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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Mar 13. 2022

디즈니+<메이의 새빨간 비밀> 자존감이 높은 아이

최근 디즈니와 픽사 속 애니메이션은 다양한 문화를 담으려는 노력과 젠더를 결합하고 있는 추세다. 뉴욕의 흑인 재즈 문화를 담은 <소울>, 동남아시아의 여성 서사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라틴 아메리카의 여성 서사 <엔칸토> 등에서 보여주었듯이 할리우드, 백인, 남성 등 전형성을 깨고 있다. 그 연장선상의 <메이의 새빨간 비밀>은 픽사 최초 여성 서사를 담은 여성 스탭진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     


중국계 캐나다인인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10대의 성장통을 담아냈다. 극장 개봉을 과감히 생략하고 디즈니플러스로 스트리밍 했다. <바오>로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은 '도미 시'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1990년 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소품과 음악이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다마고치, 폴더폰 등의 소품과 익숙한 팝 음악을 부르는 보이그룹 4타운은 엔싱크와 백스트리트 보이즈를 연상케 한다. 감독은 2PM, 빅뱅 등을 참고해 만들었다고 밝혔다. 4타운의 곡은 빌리 아일리시와 피니어스 로코넬 남매가 작사, 작곡에 참여했다.    

 

엄마 밍의 목소리에는 산드라 오가 아빠 목소리에는 오리온 리가 연기했다. 메이의 친구 중에는 한국인 캐릭터 애비도 있는데 박혜인 애니메이터가 직접 목소리 연기로 살려 냈다. 박혜인 애니메이터는 <소울>에서 들리는 한국어 "내 바지 어디 갔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감정 조절 못하는 사춘기의 이색 활용     
영화 <메이의 새빨간 비밀> 스틸컷

부모님에게 인정받는 게 인생 최대의 목표인 13살 메이(로잘리 치앙)는 엄마(산드라 오) 말씀 잘 듣는 착한 딸이다. 상위권 성적은 물론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 많은 완벽한 메이에게 최근 이상한 일이 생겨버렸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흥분하면 레서판다로 변한다는 것. 충격적인 모습을 감추기에 급급해 소란을 피우다 들켜버렸지만. 부모님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의외로 담담한 표정이다.     


알고 보니 오래전부터 여성만이 레서판다로 변하는 집안 내력임을 알게 되고, 메이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어른들 말씀에 따라 내면의 판다를 봉인하기도 한다. 이 녀석만 잘 다스리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에 희망을 품지만 다른 한편으로 고민되는 부분도 생겨 버린다.     


내면의 야수를 잠재우면 모든 게 끝인 걸까, 평생을 조심하며 살아야 하는 건 아닐까. 복잡한 마음이 들지만 사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포타운의 콘서트에 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하지만 돈도 없을뿐더러 공연장에서 돌발 상황이라도 생기면 큰일이다. 메이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친구들과의 우정을 지금처럼 유지할 수 있을까?     


상처를 딛고 자존감 높은 아이로 성장하는 중     
영화 <메이의 새빨간 비밀> 스틸컷

<메이의 새빨간 거짓말>은 캐나다에 사는 중국 가족의 삶을 통해 동양 문화권의 가치와 정체성에 대해 살펴본다. 메이는 누구나 겪어봤을 사춘기의 변화무쌍함을 제대로 통과하고 있는 소녀다. 2차 성장이 시작되고 내. 외적으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을 때를 재미있게 표현했다. 왕성한 호르몬 분비로 감정 컨트롤이 어려운 질풍노도의 시기에 부모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으려는 동양권 자녀의 심리와 완벽한 딸이길 바라는 부모의 갈등도 유쾌하게 그렸다.     


애니메이션이란 성장 장르답게 가족과 우정을 핵심으로 여성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좋아하는 가수에 빠져 열광하는 소녀팬의 덕질, 또래 이성을 몰래 짝사랑하는 마음, 생리가 시작되고 혼란스러운 마음까지 포착하며 여성 서사의 재미를 불어 넣는다. 시도 때도 없이 괴물이 되어버리지만 따돌림은커녕 오히려 귀엽다며 좋아해 주는 친구들이 있어 위로받는다. 친구들은 메이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도 변하지 않고 응원해 준다. 따뜻하고 단단한 우정으로 인해 용기를 얻게 된다.     

영화 <메이의 새빨간 비밀> 스틸컷

그래서일까. 메이는 백 점짜리 딸이 되고 싶어 엄마의 바람대로 살았지만, 레서 판다로 변하게 된 뒤부터는 더 이상 눈치 보지 않는다. 붉은 달이 뜨는 날 판다를 봉인하지 않으면 영원히 반인반수로 살아야 한다는 핸디캡을 선물로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한다. 흉측한 야수의 모습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일 줄 아는 성숙한 자세로 부모 세대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메이 선조의 모습이 고려 복식과 닮았다는 의견 등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다양성과 젠더 서사를 적절히 펼쳐 놓고 있어 디즈니 픽사의 이름값을 재확인하는 애니메이션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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