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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Dec 15. 2022

[키노 인터뷰] 디즈니+'커넥트', 미이케 타카시 감독

"사랑의 불시착 찍는 줄 알았는데.."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정서가 있다고 믿는다.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는 작은 끈. 최고가 만나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이루어낸 시너지가 그 결과물이 아닐까. 지난 12월 5일 용산 CGV에서 만나 장르물의 거장이자 세계적인 감독 ‘미이케 타카시’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12월 7일 디즈니+ 를 통해 전 회차가 공개된 [커넥트]는 이 믿음으로 가능했던 글로벌 합작 시리즈다. 기자는 그중 1회부터 3회까지만 본 상태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미이케 타카시 감독은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조감독으로 영화계 입문해 1991년 <라스트 선>을 시작으로 V시네마(비디오 대여점 전용)로 시작, 1995년 <신주쿠 흑사회>로 극영화 데뷔했다.


이후 <극도 흑사회>, <일본 흑사회>까지 흑사회 3부작, <오디션>, <착신아리>,<13인의 자객>, <악의 교전>, <짚의 방패>, <라플라스의 마녀>, <퍼스트 러브> 등을 연출했고 <오디션>으로 해외에서 주목받았다. 감히 ‘거장’이란 단어를 따로 떼어두고 거론할 수 없을 만큼 실험적인 표현 방법과 원작의 재해석, 모든 창작자를 향한 그의 존경심까지 두루 들어볼 기회였다.



사진=디즈니+


[커넥트]는 ‘최초’ ‘최고’란 타이틀이 어울리는 기념비적인 만남이 아닐 수 없다. 전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기업 ‘월트 디즈니’와 신대성 작가의 한국 웹툰을 바탕으로 했다. 한국 스태프와 배우, 그리고 일본 감독이 함께한 새로운 경험이다. 로컬에서 멈출 뻔한 콘텐츠가 한순간에 빠르게 퍼질 기회를 노린다.


특히 미이케 타카시 감독은 웹툰을 실사화하는 것도, 한국과의 독특한 협업도, 작품이 전 세계로 송출되는 것도 모두 ‘처음’이었다. 2004년 <쓰리, 몬스터>를 통해 박찬욱, 프룻 첸 감독과의 작업과는 완전히 달랐다.

인터뷰 이후,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의 송진선 CP를 통해 파격적인 만남 성사의 비하인드를 들어볼 수 있었다. 기준선을 이탈하는 미이케 타카시 감독의 연출이 딱 맞겠다며 떠올렸다고 한다.


더불어, 디즈니+의 한국 콘텐츠 중 두 번째 청불 등급을 받은 상황에 대해서는 쿨하게 대답했다. “감독님의 한계 없는 수위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청불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진=디즈니+


=한국 드라마 최초로 외국인 감독의 연출이다. 한국 웹툰을 원작으로 한국 배우, 스태프와 작업, 디즈니+라는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로 공개된다. 한국의 제안에 사흘 만에 하겠다고 대답했다고 들었다.


“시작은 스튜디오 드래곤의 추천이었다. 공격적이면서도 기존과는 다른 스타일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제안이 왔다. 너무 좋았다. 그때 드디어 “나도 <사랑의 불시착> 같은 작품을 찍는구나”라고 흥분했었다. (웃음) 나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웃음) 결과적으로 장르물이었지만 모든 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한국 쪽에서 모두 진행해 주었다. 관심 있냐고 제안 받았다. 그래서 선뜻 하겠다고 했는데 사실 어떻게 촬영할지가 도전이었다. 내가 고른 일본 인력을 데리고 갈 수 있지만 나 혼자만 갔다. 사람이 많아지면 소통이 어려워지고 문제도 생긴다. 기존의 협업 시스템을 버리고 새로운 방법을 택한 거다. 한국에서 우수한 인력과 배우를 모집해 주었고, 나만 쏙 들어가는 형태였다. 문제를 최대한 줄이고 작품 하나에 집중하는 거다. “(결국) 나만 잘하면 되거든..” (웃음) 여러 가지 문제를 줄이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던 거 같다.”


