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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Feb 20. 2023

[키노 인터뷰] '어우헤' 배우 이동휘,

"언젠가 전기영화를 꼭 해보고 싶다"

지난 2월 3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의 ‘준호’역의 이동휘를 만나 이야기 나누었다.


이동휘 배우는 10년 이상 만난 연인의 헤어짐을 다룬 영화에서 N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남친 준호를 연기했다. 대학 때 만난 캠퍼스 커플이었지만 20대를 보내고 30대 중반이 되어버렸다. 둘 다 미술을 전공했다.



영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스틸컷


하지만 준호(이동휘)는 공부만 N년째다. 아영(정은채)은 경제적인 부분을 지원하고 있느라 바쁘다. 이제는 무엇을 하고 싶었던 건지, 꿈이 뭔지, 현실에 쫓겨 가물가물할 지경이다.


오래된 커플이면서 흡사 모자관계처럼 보이는 이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여자친구 아영을 맡은 정은채 배우가 준호와 극명하게 대비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초상화가 걸어 나오는 것 같은 아우라가 풍겼던 정은채 배우와의 작업도 전해주었다. 유쾌한 질문과 대답이 오고갔고 연기 철학과 좋아하는 것들, 앞으로의 계획도 들려주었다.





사진: 안성진 작가

=사랑에 관한 영화는 많지만 ‘이별’에 초점을 맞춘 영화는 잘 없기에 작지만 큰 영화를 선택한 동기가 궁금했다.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가 있어도 흥행 공식에 따르지 않으면 투자 받기 매우 어렵다.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는 투자에 자유로운 편이었고, 소재와 연출도 자유로워 신선해서 선택하게 되었다.”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큰 사랑을 받았던 이동휘는 평소 독립영화계의 이야기 화수분인 ‘형슬우’ 감독의 실력을 익히 들었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형슬우 감독님은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웃음) 독립영화계에서 독보적인 존재라고 들었다. 만나보고 싶었다. 감독님 작품은 <바겐세일 킬러>를 봤다. 만나보니 정말 무궁무진한 이야기보따리가 쌓아 두고 있는 분이었다.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통하는 것이 많았고 같이 작품 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극중 준호는 미술을 전공했지만 공무원 공부를 오랫동안하고 있는 인물이다. CC였던 여자친구 아영(정은채) 집에서 얹혀사는 넉살 좋은 헐랭이 남자친구다. 실제 성격과 준호는 어느 정도 싱크로율을 보일까.


“실제 준호와는 성격이 아주 다르다. 준호처럼 느리게 사는(?) 건 적성에 안 맞는다. 하루를 허투루 쓰는 것을 못 견디는 스타일이다. 오늘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반드시 해야 한다. 준호는 공부한다고 해놓고 몰래 게임하다 걸리지 않나.. 민폐 그 자체다. 준호를 어떻게 빌드업할까 고민하다가 주변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지인 중에 이집 저집에 며칠씩 옮겨 다니면서 기거하는 친구가 있다. 근데 이상하게 미움받지도 않고 연애도 끊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월세를 내는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여러 집을 드나든다. 그 지인을 참고했는데 좀.. 망한 거 같다.(폭소) 대체 아영과 안나가 왜 준호를 좋아하는 건지 나도 모르겠다.”



사진: 안성진 작가


=준호에게 두 여성이 빠지는 이유는 뭘까. 마성의 매력인 준호(?)를 어떻게 연기했나


“아영은 오랜 시간 지내 온 가족 같은 편안함이 컸을 거다. 준호는 사실 지질하지만 아영 만을 바라봐 주는 성격이다. 바람 같은 건 안 피우는. 이후 안나와의 관계는 좀 빠르게 진행되는데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 같다. 안나는 집착하는 남자와 헤어진 뒤 반대 성격인 헐렁한 남자에게 매력을 느낀 거 같다. 정리하자면 아영은 안정감, 안나는 새로움 때문에 빠진 게 아닐까 생각한다.”

=기자간담회에서 노메이컵에 관한 소신을 밝혔다. 남성들도 피부관리나 메이크업에 매우 신경 쓴다.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 같다.


“계기는 <국도극장>부터다. 캐릭터가 영화에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관객도 그렇게 느끼려면 거기 살고 있는 사람처럼 보여야 했다. 어느 순간, 틴트를 발라 촉촉한 입술을 화면에서 봤을 때 참을 수 없었다. 이런 생각이 들게 한건 <노매드랜드>의 배우 ‘프랜시스 맥도먼드’다. 물류창고에서 일할 때 배우가 아니라 진짜 일하는 현장 사람처럼 보였다. 좋아하는 배우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기회가 된다면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고 이번에도 메이크업을 하지 않았던 거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실 조심스럽다. 영화는 공동작업이라, 내 소신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다. 다행히 [카지노]도 배경이 습하고 더운 필리핀이다 보니 괜찮았다. 오히려 그을리고 더위에 찌든 얼굴을 보여줘야 했고 리얼리티를 추구할 수 있었다.”

