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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Nov 18. 2020

<마리 퀴리> 우리가 미처 몰랐던 마리 퀴리의 불행

<마리 퀴리>는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다 아는 천재이자 물리학자 겸 화학자인 마리 퀴리의 전기 영화다. 실험을 거듭하며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 매달렸던 집념의 과학자와 시대가 요구했던 여성의 역할을 과감히 거부한 성정을 가진 인물이다. 여성으로서 개척한 길보다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만든 선구자로 기억되길 원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마리 퀴리의 진면목, 화려한 업적에 감춰져 있었던 그녀의 인간적인 면모를 담았다.    

 

마리 퀴리는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뿐만 아니라 2대에 걸쳐 노벨상을 받은 퀴리 패밀리로도 잘 알려져 있다. 새로운 원소 라듐과 폴로늄을 발견한 여성 최초 노벨상 수상자(물리)이자 세계 최초 노벨상 2회 수상(화학), 여성 최초 소르본 대학교수 취임, 여성 최초 파리 팡테옹 국립묘지 안장 등. 여성이라 모든 것이 안 되었던 시기에 뛰어난 능력으로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다.     


보이지 않는 미시 영역의 탐구자    

영화 <마리 퀴리> 스틸컷

1867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출생한 마리 퀴리(로자먼드 파이크)의 본명은 마리아 스쿼도프스카. 당시 폴란드는 여성의 대학 입학이 허가되지 않았고 연구를 위해 프랑스로 건너왔다. 뛰어난 연구 실적을 갖춘 것은 맞지만 오만하며 거침없는 성격은 그녀의 발목을 여러 번 잡는다. 그러던 중 우연히 피에르 퀴리(샘 라일리)를 만나 결혼하며 프랑스 국적을 얻는다. 과학을 향한 순수한 열정을 알아본 피에르 퀴리는 같은 동료로서 충분한 이해와 존경심을 발휘했고, 여성이란 이유로 노벨상 수상 명단에서 제외되자 공동 수상을 위해 힘쓰기에 이른다. 누구의 아내, 엄마, 여성으로 불리길 원하지 않던 마리 퀴리에게 피에르 퀴리는 영혼이 단짝이자 삶의 동반자였다. 하지만 불행히도 마차 사고로 남편을 잃고 삶의 근간이 흔들린다. 이를 잊기 위해 함께 일하던 과학자와 염문설로 세간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영화는 부부의 협업으로 더욱 큰 성과를 내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충실하게 그려냈다. 그녀가 살았던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는 아직 여성의 투표권조차 보장되지 않았던 때다. 당연히 과학계는 남성이 주류였고, 여성의 자리는 없었다. 하지만 마리 퀴리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역사의 한 획을 긋는다. 그 배경에는 개인의 재능뿐만 아닌 각고의 노력,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가능했다.    


비록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학계의 차별을 받아왔지만 특유의 냉철하고 이기적인 성격은 한 분야의 꾸준한 연구에 큰 도움이 되었다. 남편이자 동료를 잃고 방황하다 마주하게 된 힐난에도 괘념치 않고 연구를 이어갔다. 끊임없는 지적 호기심과 새로운 것을 향한 집념은 맏딸 이렌 퀴리(안야 테일러 조이)에게도 전해진다. 이렌은 병원 트라우마가 있던 어머니를 이끌어 제1차 세계대전에서 큰 공을 세운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뒤를 이어 원소 연구를 이어갔으며 훗날 인공방사능 원소를 발견해 노벨상을 받게 된다.     


어려움을 극복한 천재    

영화 <마리 퀴리> 스틸컷

마리 퀴리는 1934년 향년 66세 나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오로지 학자의 타이틀만 허용했다. 원소 발견으로 막대한 재산을 축적할 수 있었음에도 인류를 위해 연구를 놓지 않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적인 입자를 눈에 보이는 거시적 입자로 만들어 세상에 알렸다. 하지만 화려한 업적에 감춰진 개인적인 삶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 조건 없이 자신을 사랑해 준 남편을 잃고, 건강을 망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새로운 원소는 인류의 복지에 공헌했지만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이어지며 어두운 역사를 만들어냈다.     


영화는 이란 출신 여성 감독 '마르잔 사트라피'를 통해 재해석 되었다. 폴란드 출신의 이민자이자 여성으로 쉽지 않았을 마리 퀴리의 삶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할 인물이다. 자전적인 애니메이션 <페르세폴리스>로 이름을 알렸다.    


다만 아쉬운 점은 녹록지 않았던 시대를 살았던 여성의 어려움과 냉소적 시각이 전반에 깔려 있어 다소 무겁다. 그럼도 불구하고 엔딩 크레딧에 담긴 유명한 사진 한 장은 가슴 뛰게 만들기 충분하다. 1927년 솔베이 세계 물리학 회의에 참석한 유일한 여성, 마리 퀴리의 독보적인 모습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끊임없는 열정과 집념의 표상으로 오래도록 자리 잡을 것이다.


평점: ★★☆

한 줄 평: 어두운 시대, 어두웠던 개인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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