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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Jun 05. 2023

'범죄도시3' '이준혁이 은갈치 패션을 고집한 이유'

<범죄도시3> 이준혁 배우 인터뷰


<범죄도시3>의 개봉에 앞서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이준혁과 즐거운 만남을 가졌다. 그동안 선인과 악인을 넘나들며 많은 캐릭터를 만들어 간 이준혁. 자신을 식당 사장님과 비교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배우로서 오랫동안 일했지만, 딱하고 떠오르는 대표 메뉴(캐릭터)가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이를 찾기 위해 늘 메뉴를 바꾸며 장사하는 사람이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이준혁 하면 드라마 [비밀의 숲]의 ‘서동재’와 [60일, 지정생존자]의 ‘오영석’, 영화 <신과함께>의 ‘박중위’가 떠오른다. 선인보단 악역 했을 때 오히려 잔상에 남는 배우다. 준수하게 생긴 외모 때문일까. 이번 영화에서는 최초로 빌런 둘을 등장시켜 다채로운 매력을 뽐냈다.     


이준혁은 3개월 만에 벌크업한 모습으로 마석도 형사와 대결한다. 자신의 인생 작품, 인생 캐릭터일지 모를 ‘주성철’을 위해 고군분투했다고 말을 이어갔다.     



Q) <범죄도시> 시리즈의 인기가 크다. 전편이 천만을 넘으면서 부담이 크겠다. 시리즈에 합류하게 된 계기와 소감은 어떤가.     

: 저의 새로운 매력을 발산할 수 있어 감사하다. 사실 <범죄도시2>의 개봉 전에 캐스팅된 거다. 천만을 넘을 줄 상상도 못했고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마동석 선배에게 전화를 받았는데 꿈만 같았다. 당시 배우의 길을 계속하는 게 맞나 고민하던 때였고, 친한 동생과 여행을 가려던 참이었다. 운명처럼 느껴졌고, 어릴 적부터 꿈꾸던 할리우드 배우의 캐스팅 제안이라 벅찼다.      


Q) 캐스팅 당시 배우로서 고민이 있었을 때라고 했었다. <범죄도시>를 찍고 문제는 해결되었나.     

: 마음을 다잡고 계속 가던 길을 갈 수 있게 도와준 게 마동석 선배였다. 두렵고 떨렸지만 가보고 싶었던 길이다. 새로운 목표가 생겨 버렸고 안 해본 역할이라 몰입할 수 있었다. 뻔히 데일 줄 알지만 뭣도 모르고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말이다. 어쩌다 보니 촬영, 시사회까지 마쳤는데.. 사실 앞으로 일어날 일이 걱정되긴 한다.     


Q) 짧은 기간에 증량을 많이 했다.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을텐데.     

: 주성철이란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다. 감독님은 우락부락한 인상과 몸을 원했고, 둘이 마주쳤을 때 덩치감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마선배가 벌크업을 원했다. 운동선수처럼 치열하게 하루 2번 운동하고 먹으면서 대본도 연구해야 했다. 3개월 만에 20kg 가까이 찌운 건데 한 끼만 굶어도 2kg가 그냥 빠지니, 유지하는 게 더 힘들었다. 지금은 다 빠진 상태라 그동안 먹고 쓴 비용이 아쉽다.(웃음) 주성철은 헬스로 다져진 근육이 아닌, 장사 체형을 타고난 사람이다. 생활 근육으로 다져진 몸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Q) 점점 커지는 덩치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주성철의 외형을 어떻게 준비했는지도 궁금하다.     