=스타일리시한 배우로 알려져 있다. 극중 '준호'는 집에서 입을 법한 티셔츠와 슬리퍼를 착용하는 캐릭터라. 패셔니스타라는 이미지와 거리가 있어 옷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의상실장님이 있다면 거의 맡기는 편이다. 스스로 패셔니스타라고 말한 적은 없지만 옷을 너무 좋아한다. 술이나 술자리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라 유일한 취미가 ‘옷’이다. 영화 말고는 옷에 미쳐있다. 공동작업을 많이 할수록 개인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외동아들로 자라서 그런지 혼자 노는 게 좋다. 그때 그림을 그리거나 옷을 고르거나 SNS에 뭔가를 올린다. INFP라 그런 성향이 있는 것 같다. 주목받는 건 좋아하지만..완전 주목 받고 싶지 않은.. 구석에서 작게(?) 주목받는 걸 좋아한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건 그런 해소의 영역이라 생각된다.


작품을 볼 때 배우들의 패션도 주목해서 본다. 옷에 신경 안 쓰는 캐릭터를 연기할 경우 거의 단벌 신사로 가짓수를 줄인다. 반대로 신경 써야 하는 타입은 많이 준비해 간다. 과시해야 하는 <타짜 2>의 ‘짜리’나, 미팅이 많은 <뷰티인사이드>의 ‘상백’, 허세가 많은 <베테랑> ‘윤실장’ 같은 경우다.”


=음악도 좋아하지 않나. 예능 ‘놀면뭐하니?’에서 MSG워너비 유닛 정상동기(김정민 이상이 이동휘 정기석)로 활동했다.


“음악도 혼자 할 수 있어 즐긴다. M.O.M이 꾸준히 앨범을 내고 활동하는 것도 부럽다. 나는 준비가 되어 있긴 한데 막상 시도하기에는 겁나고 고민이 많다. 듣는 것도 좋아한다. 지난주에는 잔나비 콘서트에 갔고 내일은 거미 콘서트에 간다.”



사진: 안성진 작가


=앞으로 맡고 싶은 역할을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와서 놀랐다. 노래를 좋아한다는 게 빈말이 아니라는 걸 확인했다. 이동휘는 오랜 연인 정호연과 지난해 ‘빌리 아이리시’ 콘서트에서 포착되기도 했다.


“<극한직업>, <베테랑>, [응답하라 1988] 등 운 좋게 출연하게 되어 다작 배우로 알고 계신 거 같다. 감사하지만 공백기도 많았다. 아직은 내가 하고 싶다고 영화가 만들어지는 수준이 아니라. 들어오는 각본을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진한 멜로도 해보고 싶지만 내가 고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멜로 자체가 잘 만들어지지 않는 상황도 있고..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 실존 인물을 다룬 전기 영화다. <엘비스>를 보다가 ‘오스틴 버틀러’에게 반했다. <라 비앙 로즈>의 ‘마리옹 꼬띠아르’, <보헤미안 랩소디>의 ‘라미 말렉’등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놀란다. 얼굴이 똑같지 않은데 어느 순간 실존 인물의 얼굴이 보인다. 먼 이야기지만 기회가 된다면 누군가의 모습을 연기해 보고 싶다. 그게 이왕이면 노래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복서, 레슬러 같은 인물은 많은 분을 납득시켜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웃음)”


=얼마 전 ‘응답하라’ 멤버들을 만났는데..


“그 친구들을 만나면 마치 유년 시절을 함께 한 동창 같아서 편하다.”


=최근에 본 작품 중에 기억에 남는 건 뭔가?


“많은 작품을 봤는데 갑자기 기억이 안 난다. 극장에서 <슬램덩크>를 봤다. 짠한 감동이 밀려왔다. 만화책이 찢어지게 봤던 작품인데 이번에 3D로 눈앞에서 펼쳐지니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집에서는 넷플릭스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을 재미있게 봤다. 일본 사회와 사람들을 다루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감독님의 차갑고도 따뜻한 시선에 반했다. 감독님은 배우들을 고르는 선구안이 있는 것 같다. <브로커> 때 많이 웃겨 드렸었다. 감독님이 정말 잘 웃어주시더라.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웃음)”


=세계적인 거장의 러브콜을 받는 배우다. 성장했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지 물었다.


“운 좋게 좋은 흥행 작품에 출연하면서 인기를 얻었다는 생각한다. <극한직업> 이전에도 1년 동안 쉬었고 '놀면 뭐하니?'도 그전에 1년 공백기가 있었다. 운 좋게도 '놀면 뭐하니?' 이후에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 올해는 꽉 채워서 연말까지 활동해야 할 것 같아. 5월에 독립영화를, 가을에 드라마 한편 준비하고 있다.”



영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스틸컷

=<어쩌면 우린 헤어졌을지 모른다>를 선택할 관객에게 짧게 설명 부탁한다.


“지인에게 이 영화를 소개할 때 이렇게 말한다. ‘오랜만에 헤어진 여자친구를 만나는 상황인데 왼쪽에 담이 와서 왼쪽만 보는 영화를 찍었어’라고 말이다. 사람들의 반응이 꽤 좋더라. 이 영화는 현실감이 많이 느껴진다. 효과적인 대사전달력을 위해 애드립을 사용했다. 평소 유튜브나 짤을 보면서 애드립을 연구하는 편이다.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워도 다큐멘터리가 아니니까. 영화적인 느낌도 분명히 있어야 한다. 영화는 일상을 그대로 옮기는 게 아니기 때문에 상황과 대사랑 특별하게 들리길 바란다. 그게 내가 중요하게 해야 할 역할이라고 봤다.”


+이 글은 키노라이츠 매거진에도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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