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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Jul 03. 2021

<괴기맨숀> 더 듣고 싶어지는 괴담

여름이면 앞다퉈 개봉하던 공포영화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신인 등용문이라 불리던 공포 영화는 점차 소재 고갈로 인기가 시들해졌고, 대신 계절을 가리지 않는 스릴러가 비수기에도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 2017년 <곤지암>이 개봉하며 다시 한국 공포의 부활을 알렸다.     


이후 공포와 오컬트, 스릴러, 괴수의 결합 등으로 다양한 하위 장르가 생성되고 있는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괴기맨숀>은 2012년부터 시작된 세 편의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의 명맥을 잇고, <곤지암>의 명성에 힘입어 한국 공포영화의 입지를 다지는 중요한 지점에 서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영화는 화자인 관리인이 청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취한다. 괴담이라고는 하지만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상을 소재 삼아 공감과 공포를 동시에 유발한다. 화자를 중심으로 엮인 에피소드가 나열되는 익숙한 스타일이지만 공동주택에서 일어날법한 일화를 결합해 현실성을 녹여 냈다.     


인류 태초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편집되고 각색되어 다양한 버전을 만들어 냈다. 소설은 민담, 전설, 소문 등을 바탕으로 문학이란 장르로 승화된 예술이 되었다. 지금까지도 소설이 널리 읽히는 것도 늘 새로운 이야기에 갈증을 느끼고 듣고 싶어 하는 호기심이란 DNA가 유전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자 다른 이야기가 챕터별로 진행되고 비밀이 풀리며 반전을 이루는 옴니버스 형식은 알면서도 빠져들 수밖에 없는 공포영화의 단골 형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성공이란 욕망의 덫에 걸린 웹툰 작가    

영화 <괴기맨숀> 스틸컷

괴이한 소문이 무성한 광림맨숀에 공포 웹툰 작가 지우(성준)가 찾아오면서 시작한다. 광림맨숀은 사이비 집단 광림교의 시설로 실종뿐만 아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소문이 무성한 장소다. 전작의 실패를 만회하고 성공을 꿈꾸던 지우는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 아파트의 중년 관리인(김홍파)을 만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관리인은 어른들의 부주의로 많은 아이들이 죽었다며 고아원의 화재부터 운을 떼기 시작한다.    


첫 번째 이야기부터 심상치 않다. 504호에 사는 소설가(이창훈)는 시끄러운 집을 피해 아내 몰래 이사 왔다. 지긋지긋한 집에서 탈출, 집필에 열중하던 중 쿵쿵거리는 발소리와 어수선한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집중하지 못한다. 참다못해 화가 난 소설가는 층간 소음의 원인을 아래층에서 찾아 보복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날 밤 이상한 분위기가 집안을 가득 채우고 소설가의 그릇된 행동은 이내 화를 면할 수 없게 된다.    


907호에 사는 약사(박소진)는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미래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내와 자식이 있는 남자를 만난 대가로 장밋빛 미래는 불투명해져 버렸고 스스로 무덤을 판 꼴이 되어버렸다. 그러던 중 남자친구가 갑자기 찾아와 며칠만 지내겠다며 자신이 있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 당부한다. 하지만 퇴근 후 욕실에서 샤워하는 이상한 존재에 두려움을 느끼던 찰나,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남자친구의 존재에 안도하며 그것의 존재를 누설하게 된다.     

영화 <괴기맨숀> 스틸컷

708호는 부동산 중개인(서현우)은 괴상한 취미를 갖고 있었다. 하루의 끝과 시작을 리얼돌과 함께하고 있던 중 싱크대에서 이상한 광경을 목격한다. 꿀렁거리다 배수구가 역류하는 것도 모자라 환영이 보이면서 섬뜩함이 고조된다. 설상가상으로 리얼돌이 스스로 움직이자 점점 미쳐 버리게 된다.     


604호에는 외국에서 돌아와 친구(이석형) 집에 얹혀살게 된 유학생(강유석)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오랜만에 본 친구는 반갑게 맞아주기는 하지만 어딘가 불편해 보였고 집안은 곰팡이로 도배되어 있었다. 역겨움을 참지 못한 유학생은 친구가 집을 비운 사이 집안 구석구석 청소를 시작하지만 오히려 친구는 화를 내며 울부짖는다. 우리 부모님을 욕보였다는 알 수 없는 말을 남긴 채.    


드디어 마지막인 1504호에 와서는 관리인이 열쇠를 주며 직접 확인하라 말한다. 호기심과 궁금증이 가득한 지우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한다. 하지만 수상한 남자는 모서리에서 고개를 숙인 채 공포심을 유발하고, 문이 열리자 괴상한 표정을 지으며 따라온다. 인터뷰를 통해 다음 작품의 영감을 얻으려고 했지만 제 발로 지옥에 들어온 지우는 되돌릴 수 없는 저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더 많은 에피소드가 궁금해져..    

영화 <괴기맨숀> 스틸컷

영화는 각각의 독립된 단편의 성질을 띄면서도 하나로 귀결되는 장편으로도 손색없다. 특히 극장판에 공개되지 않은 세 에피소드가 궁금증을 자아낸다. 약사 편에 등장한 동료 약사(김재화), 조용히라며 문밖에서 소리쳤던 여고생, 지우와 친분 있는 후배 다혜(김보라)가 등장해 8개의 에피소드의 완결을 예고하고 있다.     


층간 소음, 부동산 중개 사기, 불륜, 일가족 살해 범죄, 욕실, 배수구, 곰팡이, 엘리베이터, 사이비 집단의 비밀 등. 일상적 소재를 비틀어 현실 밀착형 공포를 조성한다. 혼자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아무도 없는 집에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을 때, 나도 모르게 돌아보거나 눈을 질끈 감게 만드는 생활 공포가 등골을 서늘하게 한다. 흔해져 버린 점프 스퀘어를 사용하기 보다 서서히 조여오는 분위기로 압도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했다. 극장판에서 다루지 않은 세 개의 에피소드가 묘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괴기맨숀> 극장판은 'KT 썸머 드라마 콜라주' 프로젝트로 제작된 8부작 드라마를 5개의 에피소드로 추려 편집한 영화다. 공개되지 않은 에피소드는 <괴기맨숀: 디 오리지널>이란 이름으로 7월 30일부터 SKY채널, 올레tv, 시즌,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볼 수 있다.

장혜령 소속쓰는인간 직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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