: 장면이 삭제되었지만 주성철을 위해 담배도 다시 피우게 되었다. 운동량을 늘리고 살을 찌우니 호르몬 변화도 왔다. 나도 모르게 걸음걸이가 달라지고 인상도 많이 쓰게 되더라. 그랬더니, 오히려 주변에서 걱정하더라. 성격도 극I형이었는데 극E로 변했다. (살 빼면서 다시 I로 돌아왔다고..) 내가 주성철이라면 늘 결정해야 하는 일이 많아 짜증과 화를 달고 살았을 거다. 그러던 중 마침 마석도가 나타나 인생 최대 스트레스가 치솟은 상태인 거다. 점차 멘탈이 나가면서 머리 손질도 못 할 상태까지 망가지고 있었다. 헤어스타일에 대한 말을 많이 들었는데 도깨비 같다는 분들도 계셨다. (웃음)     


Q) 1편의 장첸과 2편의 강해상, 그리고 3편은 주성철이 있다. 이들과의 차이점을 소개한다면.     

: 1편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생각 못 한 채 그저 재미있게만 봤다. 2편의 강해상은 친한 형이라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웃음) 아무튼, 3대 빌런 주성철은 앞선 두 빌런 보다 일단 돈이 많고, 성공한 사람이라는 거다. 지금까지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가 최전성기에 괴물형사 마석도를 만나 갑자기 폭망한다. 너무 큰 욕심을 부린 탓이다. 상황이 실패자로 만든 게 아니라 스스로 이끌었기에 안타깝다. 아마 시리즈 중 가장 인간적인 빌런이 아니었을지 싶다.     


Q) 포스터나 예고편이 공개되자 처음 보는 얼굴이라 많이들 궁금해했었다. 사실 누군지 잘 못 알아봤다.   

: (저를 아예 모르실 수도 있고) 어떤 의미에서건 절 못 알아봐 주셨다면 성공이다. (웃음) “재, 누구야?”라는 반응을 원했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중요 포인트가 ‘신선도’였다. 저는 오랜 연기 생활로 소비된 이미지가 많은 배우다.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모습을 보여 줄 기회라 신난다. 앞으로도 “누구세요?”라는 말을 더 듣고 싶다.     

Q) 영화에서 마석도는 운동복 차림이지만 주성철은 내내 은갈치 패션이다.     

: “그렇게 이상한가..?” 감독님과 의상팀이 컨펌한 심혈을 기울인 패션이다. 인터뷰하면서 은갈치란 표현을 처음 들었는데 촌스러움의 대명사라니.. (당황). 시대적 배경이 2015년이란 것도 있고 당시 유행 중인 패션을 입고 있는 거다. <존 윅>처럼 세련되고 멋있게 할까도 했지만 영화와 어울리지 않아 관두었다.     


Q) 기자간담회에서 빌런을 모아서 스핀오프 작품도 재미있을 거란 의견이 나왔다. 만약 만들어진다면 또다시 증량해서 합류할 생각이 있을까.     

: 아마 주성철은 마석도에게 너무 맞아서 살도 빠지고 의욕도 잃지 않았을까. (웃음) 이번에는 단시간에 증량해야 했는데 다시 한다면 100kg 넘겨 보고 싶다. 크리스찬 베일이 <바이스>에서 했던 ‘딕 체니’나, 톰 하디가 했던 <장기수 브론슨의 고백>의 ‘찰스 브론슨’처럼 말이다.     


Q) 범죄도시 하면 액션이다. 마석도에게 무참히 응징당할 때, 쓰리콤보 펀치 후 본인도 모르게 아파하는 신음 (?)이 영화에 담겼다.     

: 그때 당시 목이 너무 아팠다. 마석도의 펀치로 담이 왔다. 안전장치를 했는데도 복부를 맞아 신음이 절로 나왔다. 마동석 선배가 적절한 타이밍에 끊어주었지만 긴장이 풀리면서 장기들이 울려다. 저도 처음 듣는 소리가 들렸던 거다. (웃음) 개인적으로는 주성철의 고삐 풀린 롱테이크로 액션이 기억에 남는다. “이걸 내가 해냈다”라는 뿌듯한 마음이 들더라.     


Q) 범죄도시의 모든 것이라 할 세계관의 중심인 마동석과 호흡을 맞춘 소감은 어떤지.     

