지도 그 저력을 확인시켜주는 엄정화 만의 캐릭터 소화력은 가히 수준급이다. 그 평범한 중년이 아닌 꽈배기 같은 매력을 꼬아 두고 하나하나 풀어가는 과정이 코미디와 액션의 완급 조절만큼 볼만하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 억척스럽게 일하는 엄마, 실질적인 집안의 가장인 한 여성에게 엄마, 아내, 아줌마, 사장님 말고 ‘미영’이란 이름을 되찾아주는 여성의 활약이 돋보인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엄마가 직접 나서 분투하고 해결하는 능동적인 모습은 오랜 가부장의 틀에 박힌 아빠, 남편의 도움보다 스스로 이룬다는 점에서 아름답다. 세상의 맛있는 음식은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같다는 말처럼. 우리 모두의 어머니가 진정한 영웅이다. 비바람이 불고 고난이 닥쳐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오케이를 외치는 긍정의 기운이 전반적으로 깔려 있다. 

영화 <오케이 마담> 스틸컷

웃을 일 없이 우울한 일만 가득했던 지난 시간을 보상해 줄 만큼 건강한 가족의 사랑과 액션, 코미디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 영화다. 밧줄을 배배 꼬아 만든 맨몸 액션, 승무원 유니폼의 상징이기도 한 스카프의 대변신, 없어서는 안 될 푸드 카트의 진격, 용도를 넘어선 선캡 활용 맞춤 소품이 오래도록 기억될 엄정화 표 액션의 인장을 남긴다. 엄정화는 데뷔 28년 만에 첫 액션 영화에 도전했다. 어쩔 수 없이 양자경 주연의 <예스 마담>이 생각날 수밖에 없는 제목이나, 엄정화의 액션과 존재감으로 무마되는 마법을 부린다. 


가족 첫 여행에서 만난 전대미문 하이재킹


영천시장에서 꽈배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완판 불변의 사장님 미영(엄정화)은 발레보다 태권도가 좋은 초등학생 딸 나리(정수빈)와 못 고치는 게 없는 전파상 사장임 남편 석환(박성웅)과 알콩달콩 살고 있다. 석환과 미영은 10년 차 부부지만 깨소금 냄새가 진동하는 잉꼬부부다. 힘들어도 어깨를 두드리며 알뜰살뜰 가정을 꾸려오던중 하와이 여행권이 당첨된다. 부부는 신혼여행으로 부곡하와이를 갈 만큼 하와이를 손꼽아 기다렸다. 악착같이 앞만 보고 살아온 부부는 제대로 놀아 본 적이 없다. 고민 끝에 개업이래 첫 휴가, 난생처음 해외여행에 나서게 된다. 

영화 <오케이 마담> 스틸컷

누가 억척이 아니랄까 봐 여행 날까지 꽈배기 완판을 기록하며 비행기에 가까스로 탑승한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휴가의 설렘, 첫 가족 여행의 행복이 가득한 하와이행 비행기. 하지만 의도치 않게 비밀 요원을 쫓는 테러리스트가 함께 타고 있었다. 이들은 요원을 산 채로 납치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과연 미영네 가족은 무사히 하와이 여행을 갈 수 있을까. 


영화는 비행기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액션과 긴장감이 묘미를 더한다. 도망칠 것이라곤 비행기 밖, 하늘 아래인 절체절명의 상황, 피치 못할 이유로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새로운 인생을 꾸리고 있는 미영. 그 앞에 닥친 전대미문의 미션은 바로 가족과 비행기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다. 하지만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가족에게 들키지 않고 테러리스트를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영은 요원을 꿈꾸는 평범한 승무원 현민(배정남)과 팀을 이룬다.


적재적소의 킬링 포인트 존재

영화 <오케이 마담> 스틸컷

영화는 비행기도 돌린다는 땅콩, 막무가내인 민폐 국회의원, 누구의 행복인지 모를 막달 원정 출산에 나선 고부 사이 등 시의적절한 풍자도 빼놓지 않는다. 미영과 석훈, 나리 가족과 테러리스트 말고도 다양한 캐릭터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다. 의문의 남성(?) 김남길은 킬링 포인트로 존재감을 뽐낸다.


비행기에서 일어날법한 첫 경험의 에피소드는 소소한 재미를 더한다. 무료제공인지 모르던 기내 서비스의 충격, 비행기가 떨어질까 봐 걱정하던 모습, 화장실을 찾아온 기내를 돌아다닌 기억 등. 마음대로 떠나지 못하는 관객들의 높은 피로도를 무공해 웃음으로 치료한다. 


또한 외국 영화의 단골 소재인 하이재킹을 우리나라 최초로 시도했다는 점이 반갑다. 하이재킹(hijacking)이란 서부 개척 시대 강도들이 달아나는 마부 옆으로 바짝 따라붙어 권총을 머리에 들이대고 "Hi, Jack(영미권 가장 흔한 이름인 John의 애칭)"라고 위협하는 말에서 따왔다. 비행기에 난입해 운항 중인 비행기를 납치하는 행위를 말한다. 할리우드에서는 심각한 위협이자 국가재난인 하이재킹이 대한민국에서 코믹 액션으로 새롭게 재해석 되었다.


<오케이 마담>은 아무리 어려운 난관이라도 힘을 모은다면 가능한 연대를 강조한다. 우리는 종종 주변을 놀라게 하는 평범한 시민들의 활약에 놀란다. 위기의 순간에 등장하는 현실 영웅들은 할리우드 영화의 요란한 등장보다 초라할 수는 있겠지만 활약만큼은 이에 뒤지지 않는다.





평점: ★★★

한 줄 평: 비즈니스석에서 12시간 찌그러져 있어도 좋으니 떠나고 싶다고 간절히 바라긴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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