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0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을 만든 조성현 PD의 기자간담회가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렸다. 연일 추가 폭로가 이어지는 가운데 날 선 질문이 한 시간 동안 오고 갔다. 이 글은 당시 나왔던 질문과 답변을 정리했다.
공개한 지 일주일이 되지 않아 넷플릭스 톱 10 안에 진입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인 파장이 커지고 있다. 조성현 PD는 “가족, 친구 중에도 사이비 종교 피해자가 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기도 했다. 언제라도 꼭 다루어야 하는 숙제 같은 일이었다”라며 기획 의도를 전했다.
제작해야겠다는 결정적 순간을 묻자, 김도형 교수 아버지를 만났을 때였다고 회상했다. “아들 대신 내가 테러를 당한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며 평생 후유증으로 힘들었지만, 불평하나 하지 않으셨다”라며, 나 또한 가족이 테러 당할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그전에 아들을 지킨 아버지의 희생에 존경심이 생겼다고 했다. 불의에 굴하지 않고 계속 싸우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고 싶었고, 그게 김도형 교수와 아버지였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다큐라기보다 폭로나 고발장에 가깝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우리의 역할은 화두를 던지고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라며 후속 사항, 대안, 법적 처벌 등은 다른 프로그램에서 만들어 줄 거라 믿는다고 전했다.
사실 같은 내용으로 MBC 제작물로 만들 계획이었으나, 방송국은 정해진 편성과 분량, 시점, 내부적인 이유로 엎어졌다고 했다. 그러던 중 넷플릭스가 반려된 기획서를 받아주었고 2년여 만에 세상 밖으로 드러낼 수 있었다고 했다.
지상파와 스트리밍 서비스의 차이점에 대한 질문에 “같은 주제를 PD 수첩에서 했다면 8주에서 10주 만에 완성해야 했을 거다. 메이플 같은 경우 마음을 돌려 한국에 들어오기까지 40일 정도 걸렸는데 아마 가장 중요한 인터뷰가 성사되지 않았을 거다”라고 시스템의 차이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송이었다면 50분짜리 2회차로 만들었겠지만 시간 배분과 분량이 자유로웠기에 회차 당 배차 순서가 달라졌다”라고 전했다. 다 담지 못한 종교 관련 이야기가 여전히 남아 있고, 이는 스스로 해야 할 일이라며 어느 플랫폼이 되었든 진행하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수위와 상관없이 OTT 플랫폼의 다큐 시청자 중 유독 젊은 층의 반응이 큰 이유에 대해서는 “OTT 사용자에게 이 이야기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었을까”라고 했다. 어느새 30년이 흘렀기에 MZ 세대에게는 낯설고 신선한 소재로 다가왔음을 주목했다.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200여 명과 오랜 시간 신뢰를 쌓고 자주 만나며 공들인 만큼, 심층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고 했다. 물론 섭외가 쉽지 않았고, 가족이 모르는 경우도 있었으며, 인터뷰 당일 연락이 닿지 않은 정도로 두려움을 가진 분들이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공개된 후, 피해자 중 일부는 그때 더 구체적으로 증언하지 못해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고 전했다.
과연 노골적인 묘사가 적절했나는 말이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이었다. 이유는 JMS를 다룬 1-3화일 것이다. '언론의 보도 윤리에 반하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영상이다', '모자이크나 음성 변조 없이 반복적으로 보여주어야만 했냐', '노골적인 재현 영상이다' 등의 심의 비판도 피할 수 없었다.
조성현 PD는 물론 선정성 키워드가 있지만 “영화가 아닌 누군가가 직접 당한 팩트”라고 입을 열었다. “다 못 보고 정지 버튼을 누르는 시청자가 있더라도 이 사건을 맨 처음에 배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특정 장면은 다른 방송에서 몇 번 다루었다. 여전히 없어지지 않는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오히려 언론에 묻고 싶을 정도다. 메이플 씨 인터뷰도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겠다는 제작 의도에 맞게 녹취록을 공개하고, 여성 나체 영상도 여과 없이 보여주었던 거다”
원본이 아닐 경우 JMS 측에서는 조작된 음성, 영상이라고 반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으면 또 다른 방어막을 생각해 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임을 주장했다.
