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FBI는 미국 내 반체제적인 정치 세력을 감시하고 와해시키고자 했다. 그중에서도 흑표당 일리노이주 지부장인 20살 대학생 '프레드 햄프턴(다니엘 칼루야)'을 주목한다. FBI는 급성장하고 있는 흑인 민권 지도자들을 '블랙 메시아'로 규정해 무력하기 위해 대중 정치 선동가로 지목한다.
한편, FBI로 속이던 '윌리엄 오닐(키스 스탠필드)'은 FBI 요원 '미첼(제시 플레먼스)'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모든 죄를 인정하고 7년 동안 감옥에서 썩을 것인지 아니면 흑표당에 잠입해 언더커버로 활동할 것인지 제안받는다. 결국 흑표당에 들어가며 미첼의 요구에 따르게 되지만 점점 흑인 인권의 목소리를 높여가는 햄프턴의 카리스마에 동화되기 시작한다. 점점 오닐은 조직 내 신망이 두터워지면서 햄프턴과 가까워지며, 사회의 불평등에 맞서 싸우는 투쟁을 함께 하며 동료애와 존경심도 생긴다.
하지만 그럴수록 FBI의 무리한 요구는 날로 심해져 정체를 들킬 위험에 처하게 된다. 또 다른 끄나풀이 발견되며 오닐의 숨통을 조여온다. 오닐은 정의를 쫓는 일과 개인의 안위를 쫓는 일 사이의 갈등 심화되며 운명을 가를 비극적인 선택을 향해가게 된다.
각각 메시아와 유다를 맡은 두 배우는 이 영화 이전 <겟 아웃>에서 호흡을 맡은 바 있다. 둘 다 완벽한 변신으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남우조연상의 영광은 다니엘 칼루야에게 돌아갔지만 키스 스탠필드 역시 갈등하는 심리를 제대로 표현해냈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다큐멘터리처럼 흐를 수 있는 건조한 이야기를 감각적인 음악을 더 해 흥미롭게 연출했다. 결론을 말하자면 연출이 연기를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이다. 성경에서 점차 사람들의 신망을 받는 메시아가 되어가는 예수와 믿지 못하고 배반하는 유다 이야기가 어김없이 이어진다. 성경의 골자를 알고 있다면 신선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유다의 배신을 지켜보는 관객의 마음은 한없이 무거워진다. 때문에 결말부의 쿠키영상으로 제공되는 푸티지 영상은 그 선을 확실히 넘으며 더욱 충격으로 다가온다.
흑표당은 급진적인 무력 단체였지만 소수자와 아이들, 빈민을 돕고 다른 흑인 단체와 교섭해 나가려는 움직임을 했던 단체다. 아무것도 모르는 햄프턴과 이를 숨기고 연기하는 오닐을 관객은 전시적 시점으로 관찰하게 된다. 정의를 위해 싸우는 자의 뒤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배신자의 맘졸이는 심정과 죄책감을 대리 경험하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1960년대를 다루고 있지만 아직도 만연한 차별 앞에서 아스라이 사라져간 의인을 조명하고 있다. 특히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은 다니엘 칼루야가 연설하는 장면은 숨 막힐듯한 공기가 압도적이다. 결국 시상식장에서 상을 받자 마치 실존 인물에 빙의한 듯 미국 내 흑인 차별에 대해 읍소하는 수상소감을 해 화제다. 프레드 햄프턴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 함께 후보로 오른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에도 등장하는 인물이다. 비슷한 시기를 다룬 두 영화를 함께 보는 것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