사진=디즈니+

=24시간 통역사가 따라붙는다고 해도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언어 소통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


소통에 앞선 믿음이었다. 먼저 작품의 주연인 정해인 배우 덕분에 행복했다. 촬영 전 원격회의를 했는데 랜선을 타고 신뢰감이 느껴지더라. 내가 혼자 한국에 와서 하는 거니, 아무래도 여러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 판단한 것 같다. 전적으로 “내가 지켜드리겠다”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주연배우로서 잘 이끌어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진정성이 전해졌기에 의사소통에 문제는 사라졌다.”


=동수 역할을 맡은 정해인 배우를 향한 무한 신뢰가 바탕이 되었다고 했다. [커넥트] 이전에 어떤 작품으로 알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정해인 배우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본 아이돌 느낌이었다. 이후 몇 작품을 더 보고 배우로서의 폭이 넓을 것 같아 기대했다. 나와 작업하면 충분히 변화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국 최고의 인기 배우지 않나. 그걸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변화에 호의적이어서 불안감은 없었다.”


사진=디즈니+

=일본 만화나 소설을 실사화했지만, 한국 웹툰을 원작으로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영상화하면서 각색에 중점을 둔 건 무엇이었나.


“원작이 있는 작품을 연출할 때 늘 지키는 철칙이 있다. 원작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각색하는 거다. 원작자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사람이다. 창작자에게 존경심을 갖고 있다. 나중에 원작자가 ‘괜히 허락했어’라며 후회하지 않도록 하는 게 유일한 감독의 책임이다.”


“긴 설명 지면을 효율적으로 대체하는 방식이 무엇일까 고민한다. 기본 맛을 살리면서 빼기보다는 더하고, 양념을 치는 게 나만의 방식이다. [커넥트]에서는 음악, 사체 아트를 첨가했다. 원작을 읽어보고 떠오른 이미지였다. 원작자도 다 담지 못한 것이 어딘가에 있을 거란 상상부터 출발했다.”



=일본 만화는 전 세계적인 수준이다. 한국은 웹툰이 뜨고 있고, 영상화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 만화와 한국 웹툰과의 차이점이 분명히 있을 거 같다.


“웹툰과 만화는 비슷해 보여도 아주 다르다. 둘 다 그림과 대사를 중심으로 표현하는 것 같지만 송출 속도와 작가들의 경쟁이 크게 다르다. 일본도 작가끼리 경쟁하지만 한국이 경쟁이 더 심한 것 같다.”


“웹툰은 웹상으로 보거나 작은 화면(폰, 태블릿)으로 접한다. 이런 플랫폼이 배경을 생략하게 되고 스토리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한다. 반면, 만화는 배경이 중요하다. 컷과 컷, 페이지와 페이지가 살아 있다. 앞뒤 페이지가 넘겨질 때 다음 페이지의 연결점까지 고려해서 편집한다. 쉽게 비유하자면 만화는 영화에 더 가깝고 웹툰은 그림을 보면서 스토리를 읽어나가니까 소설과 비슷하다. 이런 이유로 그림체가 심플한 웹툰은 드라마, 영화화에 적합하다.”


=한국 콘텐츠(웹툰, 영화, 시리즈 등)를 접한 적이 있나. 원작 웹툰이 라인 망가를 통해 공개되었다고 들었다.


“작품을 위해서 어떤 세대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스토리를 만드는지 두세 개 정도 참고용으로 웹툰을 몇 개 봤다. 전체를 정독한 건 아니었다. 정해인 배우의 이미지 때문에 [D.P]를 보기도 했다.”