: 영화에 대한 끝없는 애정을 목격했다. 14시간 회의도 마다하지 않고 일에 빠져드는 모습이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마동석 선배와 작업해 보니 나이 들어서도 계속 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의 즐거움만 추구할 수도 있는데 정말 영화를 사랑하더라. 그 모습에 고무되어 저도 더 영화를 좋아하게 되었고 본받을 만한 선배라고 느꼈다.     


Q) 액션 장면 촬영은 어떻게 했을지, 주성철 만의 액션 포인트가 있을까.     

: 가장 거칠게 나온 액션 장면과 다르게 가장 안전했던 현장이었다. 프로가 모여 있는 현장 아닌가. 액션을 잘하는 배우들과 믿음도 두터웠다. 대화도 많이 하면서 암묵적인 믿음이 생겼다. 반면 주성철은 딱히 준비할 액션이 없었다. 상황에 따라 손에 잡히는 대로, 날것의 액션을 보여주기 때문인데, 합의된 액션 순서 없이 그냥 “밟아봐, 때려봐” 이런 주문이 제일 어려웠다.     


Q)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     

: 나이가 들면서 선한 역할을 더 잘해보고 싶다. 예전에 ‘조니 뎁’이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어서 <캐리비안의 해적>을 찍었다는 말을 이제야 이해된다. 그런 마음의 연장선에서 드라마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나 영화 <야구소녀>도 했던 거 같다.     

Q) 개봉 전 프리미어 상영을 했잖냐, 무대 인사 때 관객 반응은 어땠나.     

: 극장만의 특별한 경험을 좋아한다. 놀이동산 가면 옆 사람의 웃음에 감염되어 버려 같이 웃고 신나는 기분이 드는 거 말이다. 영화도 극장에서 함께 모여서 웃고 떠들면서 봐야 즐길 수 있다. 연휴 때 극장을 가보니 관객이 많아서 놀랐다. 좌석이 꽉 찬 건 오랜만에 봤고 이 분위기가 쭉 이어지길 바란다.     


Q) 2021년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견 ‘팝콘’을 주인공으로 게임 '안녕 Popcorn'을 출시, 역주행 했다고 들었다. 연기뿐만 아니라, 그림도 그리고 게임도 개발했는데 여러 분야를 경험해 보니 어땠나.     

: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했고 게임 마니아였다. '안녕 Popcorn'은 반려견(팝콘)을 제대로 떠나보내지 못했던 것에서 출발했다. 가만히 있으면 더 힘들어서 2년간 쉼 없이 일만 하다가. 이제야 이야기 할 여력이 생겼다. 처음에는 영화로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실사로 만들면 더 슬픈 것 같아 포기했다. 인간보다 수명이 짧은 반려견의 죽음은 언제나 슬픈 일이잖냐. 그러다가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간다면 어떨지 떠올렸고, 게임도 출시하게 되었다.  내가 스스로 만들어 본 것 중에서 별점이 가장 높은 것 같다. 혹시 무료라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웃음) 게임 후기를 읽어 보다가 오열하기도 했다. 게임 만들 때는 울 틈이 없이 바빴다. 직원 3명 두고 했었는데 정해진 기간이 넘으면 개발비가 더 들어가니까 집중했던 것 같다. 비슷한 경험을 했던 반려인이 서로 경험을 나누는 게 큰 힘이 되니까 좋더라. 너무 소중한 경험이었다.     


Q) 2편 개봉 전에 3편 캐스팅이 되어 스코어를 모른 상태였다.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 앞으로 죽도록 맞을 4편의 빌런에게 조언할 게 있다면. 앞으로의 계획도 들려 달라.     

: 드라마 [비밀의 숲] 스핀오프편에서 서동재로 돌아오고, [비질란테]도 대기 중이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전환점이 되어 준 작품이다. 2편에는 손석구, 4편에는 김무열이라 다 친한 동료 배우가 빌런을 맡아서 신기하다. 서로 흥행의 부담은 있겠지만 다 같은 시리즈를 하게 된 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말은 꼭 해주고 싶다.


 유얼 넥스트 (박장대소)          



사진: 에이스팩토리


+이 글은 필더무비에도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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