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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Apr 20. 2021

<어른들은 몰라요> 10대의 눈으로 본 세상

<어른들은 몰라요>는 가출 청소년의 탈선과 가출 패밀리의 생존기를 사실적으로 다룬 문제작 <박화영>의 이환 감독의 두 번째 영화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2관왕을 수상했다. 전작 <박화영> 중 세진의 이야기를 가져와 만든 스핀오프다. 캐릭터와 영화의 확장이라 할 만한 의미 있는 작업이다. <박화영>을 보지 않아도 지장 없지만 봤다면 세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법하다.    


전반적인 줄거리는 학교와 가정에서 버림받은 18세 세진(이유미)이 가출 4년 차 동갑내기 주영(안희연)과 친해지며, 20대 오토바이 패거리 재필(이환), 신지를 만나 어울리게 되는 이야기다. 때문에 이번 영화 소재는 전작보다 더욱 더 세다. 10대의 흡연과 음주, 거친 욕설은 기본이다. 임신과 낙태, 학폭 등. 거리를 떠도는 청소년의 그늘진 아픔이 주요 소재다. 청소년이 주인공이지만 정작 청소년 관람 불가라 어른들만 볼 수 있다.    


학교와 가정에서 버림받고 거리로 나온 아이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스틸

학교 담임 선생님과 교제 중이던 세진은 덜컥 임신하게 된다. 그 사실을 학교에 알리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익숙한 냉대였다. 학교라는 일차적인 울타리는 보듬어 주지 아니하고 내치기에 급급했다. 사실 큰 기대를 한 건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일 줄은 몰랐다. 선생이란 사람들이 발설 금지 각서나 쓰게 하고, 누구보다 잘 살라는 말을 위로랍시고 건넨다. 세진은 결국 망설이지 않고 낙태를 결심한다.     


부모 없이 동생 세정(신햇빛)과 단둘이 살았던 세정. 거기에 묘한 관계였던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까지. 한꺼번에 여러 충격을 받은 세진은 동생을 두고 거리로 나온다. 당장 먹고사는 것부터 아이를 지우기 위한 불법 시술까지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는 현실 속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돈'이다.    


집을 나오고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거리를 떠돌지만 별 소득이 없다. 그러다 동갑내기 주영을 만나고 둘은 금세 서로를 이해하며 친해진다. 주영과 함께라면 거칠 것이 없었다. 혼자라서 어려웠던 일도 둘이라면 즐거웠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어른과 연결되지만 도움의 손길은커녕 이용하려 드는 어른들만 만날 뿐이다.     


한편, 위태로운 순간에 만난 재필과 신지는 세진의 급결성된 유산 프로젝트에 합류한다. 목돈을 위해 불법적인 일도 서슴없이 이어간다. 신약 실험, 유흥주점 아르바이트, 조건 만남 등으로 돈을 벌지만 이도 여의찮다. 돈을 구하기 위해 더 험한 일로 내몰아가지만 매번 실패로 돌아가기만 한다. 그들은 강렬한 자극과 충동적인 선택을 계속해서 쫓고, 이입되지 않는 상황들은 관객의 피로감을 높여준다.     


배우 출신 감독의 두 번째 연출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스

<어른들은 몰라요>로 두 번째 연출작을 선보인 이환 감독은 배우 출신이다. 이번 영화에 재필을 직접 연기했다. 재필은 세진을 위해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형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 방법뿐인 무능한 한계점에 실망하고 분노하며 가장 닮고 싶지 않았던 사람처럼 변하는 자신을 목도하게 된다. 결국, 마음에 두었던 세진에게 오히려 폭력을 가하며 스스로 무너지는 기폭제가 된다. 점차 폭력적이고 가부장적인 기성세대로 변모하는 재필을 통해 작위적일지 몰라도 하고 싶은 말을 전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또한, 독보적인 분위기로 압도하는 세진은 연기한 이유미는 진짜 10대라 믿을 만큼 리얼한 연기를 보여준다. 세진은 상처와 슬픔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애써 장난기 가득한 웃음으로 무마하는 캐릭터다. 보이지 않는 상처를 품고 곪아 터진 속 냄새가 스크린 가득 진동한다. 이 냄새를 맡은 어른에게 어떤 의미로든 자극이 될만하다.     

영화는 '날 것'이 무엇인지 여과 없이 보여준다. 끝이 보이지 않는 탈선에 입이 벌어지다 못해 찢어질 태세다. 등장하는 어른들의 민낯도 점입가경이라 한숨이 절로 나온다. 독립영화 특유의 시선으로 다룬 탓에 생략되고 은유된 장면도 많다. 따라서 대사나 표정만으로 캐릭터의 감정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부끄럽게도 영화 속 어른들은 비인간적이고 비정상적이라 차마 눈 감고 싶을 때가 많다. 어른들의 방관이 한 아이의 인생을 어떻게 망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고통도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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