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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Nov 18. 2021

<유체이탈자> 액션이 가미된 사랑과영혼

<유체이탈자>는 12시간마다 몸이 바뀌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범죄도시>, <악인전>의 제작진이 뭉친 영화답게 액션을 스토리에 가미해 활력을 불어넣었다. 12시간마다 몸이 바뀐다는 소재는 <뷰티 인사이드>와 비견되며 어떤 방식으로 풀어갈까 기대감을 높인다. 


이를 일찌감치 알아본 해외 제작자들은 107개국 선판매를 비롯해, 할리우드 리메이크를 확정 지으며 다시 한번 K컬쳐의 저력을 확인하는 한편.  튼튼한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연기까지 더해져 시너지를 남긴다. 특히 윤계상과 콤비로 활약하는 노숙자 역의 박지환은 기존의 센캐 이미지를 벗고 친근한 분위기로 영화를 환기하는 코믹 요소다. 


기억을 잃어 내가 누구인지, 이런 일이 왜 일어나는지 알 수 없는 물음 끝에서 허우적거리는 남자의 사투를 쫓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극에 몰입하게 된다. 더불어 나는 누구인가를 향한 질문은 평소 정체성과 존재를 고민했던 순간이 있다면 공감하게 된다. 


12시간마다 내가 나를 쫓는다
영화 <유체이탈자> 스틸컷

한밤중 교통사고 현장에서 어깨에 총상을 입고 깨어난 한 남자(윤계상)는 지나가던 노숙자(박지환)에게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한다. 내가 누구인지 이름도 집 주소도 기억나지 않는데 분명 내 얼굴과 몸이 아니라는 거다.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머리를 크게 다친 걸까. 그 남자는 입고 있던 옷에서 집 카드를 발견해 그곳으로 향한다. 조금의 실마리라도 알아내기 위한 일이었지만 혼란이 가중된다. 


감당하기 힘든 현실을 한꺼번에 마주하게 된 것도 잠시. 갑자기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난 남자는 이 몸에 적응하는 것보다 자신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듯하다. 거듭되는 유체이탈 현상으로 이 남자는 12시간마다 몸이 바뀐다는 것을 알아챈다. 그리고 사건의 실마리를 찾던 중 모든 사람이 국가정보요원'강이안'을 찾는다는 연결고리를 파악하던 된다. 강이안은 사실 나였고 한 여자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을 느껴 그녀를 따르게 된다. 


그 여자는 분명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것 같았다. 대체 이 남자에게 일어난 일은 무엇일까. 자신을  찾지 못하면 목숨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는 상황, 나를 둘러싼 모든 상황이 단서지만 해가 될 수도 있었다.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혼란스럽고 복잡한 심경의 남자는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을 수 있을까. 영화는 그 작은 실마리를 찾아 빠른 걸음으로 뒤쫓는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설정과 액션
영화 <유체이탈자> 스틸컷

영화 <유체이탈자>는 초반과 후반이 완전히 다르게 진행된다. 초반부는 거듭되는 유체이탈을 경험하며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한 의심과 발품 팔기가 주된 이야기였다. 후반부는 어느 정도 사건의 패턴을 알게 된 강이안의 액션이 폭발하며 볼거리를 선사한다. 도망치고 도망가고 쫓고 쫓기는 상황 속에서 도심 속 카체이싱과 맨주먹 활강 액션, 날렵하거나 투박한 권총 액션이 리드미컬하게 펼쳐진다. 


한국  액션 영화의 기준을 바꾸어 놓을 듯한 <유체이탈자>는 그 이전과 이후로 나뉠지 모를 액션에 진심을 담은 제작진과 배우의 노고가 느껴졌다. 대역 없는 액션이 기본 콘센트였기에 서로의 호흡과 힘, 감정을 액션에 녹여내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기억을 잃은 강이안을 연기한 윤계상은 전작 <범죄도시>의 장첸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완벽한 변신을 보여준다. 6인의 몸에 맞게 세팅된 걸음걸이 표정, 말투는 미러링 된 배우 얼굴과 오버랩되며 기묘한 인상을 풍긴다. 


박용우 또한 기존의 연약하고 섬세한 인상을 지운 채 체중증량으로 육중함과 카리스마가 스크린을 뚫고 나올 듯하다. 그가 꾸려낸 국가정보요원 박실장은 의문의 사고로 실종된 강이안을 쫓으며 가려진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는 의뭉스러운 캐릭터다. 영화 속의 가장 중요하고 큰 빌런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며 독보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내가 나를 쫓는 기묘한 방식은 좀처럼 한국 영화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신선한 소재와 액션으로 재미가 배가 된다. 어쩌면 지금 내가 만족스럽지 못한 사람의 불만을 꿰뚫고 있는 시나리오일지도 모른다. 자고 일어나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면, 아마도 미묘한 쾌감과 두려움이 동반되는 복잡한 감정을 경험할 것이다. 

영화 <유체이탈자>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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