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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Aug 04. 2022

<블레이즈> 에단 호크 연출에서 타오른 뮤지션의 초상

<블레이즈>는 에단 호크의 4번째 연출작으로 제34회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실존 인물을 삶을 살펴보는 전기 영화 형식이다. 


미국의 포크 가수 블레이즈의 연인이었던 시빌 로젠 회고록 《오두막 집에 살다: 블레이즈 폴리를 기억하며》를 바탕으로 한다. 에단 호크와 함께 그녀도 각본에 참여했고, 잠깐 시빌의 엄마로 출연해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영화 속 카메오를 찾는 재미도 빠질 수 없다. 배우 샘 록웰과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후반부 깜짝 출연해 존재감을 과시한다.


영화 <블레이즈> 스틸컷

에단 호크는 데뷔작 <첼시 호텔>을 시작으로 본인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토록 뜨거운 순간>, 다큐멘터리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를 지나, 음악 영화로 돌아왔다. 연기와 연출, 소설 집필까지 못 하는 게 없는 팔방미인 에단 호크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꾸준히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고 있어 배우라는 타이틀에만 가둬 두기엔 아까운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에단 호크의 작품은 유독 소외된 사람, 주목받지 못한 사람, 그렇지 않은 분야를 탐닉한다. 에단 호크가 배우로서 맡았던 배역도 인상적이었지만, 그가 만든 작품마저도 연장선처럼 보인다. 이번에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고 감독 혹은 작가로 돌아올지 그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기에 기다려진다. 

세상을 떠나도 노래는 영원하리


영화 <블레이즈> 스틸컷

블레이즈(벤 딕키)는 싱어송라이터로 무소유를 삶의 지침으로 삼고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시빌(앨리아 쇼캣)을 만나 사랑과 영감을 동시에 얻으며 하고자 했던 음악을 이어간다. 하지만 행복했던 순간은 찰나. 사랑하면 할수록  둘은 서서히 삐걱거리기 시작하고 가난까지 엄습해오자 시빌은 이별을 결심한다. 

영화는 블레이즈의 삶을 담담하게 따라가는 로드무비이자 로맨스 무비다. 극에서 시간은 비선형이며 그를 추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 블레이즈와 교차되며 풍부한 감상을 유발한다. 외투 한 벌과 기타 하나가 전부였던 블레이즈는 사랑 때문에 불타올랐고 사랑 때문에 사그라들었다.


영화 <블레이즈> 스틸컷

몽상가였고 어느 곳에도 누구에게도 얽매이고 싶지 않았던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다. 그의 꿈은 유명 가수로 성공하는 스타가 아닌 전설로 남아 별이 되는 것이었다. 영원성을 지니고 싶어 했다. 사람은 죽어도 남긴 노래를 영원히 떠돌 테니까.

시빌은 그의 재능을 알아 본 최초의 사람이자 지원군이었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라고 응원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달라져 있는 블레이즈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안정적인 생활과 정착을 꿈꾸는 시빌과 잦은 다툼을 벌이게 되자 블레이즈도 버거워한다. '사랑'이 영원할 줄 알았지만 정작 '음악'만 세상에 남아있다.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 더 특별한 영화다. 그의 삶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바삐 보낸 당신의 삶을 조금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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