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OTT 수다

[이어즈 & 이어즈]절망과 희망 사이 우리가 만든 세상

왓챠 [이어즈 & 이어즈] 앞으로 다가올 미래

by 장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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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에 벌써 명절을 두 번씩이나 보냈다. 올해는 좀 나아지려나 싶지만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전염병 앞에 명절 문화도 간소화,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정부방역방침에서 특별한 조항이 있었다. '5인 이상 모임'금지. 그러다 보니 차례를 지내는 가족, 친지 모임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번 명절은 모이지 말고 각자의 집에서 온라인으로 조상님을 모셔야 할까? 차례상 차리지 않는 집은 그나마 일 년에 몇 번 볼까 말까 한 얼굴을 화상 통화로 대신해야 할까? 숱한 궁금증을 품고 민족의 오랜 관습마저 바꿔 놓고 있는 올해 설을 맞아 만나지 못하지만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분들을 위해 준비했다.


몸은 떨어져 있으나 마음만은 가깝다는 의미에서 부모님, 형제자매, 친척들이 보고 같이 이야기해보면 좋은 드라마가 생각났다. 바로 BBC와 HBO 합작 드라마 [이어즈 & 이어즈 Years & Years]다. 우리나라에서는 왓챠에서 독점으로 스트리밍 중이다. 넷플릭스에 [블랙 미러]가 있다면 왓챠에는 [이어즈 & 이어즈]가 있다 할 정도로 수준 높은 이야기로 호평 받았다. [블랙 미러]가 기술 발전으로 불러올 미래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면, [이어즈 & 이어즈]는 사회 전반의 변화가 도미도처럼 이어지는 연결성을 주목한다. 가장 작은 단위인 가족의 변화된 일상을 통해 사회 변화의 큰 틀, 국가, 세계의 영향을 보여주는 현실성이 큰 드라마다.


영국 3대 가족의 15년이 낯설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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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즈 & 이어즈]는 엠마 톰슨으로 시작해, 로리 키니어, 러셀 토비 등 영구의 대표 신구 배우가 총출동해 가족을 이루었다. 시대적 배경은 브렉시트 이후 2019년부터 2034년까지의 근미래를 다루며 한 가정사를 통해 빠르게 훑는다. 성격과 가치관, 정치적 성향도 다른 식구들은 인공지능 시뇨르를 통해 '가족 통화'로 안부를 묻고 대소사를 결정한다. 이 가족이 겪는 갈등과 화해, 사랑과 희망은 가족 드라마의 성격을 띠면서도 사회 풍자의 신랄함도 포함한다. 15년간 변화한 정치, 과학기술, 사회, 환경, 성정체성, 장애, 긱워크, 난민 문제, 빅브라더 등 다양한 소재로 풀어낸 현실적인 SF 블랙코미디다.


지구 반대편에 사는 3대 '라이언 가(家)'가 보여주는 미래는 현재 대한민국과 다르지 않다. 소름 끼칠 만큼 맞아떨어지는 일들과 어쩌면 벌어질지 모를 미래의 일들이 중첩된다. 게다가 코로나19까지 예견한 장면마저 보여주는데, 이는 현실이 픽션을 넘은 오싹함까지 더한다. 그래서 더욱 이 가족의 대들보이자 100년 가까이 산 ‘뮤리엘(앤 리드)’의 호통이 뼈 때리는 일침으로 다가온다. "다 우리가 만든 세상이야." 온종일 앉아서 정부 탓, 경제 탓, 유럽 탓 등 남 탓하며 투덜거린 탓에 세상이 이지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방구석에 앉아서 구시렁거리기만 했을 뿐 불편하지만 참고 산 결과가 바로 우리의 멋진 신세계다.


할머니의 생일을 맞아 런던에서 멀지 않은 할머니의 집에 모인 라이언 가족. 트럼프의 레임덕의 영향으로 중국령 인공섬 훙샤다오(가상의 인공섬) 핵폭격 여파가 영국 사회마저 흔들어 놓는다. 드디어 제3차 세계대전, 지구 종말일까. 가족들은 혼비백산하고 다행히 중국이 물러섬으로 인해 일단락된 듯 보인다. 세계 전쟁의 기미는 잦아들었지만 진짜 게임은 이제부터였다. 더 무서운 결과가 가족을 기다리고 있었다.


