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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Dec 31. 2020

2020년 넷플릭스 한드가 사랑한 키워드는 '욕망'

2020년 한국 넷플릭스에서 각광받은 키워드는 '욕망'이 아닐까 싶다. <인간수업>, <보건교사 안은영>, 최근 <스위트홈>까지. 올해는 단연 욕망의 해였다.


<스위트홈>은 인간의 욕망이 괴물로 변하며 자기통제에서 벗어난 인류의 이야기다. 지구상에 30만년 전 나타나 다른 종류의 인류를 제친 '호모 사피엔스'가 욕망이 없었다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인류 발전과 문명을 이끈 욕망이 현대 사회로 오며 통제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건강, 돈, 학벌, 지위 등 남들보다 더 많이, 더 높이 오르려는 욕망은 과잉으로 커졌고 지구 곳곳이 아픔으로 물들어 갔다. 


따라서 <스위트홈>은 현대 사회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욕망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는 인간성의 시장이라 할 수 있다. 폭력과 복수가 가득한 세상에서 인간성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지 묻는다.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인 골든 타임은 괴물로 변하기 전 인간으로 죽을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 된다. 누가 괴물이 될 줄 모르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위험은 가속화된다. 코피를 쏟고 환청과 환영에 시달리는 괴물화가 두렵지만 현수는 기꺼이 그린홈의 사람들을 지키고자 한다. 사회와 가족에게 실망하고 삶을 포기해 죽을 날만 기다리던 쪽방의 외톨이가 괴물이 되어서야 쓸모 있게 된다. 사람들은 이이제이(以夷制夷)로 현수를 이용해 괴물을 잡는다.  


하지만 드라마 회차를 거듭하며 드러나는 사실이 있었다. 바로 괴물이 된 인간보다 인간 자체가 무섭다는 것이다. 그린홈에 갇힌 사람들은 음식, 편의, 안보 등 다양한 문제들로 티격태격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무색하리만큼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인간 무리 사이에 이미 괴물이 존재하고 있는 상태, 갑자기 괴물이 된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이는 신이 인간에게 내린 형벌일까? 누구도 알 수 없다. 그 원인을 알아내는 일보다 시급한 것은 괴물화가 되기 전에 그들을 어떻게 이용할지다. 사회로부터 스스로 숨어들어 웅크리고 있던 현수가 후반부로 가며 진화하는 모습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그동안 쌓아 온 욕망이 커지며 괴물 자아가 발현했지만 이성으로 통제할 수 있다. 떡 벌어진 어깨와 짧아진 머리카락은 현수의 성장을 의미한다. 


현수는 자신과 같은 괴물화 인간을 만나며 더 이상 인간을 위해 희생하지 않겠다고 밝힌다. 과연 시즌 2가 만들어질까? 내가 괴물이 되면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살아남은 사람들, 현수와 같은 차에 타고 있는 편상욱의 존재까지. 열린 결말과 수많은 떡밥은 던진 채 시즌 1이 마무리되었다. 그만큼 시즌 2에서 수거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는 사실, 웰메이드 제작진의 노림수에 2021년까지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겨버렸다. 인류 종말로 치닫는 드라마 속 배경처럼 지난 2020년을 보내고 새로운 2021년을 맞이할 희망을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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