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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Mar 30. 2022

<모비우스> 영웅이세요? 빌런이세요?


희귀 혈액병을 앓고 있는 과학자 모비우스(자레드 레토)는 흡혈박쥐를 통해 인류를 구할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동료 마르틴(아드리나 아르호나)과 오랜 몰두 끝에 인공혈액과 노벨상 등 명성을 얻게 된다. 마침내 치료제까지 개발하게 되자 환희를 부르며 자기 몸에 임상실험까지 돌입한다.     


하지만 폭발적인 힘과 새로운 몸을 얻게 된 것도 잠시, 피를 마시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모비우스는 인공혈액으로 버티지만 이도 한계에 다다른다. 인공혈액은 6시간의 유예 시간을 줄 뿐 그마저도 점점 빨라져 걷잡을 수 없는 갈증을 느끼게 된다. 세상을 구원할 힘과 파괴할 본능을 동시에 갖게 된다.     


한편,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친구이자 모비우스의 후원자 마일로(맷 스미스)는 이 소식을 알아차려 같은 힘을 얻게 된다. 두 사람은 뛰어난 청력, 괴력, 비행, 빠른 속도를 겸비한 초인으로 거듭나게 된다. 정체성의 혼란스러움과 희열을 동시에 얻게 된 두 사람은 폭주하기 시작한다.     


미스터리한 존재 모비우스는 누구인가     
영화 <모비우스> 스틸컷

<모비우스>는 마블 코믹스에서 스파이더맨의 적 중 하나인 '마이클 모비우스'의 서사를 다룬 실사 영화다. 소니 스파이더맨의 3번째 시리즈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캐릭터라 다양한 상상력으로 중무장한 캐릭터가 모비우스다. 기존의 히어로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 앞에 정체를 숨기고 평범하게 살아가다 모습을 드러내는 반면, 모비우스는 특정한 이유가 있다기 보다 원초적 본능 앞에서 허우적거리기만 한다. 히어로와 빌런의 경계를 허무는 양면인 캐릭터기 때문이다.     


평생 죽음이 도사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처음으로 살아있음을 느끼는 운명 앞에 능력은 압도적인 힘을 발휘한다. 선과 악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중적인 매력을 보이면서도 좀처럼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예측하기 힘든 상태다. 피를 마셔야 살 수 있는 삶을 끝내고 싶어 하면서도 다시 약한 신체로 돌아갈 수 없어 선택의 갈림길에 선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CG로 바뀐 외양이더라도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며 세상의 분노를 끌어모아 자신을 유지하는 감정으로 드러내는 비주얼은 섬뜩한 드라큘라를 연상케 한다. 영화는 브램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의 특징을 많이 차용했다. 탄생한 지 200년도 더 된 흡혈귀는 금기를 건드린 퇴폐적이고 에로틱한 분위기로 사랑받으며 할리퀸 로맨스까지 차용된 인기 캐릭터다.     


모비우스는 뱀파이어의 이미지와 습성을 적절히 활용했으며 박쥐 하면 더 먼저 떠오르는 '배트맨'을 자기 것으로 변주하는 영리함을 선택했다. 사람을 살리는 의사지만 생존을 위해 가까운 사람마저 위기에 몰아넣는 위험한 존재다. 이는 딱 잘라 선악으로 나눌 수 없는 보통 사람의 성정과 유사하며 다양한 욕망 앞에 갈등하고 고민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최근 히어로의 성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몸 쓰는데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          
영화 <모비우스> 스틸컷

변신의 귀재 자레드 레토는 흡혈박쥐의 생김새와 유사한 외모와 행동으로 또 한 번의 충격을 안긴다. 붉은 눈과 들창코, 폭삭 꺼져버린 뺨,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신경질적인 모습을 선보인다. 이 정도면 적당히 망가진 상황이다.     


지금까지 그가 했던 역할은 대부분 외모 변화를 해야 했었다. 에이즈에 걸린 트랜스젠더를 연기한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자신만의 조커를 연기한 <수어사이드 스쿼드>, 최근 <하우스 오브 구찌>에서는 동일 인물임을 밝히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정도의 내외적 변신으로 주목받았다.     


이에 지지 않는 맷 스미스의 존재감도 주목할 만하다. 드라마 '닥터 후'에 출연해 인기를 얻었으며 슈퍼히어로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라스트 나잇 인 소호>에서도 흉악한 포주를 맡아 열연했으며 <모비우스>에서 흑화 되어 날뛰는 마일로를 연기했다.     


다수의 영화에서 메서드 연기를 보여준 자레드 레토가 자신과 비슷하다며 힘을 빼고 연기했다고 밝혔다. 병약한 모습이었다가 능력을 얻어 섹시한 매력까지 발산하는 맷 스미스는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하며 다소 느슨한 전개를 잡아주고 있다. 무난한 슈퍼히어로 영화면서도 앞서 개봉한 <더 배트맨>의 무거운 분위기를 적절히 이용하며 현란한 CG로 중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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