네 남매는 아버지의 외도로 어머니와 외할머니의 손에 길러졌다. 이들의 직업과 가정환경은 영국 사회의 축소판으로 볼 수 있는데 뚜렷한 정체성을 갖는다. 라이언 가의 직업은 영국의 상, 중, 하층민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으며 복지국가 영국의 민낯까지 파고드는 집요함을 보인다. 급진적 사회운동가 ‘이디스(제시카 하인스)’, 금융전문가 ‘스티븐(로리 키니어)’, 스티븐의 아내이자 회계사 ‘셀레스트(트니아 밀러)’, 게이 주택 관리 공무원 ‘대니얼(러셀 토비)’, 장애가 있는 미혼모 ‘로지(루스 매들리)’가 등장한다. 스티븐과 셀레스트의 자식 ‘베서니(리디아 웨스트)’는 트랜스 휴먼이 되고자 하는데 육체를 버리고 모든 정신을 데이터화 하고 싶어 한다. 거기에 기업가 출신 정치인 '비비언 룩(엠마 톰슨)'이 인기몰이를 하며 영국 사회를 헤집어 놓으며 혼란이 가중된다.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이 만든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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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즈 & 이어즈]는 나와 무관하다고 여긴 멀고 하찮게 생각했던 문제가 연쇄적으로 나를 파고드는 공포를 보여준다. 작은 나비의 날갯짓 같은 작은 변화가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결과를 유발하는 나비 효과라고 해도 좋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 막연한 두려움이 갑자기 눈앞에 펼쳐졌다고 억울함을 호소해도 소용없다. 안타깝게도 그 문제는 항상 주변에서 끊임없이 경고하고 있었음에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결과다.


황당한 공약과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성당(가상 정당) 정치인 비비언 룩이 총리가 되며 영국은 최악을 나날을 보낸다.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은 투표를 하지 않자 투표가 의무화된다. 로지가 사는 지역은 범죄자 출신이 많이 산다는 이유로 통제구역으로 지정되어, 내 집 드나들기가 국경 넘는 것처럼 삼엄하다. 난민 문제는 대니얼이 우크라이나 난민 출신 빅토르와 사랑에 빠지며 가족의 일이 되어버렸다. 우크라이나에서 동성연애가 불법이 되자 빅토르의 신변의 위협을 느낀 대니얼은 연인과의 행복을 쫓아가다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영양사, 회계사마저도 실직하고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만 했다. 잘나가는 금융전문가는 실직 후 자전거 배달 긱워커로 하루에도 몇 개의 일자리를 전전했고, 항생제 과다 남용이 부른 내성은 가벼운 찰과상 이틀 만에 사망에 이르기도 했다. 몇십 년 전부터 경고해온 기후변화 문제를 눈 감은 결과 80일간 비가 내려 식탁 위 먹거리가 달라졌으며, 도시 침수로 생긴 이재민을 세대마다 수용하라는 침실법이 제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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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언 룩은 세상을 뒤흔들어 놓고 될 대로 되라며 승승장구한다. 그를 보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도널드 트럼프가 겹쳐지는데, 비상식적인 행동과 발언, 극명한 혐오와 적대적인 태도, 무자비한 난민 정책, 친기업 성향 등을 일관하면서도 독하게 살아남는다. 비비언 룩은 우리 주변의 괴물을 상징한다. 할머니 뮤리엘은 비비언 룩 같은 사람을 두고 연륜이 묻어나는 충고를 날린다. "저런 농담꾼, 사기꾼, 광대 놈들을 조심해야 한다. 우리를 웃기면서 지옥으로 이끌어 갈 거야. 또 나타날 거다. 괴물 하나를 없앴다는 건, 또 다른 괴물이 깨어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니까".


그렇다. 결국 세상은 괴물이 하나 사라졌다고 해서 또 다른 괴물이 나오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또 다른 모습으로 변종을 거듭해 훨씬 막강하게 등장할지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을 향한 관심을 멈추지 않고 옳지 않다면 행동해야 한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무관심, 눈앞의 불편함만 투덜거리는 습관에 젖어 넘겨 버리는 사소한 날갯짓이 나와 가족, 미래를 송두리째 날려 버리는 허리케인이 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으니까 말이다.


*이글은 오마이뉴스에 실렸습니다*

http://omn.kr/1s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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