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혜령 Nov 24. 2020

<구직자들>"나는 쓸모가 있다" 증명해야 하는 미래


지금으로부터 200년 후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몇십 년 전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기술이 지금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듯이 혁명적인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까. 아니면 기술의 발달로 인류가 멸망한 대재앙이 구현될까. 



영화 <구직자들>은 2220년, 가장 행복했던 2020년을 잊지 못해 그대로 복원한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인간과 인공의 대화를 구성해 만들었다. 200년 뒤를 배경으로 하나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점을 독특한 장치로 만든 점이 인상적이다. SF 장르에서 기대하는 현란한 CG는 없지만 구직을 희망하는 청년 세대의 인터뷰를 넣어 독특한 형식으로 진행된다. 미래 사회에서도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사회, 정치, 일상의 문제점, 인간 본연의 철학적인 문제를 논한다. 삶과 죽음, 일과 미래, 꿈과 행복, 그리고 공존을 탐색해 본다.


어제의 미래였던 오늘

영화 <구직자들> 스틸컷

편의점 1+1 이벤트 삼각김밥과 바나나우유로 급조된 둘은 함께  일자리를 찾아 헤맨다. 진짜 인간(정경호)은 아픈 아이의 병원비를 위해 거리로 나왔다가 원본에게 버려진 인공(강유석)을 만난다. 둘은 현재와 과거에 대한 향수를 나눈다. 


미래에도 여전히 인간의 삶은 녹록지 않고 더욱 팍팍해졌다. 사람들은 더 아이를 낳지 않고 부족한 노동력은 인공으로 채워졌다. 밀려난 인간이 거리에 일자리를 찾아 떠돈다. 인간은 돈을 벌기 위해 이제 인공들과 경쟁해야만 한다. 인공은 일종의 복제인간이다. 1인당 1인공 서비스가 시행되었고, 원본 인간에게 보험처럼 적용된다.


충격적인 것은 장기 매매조차 넘쳐나는 인공으로 쓸모없어진 인간의 존재다. 인공은 진짜 인간이 되기 위해 신분이 필요하고, 인간은 신분을 포기하면서까지 돈이 필요하다. 인간처럼 살고 싶은 인공은 인간 신분을 위해 일을 해야만 한다.  아웃소싱을 면하지 못하는 삶을 벗어나고 싶다. 태어날 때부터 비정규직이었기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정규직인 인간을 항상 부러워한다. 누군가의 대타, 기계의 한낱 부속품이었던 정체성에서 벗어나 누구보다도 인간이 되고 싶다. 


나는 쓸모 있는 사람일까?

영화 <구직자들> 스틸컷

둘은 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구직활동'을 해야 하지만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200년간 유지되면서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인간이 스스로 쓸모를 증명해야 일할 수 있다. 물건의 쓸모처럼 나의 쓸모를 적극 어필해야 하는 아이러니. 실패에 최적화된 인간과 폐기처분 통보를 받은 인공이 서로의  쓸모를 찾아야만 일할 수 있다. 인간과 인공의 대화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고민과 다를 바 없어 씁쓸하다.


<구직자들>은 오늘날의  여러 문제점이 미래에도 계속되고 있지 않겠냔 상상력에서 출발했다. 왜 절실하게 일자리를 원하면서도 행복하지 않을까란 질문이 계속해서 맴돈다. 나아가 존재의 필요성까지 논의하게 만든다. 다소 무거운 주제관이지만 한없이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일하고 싶다는 의지는  스스로 가치를 증명하고, 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때문에 인적 드문 골목길을 누비는 끊임없는 발걸음은 구직활동이 아닌 관계 맺기 위한 몸부림처럼 보이기도 했다. 


최근 전염병이 전 세계를 덮치자 우리는 어느 때보다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인류가 멸망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차별과 배척, 각자도생이 아닌 함께라서 행복한 공존이 필요하다는 것도 절실히 느꼈다. 따라서  실패하더라도 격려해 주고, 한 번의 실패가 인생의 끝이 되지 않기 위한 사회의 안전망도 필요하다. 좋은 세상은 혼자가 아닌 우리가 모두 함께 만들어가는 것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평점: ★★★

한 줄 평: 초저예산 SF 구직 드라마

매거진의 이전글 <런> 한계를 넘어라! 엄마라는 방탈출 게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