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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Jan 10. 2021

<굿바이> 죽음에 가까워지니 삶이 보이더라

이 영화는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다. 영화를 한참 보면서 문득 <기생충>과 비교하게 되었다. 과연 동양 영화가 영어권 시상식에서 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 본 것이다. 


삶과 죽음이란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보편성, 적재적소에 흘러나오는 오케스트라의 음악 덕분이 아닐까. 영화음악은 세계적인 거장 '히사이시 조'가 맡았다. 그리고 당시 신비로워 보이는 염습, 입관 등 일본의 장례문화가 마치 예술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소멸'이란 큰 주제로 탄생과 삶을 이야기하며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는 영화가 <굿바이>다. 


영화 <굿바이> 스틸

웰빙에 앞서 웰다잉이 먼저다. 태어나고 죽는 자연의 섭리에 누군가는 기꺼이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일까. 고인의 마지막을 돌봐주는 직업은 어떤 직업보다도 숭고해 보였다. 9년 전 먼저 떠난 아내를 직접 보내준 에쿠에이(야마자키 츠토무)는 온실처럼 식물의 생명력이 가득한 방에서 하루를 치유한다. 그는 미안하게도 생물은 다른 생물을 먹고 살아가지만 식물은 스스로 먹고사는 것을 해결한다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나란 존재를 넌지시 개탄한다. 


어릴 적 아버지에게 이끌려 첼로를 배웠던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는  오케스트라가 해체되어 재능이라 믿었던 첼로를 버리고 귀향한다. 다이고는 어째서인지 고가의 첼로를 팔아치우는 일이 미련보다 후련함이었다고 말할 정도다. 역시나 첼로는 자기 길이 아니었던 거다. 


졸지에 아내 미카(히로스에 료코)와 부모님 집에 내려와 구직활동을 하던 중 연령, 경험 무관, 고액 보장, 초보 환영, 정규직이란 광고를 보고 찾아간 곳에서 사장 이쿠에이를 만난다. 이큐에이는 다이고의 이력서를 보지도 않고 곧바로 채용한다. 하지만 여행 가이드인 줄 알고 갔던 회사는 장의사가 고용주인 장례 전문 회사였고, 어쩔 수 없이 다이고는 출근하게 된다. 


첫 실습은 2주간 방치되었던 고독사 시체였다. 처음부터 고된 상황을 마주해 얼이 빠져 있었지만 다이고는 죽음에 얽힌 가족들의 사연을 마주하며 뜻밖에 감동을 받는다. 살아생전 잘해 주지 못한 원망, 반대했던 일에 대한 후회, 아픈 몸을 더 살뜰하게 챙겨주지 못한 미안함이 점철되며 누군가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리게 만든다.


몇 개월이 지나고  일을 반대하는 아내와의 갈등, 좌충우돌하던 신입을 지나 일의 자부심을 갖추며 직업적 소명과 천직을 알아간다. 염습하는 장면 중 고인을 존중하는 의미로 맨살을 보이지 않고 닦고 입히고 화장까지 하는 장면이 마치 무용처럼 아름답게 펼쳐진다.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죽음이란 상황에서 따스한 온기로 대하는 사려 깊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영화는 초보 장례 지도사에서 전문 장례 지도사로 거듭나는 다이고의 성장을 주축으로 일을 반대하는 아내와 애증의 근원 아버지의 원망을 진정성 있게 풀어낸다. 그 매개는 '돌'. 아버지가 들려주었던 돌의 전설을 간직한 채 증오했던 아버지를 비로소 용서한다. 결국, 아버지-다이고- 손자까지 3대에 걸친 가족의 끈을 완성하기에 이른다. 본인의 성장과 고인들의 상처를 동시에 치유하며 진지하게 살아가야 할 의지를 다진다.


영화 <굿바이> 스틸


"잘 가시오. 또 만납시다" 


영화에서 죽음은 다음 세상으로 가는 '문'일뿐이다. 죽음에 이르러서야 속박된 껍데기를 버리고 자유로운 여행길에 나선 탐험 정신이 베어 있다. 그게 바로 영문 제목이 'Departures' 출발점인 이유다. 한 가지 일에 장인 정신을 발휘하는 그들 문화를 생의 마지막까지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죽음'을 좋지 못한 것, 되도록 멀리하고 싶은 것으로 여겨 터부시하는 경향이 크다. 아직까지도 죽음과 관련된 장례 지도사, 특수 청소부, 고독사, 안락사 등에 편견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굿바이>에서 보여주는 직업의식은 고인을 향해 갖추어야 할 예의와 진정성이 충분했다. 고를 수만 있다면 다이고 같은 분에게 마지막을 맡기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죽음에 가까워지니 삶이 보이더라. 언제 어디서 맞이할지 모르는 죽음이, 운명이란 시계 속에서 오늘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쉬지 않고 째깍째깍 우리는 모두 죽음을 향해 출발한다.


평점: ★★★★☆

한 줄 평: 죽음과 삶은 한 끗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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