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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Sep 13. 2020

<에이바>제시카 차스테인 혼자 고군분투

이 캐스팅으로 대체 무얼 만든 건가

<에이바>는 제시카 차스테인이라는 이름값만으로도 충분한 영화였다. 코로나 시기에 답답한 마음을 그녀의 시원한 액션으로 뚫어주길 기대했었다. 무자비한 킬러, 여성판 <존 윅>을 표방하는 문구가 흥미를 자극했다. 영화의 제작에도 참여한 제시카 차스테인을 믿었다. 하지만 콜린 파렐, 존 말코비치, 커먼, 지나 데이비스, 이안 그루퍼드 등 유명 배우들의 출연에도 불구하고 답답하다 못해 황당한함이 차올랐다. 가짓수 많은 뷔페에서 한탕 거하게 먹으려고 했으나 둘러보니 고작 먹을 거라고는 김밥밖에 없는 격이었다. 더구나 여성 서사의 킬러물을 바라던 신선함도 떨어진다. 샤를리즈 테론의 <아토믹 블론드>를 얼핏 떠올렸다면 오산이다. 이 영화는 범죄 액션이 아닌 한 여성의 고뇌와 회한의 드라마로 봐야 맞다.


감독 테이트 테일러의 최근 경력을 살펴보았다. 연기자이면서 각본, 연출까지 할 줄 아는 팔방미인처럼 보인다. <헬프>로 수상 경력도 있다. 하지만 동명의 베스트셀러 팬들의 기대를 무너트린 연출로 혹평을 산 <걸 온 더 트레인>도 있었다. 옥타비아 스펜서의 과도한 친절이 공포로 전환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도 연출했다. 드라마, 스릴러, 공포, 범죄 액션까지 다양한 분야를 탐색했었다.

영화 <에이바> 스틸컷

영화는 조직의 에이스 에이바(제시카 차스테인)가 제거될 위기를 모면해가는 이야기다. 얼핏 들으면 <존 윅>과 비슷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지만 흔히 킬러라는 직업적 클리셰를 과감히 파괴하는 설정으로 정면돌파한다. 첫째, 킬러라고 하기에 몸과 마음이 날렵한 편은 아니다. 킬러들은 고독하고 냉철하며 외로운 사람들이다. 그러나 에이바의 천성은 감정에 쉽게 감화되는 감성적인 부류로 보인다. 눈물도 자주 보인다.


전 세계를 떠돌던 킬러가 엄마(지나 데이비스)의 입원 소식을 접하고 8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8년 이란 시간 동안 실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옛 연인 마이클(커먼)이 동생의 연인이 되어 있어 놀라지만 아닌 척 마음을 억누른다. 이는 알콜중독으로 가족들에게 몹쓸 짓을 한 전력이 있어 쉽게 다가가지 못한 것도 한몫한다. 가족들과 서걱거리고 겉돌지만 먼발치에서 서서히 가까워지려는 시도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다시 무너지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쓰며 힘겨운 평정심을 중반부까지 어느 정도 유지한다. 하지만 동생의 임신 사실을 알고는 돌연 폭주하기 시작한다. 


한편, 에이바는 앞서 중요한 임무 중 실수를 저질렀다. 타깃과 하지 말아야 할 금기였던 사적인 대화를 해 물의를 일으켜 의심과 신임을 동시에 받는 중이었다. 결국 조직의 보스 사이먼(콜린 파렐)은 연락책이자 스승이었던 듀크(존 말코비치)에게 에이바 제거를 요청하지만. 에이바를 지키려던 듀크 마저 제거되고 홀로 신변을 보호해야 할 처지에 놓인다.

영화 <에이바> 스틸컷

드디어 에이바는 턱밑까지 쫓아온 죽음의 그림자에서 살아남기 위한해 킬러의 본능으로 승부한다. 하지만 날쌔고 각맞춘 액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나 싶은 마음을 접어두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생고생은 관객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기까지 한다. 성공률 100%의 킬러라는 말이 무색한 짜여있는 액션과 둔탁한 타격감은 터지는 액션 쾌감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둘째, 도무지 캐릭터의 급변하는 심리 변화를 따라갈 수가 없다. 조직의 금기를 어겨 자신이 타깃이 된 에이바는 쫓기는 위험 속에서 가족들을 멀리하지 않는다. 자칫하다가 모두가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떠나기는커녕 가족의 곁에서 오래도록 질척거린다.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은 옛 연인 마이클과의 관계였다. 아직 미련이 남아 있는 상태라 해도 현재는 동생의 연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쑥 찾아와 키스 세례를 퍼붓더니 자신과 함께 떠날 것을 종용한다. 마이클이 거절하자 갑자기 가족을 지키겠다며 그의 도박빚을 탕감하러 든다. 도박장을 찾아 난동을 부리는 것만이 가족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모든 것을 풍비박산 낸다. 

영화 <에이바> 스틸컷

목숨을 조여 오는 칼끝 앞에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희생하겠다는 마음이 왜 이제야 드는지 의문이다. 영화는 액션 영화라는 외피를 벗고 여성 킬러의 사적인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가족 드라마로 마무리된다. 그러나 2% 부족해 보이는 액션이지만 제시카 차스테인의 킬러 변신만은 박수받을 만하다. 고혹적이고 섹시한 모습부터 폭주하는 킬러의 본능까지. 킬러의 전형성을 무너뜨리고 제시카 차스테인 이름에 기댄 영화답게 팔색조 매력만은 빛난다.


평점: ★☆

한 줄 평: 생일파티 대신 환장파티 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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