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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Feb 19. 2021

<인투 더 미러> 시간에 침투한 운명 강탈자

멕시코의 천재 감독 '아이작 에즈반'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지금 살고 있는 세계 말고 또 다른 세계가 있다고 믿는가. 지구는 우주 속의 작은 티끌일 뿐이고,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 넘어 은하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렇다면 나와 똑같은 모습을 한 또 다른 내가 존재하는 평행세계도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 영화 <인투 더 미러>는 앞서 말한 상상력을 소재로 거울 속 다른 차원에 접속해 또 다른 자신의 운명을 훔치는 네 청년을 다루고 있다. 과연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나의 인생은 자신이라 하더라도 마음대로 바꾸어도 되는 것일까. 질문에 선뜻 대답하기란 쉽지 않다.     


평행세계를 다룬 SF 요소와 함께 장르적 쾌감과 섬뜩한 스릴까지 두루 느낄 수 있는 <인투 더 미러>는 <얼굴 없는 밤>으로 시체스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멕시코 출신 '아이작 에즈반' 감독이 캐나다에서 만든 영화다. 미국 제작진이 참여해 할리우드 진출작이라 볼 수 있다. <조커>, <밤쉘> 제작진이 참여했다. <얼굴 없는 밤>에서 보여준 참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익숙한 장르적 클리셰와 결합해 범죄 스릴러 한편을 완성했다.     


실패 뒤 짜릿한 성공의 맛을 본 청년들     

영화 <인투 더 미러> 스틸

노엘(마르틴 발스트룀), 리나(조지아 킹), 데빈(에멜 아민), 조쉬(마크 오브라이언)는 숙소를 잡아 함께 스타트업에 매진, 드디어 주차 앱 프레젠테이션 날이 찾아왔다. 구두계약을 마치고 최종 점검을 하던 중 찜찜한 기분은 역시나 틀리지 않았다. 투자자는 설명을 다 듣고는 며칠 뒤 앱을 완성하지 않으면 취소하겠다고 일방적인 통보를 전한다. 이는 사실상 계약 해지나 다름없었기에 패닉에 빠지고야 만다.     


더 충격적이 사실은 함께 동고동락한 동료가 가로챈 기회였다. 어떻게 기획한 앱인데 다 된 밥에 재 뿌린 그 녀석이 괘씸해서 미칠 지경이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자위하지만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집어던진 렌치에 벽에 구멍이 뚫리고야 만다. 이 집이 이렇게 약했던가 당황하던 것도 잠시. 2년 전 이 집에서 사라진 할머니의 저주라며 장난으로 너스레를 떨던 중 구멍을 두드려 보다가 또 다른 공간이 있음을 눈치챈다. 부랴부랴 그 방으로 가보니, 기묘한 전신거울 하나를 마주하게 되고, 다른 방을 볼 수 있는 이상한 카메라의 정체도 알게 된다. 호기심에 거울을 염탐하던 중 그 속에 지금 세상과 시간 차가 발생하는 평행 세계에도 자신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네 사람은 양쪽 세계가 완전히 똑같지 않다는 점을 습득해 본격적으로 아이디어를 훔친다. 거울 속에 직접 들어가 보니 두 세계는 거의 같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고 있었고, 자신에게 들키지만 않는다면 이쪽과 저쪽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데 제약도 부작용도 없었다. 모나리자가 단발이거나 해골이나 죽음의 요소가 적극적인 환영을 받는다.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이 <라라랜드>가 아닌 괴기스러운 <프랑켄슈타인>을 함께 찍는 등 염 세적인 세계관이 각광받는 세상이다. 현재 세계와는 반대되거나 뒤틀린 형태가 최고로 칭송되는 스산한 세계다.     


두 세계의 차이점 평행세계의 블루톤과 미세한 일그러짐으로 만들어 냈다. 이를 누군가가 계속 관찰하는 듯한 카메라는 시종일관 서스펜스를 유발한다. 세상을 놀라게 할 기술을 가진 21세기 에디슨으로 칭송받고 싶거나,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영감을 가진 예술가가 되거나, 맘에 둔 이성과 잘 되고 싶은 소망을 실현하거나, 실종된 아버지를 만나 하고 싶은 말을 이루어 간다. 각자가 원하는 욕망을 이루어 가지만 어느새 불신은 커지고 쫓기듯 불안감이 커진다.      


행복과 쾌락을 넘치게 탐한 결과     

                           영화 <인투 더 미러> 스틸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인상적인 인트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짧은 인트로가 영화의 전반적인 컨셉을 설명하고 있어서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하나였다.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거울 속 평행 세계는 만물상이다. 이 신비한 능력만 있다면 로또 부자가 될 수 있고, 힘들게 스타트 업을 준비할 필요도 없다. 기술 자체를 훔쳐 와 이 세계에서 상용화시키면 되니까.     


결국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은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지경까지 와버리다 폭주하게 된다. 작은 실수가 화근이 되어 일을 그르치고 위험을 자초한다. 달콤한 행복과 쾌락 뒤에는 반드시 대가가 뒤따라 온다는 것을 잊은 탓이다. 본인을 넘어 타인의 인생까지 마음대로 움직이더니 해서는 안 될 일까지 서슴지 않고 저지른다.      


거울은 인간의 욕망을 비추는 물건이다. 심리적인 측면에서 거울은 나를 비추기 때문에 한 번도 돌아보게 된다. 그 예로 물건이 진열된 가게에 거울이 많은 것도 도벽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잘못을 저지른 후 거울을 들여다보며 후회와 반성을 해본 경험이 있다면 십분 이해가 될 것이다. 그래서 다른 세계를 넘나들 수 있는 거울은 포털의 개념뿐만 아니라, 분수와 정도를 지키라는 평가의 척도가 된다.      


과연 이 집에서 발견한 거울은 판도라의 상자였을까. 열지 말아야 할, 갖지 말아야 할 물건을 가진 저주인가, 축복인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본인마저 믿을 수 없는 점입가경 속에서 붙잡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는 인간의 욕망이 만든 자업자득 결과와 유토피아의 아이러니를 상기하게 만드는 오싹한 결말로 마무리된다. 유토피아(utopia)가 현실적으로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을 가리키듯. 만들어지지 않은 미래를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은 결국 나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편, 이 영화의 원제는 패럴렐(Parallel)이다. 한국 영화 <거울 속으로>를 염두에 둔 '인투 더 미러'라는 한국 제목이 영화의 매력을 더한다.


                                                                                                                                                                                                                                                                                                      

평점: ★★★

한줄평: 평행세계를 다룬 SF 타임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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