최낙귀 어머니와 이모, 메이플의 경우 그대로 얼굴과 목소리가 노출된 상황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조성현 PD는 피해 내용이 클수록 공개하겠다는 결정자가 많았다고 했다. 오히려 큰 피해를 당해 하고 싶은 말이 많거나, 주장을 가짜로 의심받는 경우 얼굴 공개를 원한다고 했다. 이 자리를 빌려 용기 내준 출연자분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며, 그 용기가 사회적으로 존중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더불어 피해자들이 받는 가장 큰 상처는 ‘왜 그랬냐’는 질문인데, 대부분 ‘미쳤었다’는 한 가지 답변으로 일관된고 전했다. 그들은 다시는 자기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사람들인 거다. 그 증언을 존경받아야지 비난이나 조롱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피해자들의 용기이다. 그들이 무언가에 홀려서, 지적 능력이 떨어져서 그런 게 아니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라고 했다.
종교 내부의 동요나 움직임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JMS 탈퇴인의 모임인 가나안 카페에 자극받아 탈퇴를 결심했다는 글을 보고 보람을 느꼈다”라고 답했다.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대한민국에서 종교를 믿는 일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사이비를 만들고 조직화하는 단체를 지적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입장을 취했다.
조성현 PD는 끊임없이 한국 사회에 메시아가 출연하고 있는 이유를 묻자 “우리 사회가 길러낸 괴물이다”라고 답했다. 정명석과 비슷한 미국의 워렌 제프스의 경우 종신형을 넘어 20년 형을 받았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정명석의 경우 10년 형을 받았으며, 출소 후 전자 발찌 착용 중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 냈고 그중에는 미성년자도 있었다. 교주들에게 안전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방송, 연예계, 고위층에 불고 있는 JMS 신도 색출 작업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과거 MBC 방송국 습격 사건처럼 내부에 적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 사실 MBC와 넷플릭스를 의심한 적 있지만 색출은 다른 문제라고 선 그었다. 잘못은 종교를 믿는 사람이 아니라, 잘못된 종교를 만든 리더와 조직이라고 했다. 둘을 혼동해서는 안 되며 마녀사냥이 되지 않길 바랐다.
마지막으로 조성현 PD는 시리즈 재생까지 진입장벽이 높지만 많은 분이 보고 공론화해주길, 신도들의 탈퇴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특히 ‘아가 동산’ 편(5-6화)을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참담한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전하며, 조만간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이 들어올 것 같고, 곧 내려갈 수 있다고 귀띔했다. 가스라이팅이 얼마나 무서운지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었다고 했다. 더불어 총 8화 중 1화를 보고 꺼버렸다는 시청 후기가 많은데 3화까지 봐야 진짜 하고 싶은 말을 들을 수 있다고 시청을 독려했다.
넷플릭스는 해외 OTT 스트리밍 업체답게 소재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 지상파와 OTT의 협업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움직임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 넷플릭스가 투자하고 MBC가 제작한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뿐만 아닌,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배정훈 PD가 연출한 [국가수사본부]도 같은 날 웨이브에서 공개되었다. 방송에서 다룰 수 없었던 사건을 심층 분석하면서 OTT의 자율성을 최대한 반영한 사례다.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과 비슷한 ‘워렌 제프스’사건은 넷플릭스 [착한 신도: 기도하고 복종하라]에서 전하고 있다. 근본주의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 (FLDS)를 이끌었던 워런 제프스의 등장과 그가 저지른 충격적인 범죄 사건을 다룬 다큐 4부작이다. 관심 있다면 함께 시청해 봐도 좋겠다.
+이 글은 키노라이츠매거진에도 게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