사진=디즈니+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동수는 사회적으로 존재감이 미비한 인물이다. 신체를 통해 연쇄살인범과 대적하면서 히어로가 되어가는 정의로운 인물로 그려진다. 일종의 다크 히어로로 불러도 될까. 왜 이 시대에 커넥트 같은 신인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동수가 고독한 이유를 소심한 성격이나 핸디캡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특수한 이유가 있다. 타인과의 확연히 다른 콤플렉스를 숨기고 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동수는 약점까지도 타인을 위해서 기꺼이 용기 내는 친구다. 아름답고 특별한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결점을 능력으로 치환하는 사람이라 매력을 느꼈다.”


=신체 훼손과 그로테스크한 장면이 많지만 동시에 인류애가 느껴졌다. 추운 겨울날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고 있는 것 같은 따뜻함이다. 작품에 유대감이 중요하게 흐른다고 봤다. ‘연결’이란 무엇이라고 보나.


“동수와 같은 입장이다. 사람은 누구와 연결되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삶이 희극이나 비극으로 끝날 수 있지만. 결코 아무도 만나지 않고 산다는 건 불가능하다. 내가 만든 이야기는 겉으로 봤을 땐 비극이지만 그 안에 희망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어 아름다움을 느꼈으면 했다. 시각적으로는 하드 하지만, 그 안에서 온기와 친절함을 느끼게끔 장치했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연결이다.”


=천문학과 연결한 부분도 신선하다. 인간을 소우주로 본 건가. 평소 우주에 대한 철학이 있는지.


“우주의 관점에서 보자면 인간은 티끌이고 인간과 우주는 연결되었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태어나 집으로 갔을 때 집은 아기의 우주와 같다. 우리 모두가 다양한 부분과 연결되어 있다.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하고, 우연히 생물이 생겨 진화하고, 인류가 생겼지 않았나. 인간은 필연적으로 생명과 죽음 등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그 안에서 뭔가를 찾아내고 보여주려고 한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드리워져있다. 유한한 인간이 불사신이 되고 싶은 욕망, 절대 이루어지지 않을 무엇을 찾으려고 발버둥 치는 원동력이 된다. 그 부분 중 하나가 천체였고, [커넥트]에 응용해 봐도 좋다고 봤다.”


사진=디즈니+

=디즈니+ 12월 최고 화제작으로 선정되었고, 미국 포브스에서도 주목하는 등 관심이 대단하다. 최초 타이틀을 여러 개 달게 된 부담감은 없었을까.


“누구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도전이 필요하다. 감독이 중요한 포지션일 거다. 어릴 적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죠스>를 보고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저 감독을 일본에 데려와 일본 작품을 찍으면 어떨까’ 어린이의 시각으로 보면 세상을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어른이 되면 벽이 생겨 버려서 간단하지 않다. 그 장벽을 없애려고 시도 한 곳이 스튜디오 드래곤이다. 새로운 도전, 협업은 앞으로 계속 해야 할 과제라고 본다. 스스로 특별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꾸준히 이렇게 하고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앞으로 또 다른 작업이 궁금하다. 한국과 계속 인연을 이어갈 생각이 있는지..


당연하다! 다양한 방법과 생각, 작업이 가능하다. 이번 같은 시스템을 일본에서 적용해 볼 수도 있다. 시스템은 가지고 와서 연결하면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풍경과 정보 공유가 되지 않을까. 일본 스태프도 한국의 엔터테인먼트를 궁금해한다. 서로를 경험해 봄으로써 발전하는 고무적인 일이 생길 거다. 모두 공부가 필요하다. 프로젝트가 점차 늘어나길 원한다.”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커넥트]는 죽지 않는 몸을 가진 새로운 인류인 '커넥트' 동수(정해인)가 장기밀매 조직에게 납치당해 한쪽 눈을 빼앗긴 뒤, 자기 눈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살인마 진섭(고경표)에게 이식됐다는 것을 알고 미스터리한 조력자 이랑(김혜준)과 그를 쫓는 불사의 추격을 담은 이야기다. 12월 7일 전 회차 공개되었다. 



+이 글은 키노라이츠 매거진에도 게재했습니다+

[키노 인터뷰] 디즈니+'커넥트', 미이케 타카시 감독 "한국 제안에 사흘만에 오케이" : 네이버 포스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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