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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OTT 수다

[퀸메이커] 신박한 여성 서사라고?!

넷플릭스 여성서사 시리즈

by 장혜령
넷플릭스에는 수많은 콘텐츠가 있다. 일명 넷플릭스 증후군이라 불릴 정도. 너무 많은 선택지에서 갈 곳을 잃고 구독료만 내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취향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넷플릭스의 AI 추천에 기대다가 갈곳잃은 영혼과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해야 할 일은 많고 어떤 것을 봐야 할지 오늘도 고민이라면 오늘은 [퀸메이커]의 관전 포인트를 알아볼까 한다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감성의 연대차가운

황도희(김희애)는 일명 ‘황변’으로 불리며 조롱거리로 불리지만 은성그룹의 해결사다. 10cm 이상의 하이힐을 자신감이라 느끼는 흙수저 출신의 성공한 여성이다. 오너 일가의 리스크를 막고 지키며 수십 년을 수족처럼 살았지만 최근 은씨 일가의 무책임한 태도에 환멸을 느껴 퇴사한다. 그 일과 연관된 변호사 오경숙을 만나 서울시장을 만들며 사적 복수를 다짐한다.


오경숙(문소리)은 돈과 권력에 무릎 꿇지 않는 꼿꼿한 인물이다. 위선은 개나 줘버린 깨끗한 양심의 소유자다. 정 많고 의리 있는 요즘 세상에 보기 힘든 괴짜다.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지 아니하는 성정을 지녔다. 돌직구 화법과 직진 성격은 자유분방함 자체다. 잦은 돌발행동이 문제기는 하나, ‘정의가 이긴다’는 굳은 신념으로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주변에 믿고 의지하는 팬이 은근 있다.


오경숙은 은성그룹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의 계약 해지를 근거로 은성 백화점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다 황도희를 만난다. 시작은 살벌했지만 이 일을 계기로 둘은 친구, 그 이상이 된다. 너무 다른 성격과 외모로 공통점이 없다고 느꼈지만 각자의 철학에 스며들며 서로를 인정하고 존경하게 된다.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감성이 만나 미적지근한 온도로 상쇄되는 게 아닌, 엎치락뒤치락하며 위태로웠지만 결국 시너지를 발산한다.


연기 구멍 없는 캐릭터 열전


넷플릭스 [퀸메이커]는 김희애와 문소리가 투톱으로 이끌지만 인상적인 조연의 활약도 대단했다.

은성그룹의 절대 권력으로 통하는 회장 손영심을 맡은 서이숙의 위엄은 대단했다. 그동안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퀸메이커]를 통해 물 만난 물고기처럼 펄떡이는 연기가 고무적이었다. 엄마이자 오너, 야심을 가진 한 인간으로서의 입체적인 모습에 매료되었다. 남편을 떠나보내고 딸 둘과 그룹을 건사해야 했던 질곡의 여성사가 깊은 주름에 깃들어 있다고나 할까. 새로운 면을 보고 신선함이 컸던 배우였다.


또한 독립영화계의 퀸이라 불리는 김새벽의 변신도 눈에 띄었다. 땅콩회황이 격하게 생각나는 인물로 초반 분위기를 휘어잡는 트러블 메이커였다. 갑질도 그런 갑질이 없었다. 황도희가 수습하며 활약하게 되는 초반 잡음은 은채령에게 나왔다. 영화 <벌새>의 따뜻한 한자 선생님은 이미 잊힌 후였다. 광기 어리지만 결핍으로 인한 슬픔 인정받고 싶은 비뚤어진 관심. 바람피우는 남편의 선거 내조와 경영권 승계 싸움에 휘말려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재벌 3세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그뿐인 줄 아나? 대한민국 영화와 드라마는 두 가지로 분류된다고 할 정도다. 이경영이 나오는 것과 나오지 않는 것. 또경영좌가 등판하면 극의 흐름이 바뀐다. 그가 맡은 캐릭터는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르다. 오랜 경력을 무기로 너무 튀거나 존재감이 없어서도 안 되는 적절한 균형을 유지할 줄 아는 배우다. [퀸메이커]에서는 선거 전략가 ‘칼 윤’으로 분해 선거계의 전설적인 인물을 맡았다. 튀지 않고 전형적인, 필요에 의해 쓰이는 캐릭터를 참 잘 아는 배우다. 다작 배우지만 인상적인 캐릭터가 없는 게 한계이기도 하다.


'퀸메이커' 그래서.. 강추? 비추!?


성불균형이 많이 해소되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여성의 정계 진출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남성의 비율이 높은 폭을 차지하고 있는 정치판. 그런 이유로 [퀸메이커]는 여성의 정치판은 어떨지 호기심을 부르는 소재였다. 김희애의 드라마 복귀작이면서도 꾸준히 연기와 감독을 넘나드는 문소리와의 케미가 큰 틀에서 진행되며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정치는 사실 거대한 쇼비즈니스라 ‘연기력으로 승부’한다는 메인 카피도 흥미로웠다. 정치인의 거짓말이야 할리우드로 보내야 할 만큼 뛰어나다는 건 당연지사. 프로 배우가 펼치는 거대한 정치무대의 불꽃 튀는 연기를 감상하는 재미가 관전 포인트였다. 오너리스크를 막기 위해 명품 가방과 스카프, 신발로 시선을 돌리고 탈모와 모유 수유 장면으로 본질을 덮는다. 대중을 호도하고 여론 뒤집는 블레임(Blame) 룩의 효과를 톡톡히 보여주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있었다. 한국판 [하우스 오브 카드]를 생각했던 게 화근일까. 이야기는 대체로 익숙하다. 정치판의 여성들의 활약과 악행을 잔뜩 기대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기업 회장, 당 대표, 서울 시장, 전략본부실장 등. 주요 캐릭터를 여성으로 바꾼 점을 빼고는 새롭다는 인상이 들지 않았다. 네거티브 전략, 권모술수, 음모, 살인도 개의치 않는 선거판의 더럽고 악랄한 머리싸움도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였다.


대기업의 전략기획실의 이미지 메이커 황도희가 미친 코뿔소라 불리는 정의의 최전선의 인권 변호사 오경숙과 서로 각성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즐기게 되었다. 카리스마와 아우라를 풍기며 임파워링 기운을 모아 옳다고 믿는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소신은 스릴과 재미를 유발했다. 처음에는 목표를 위한 전략적 제휴였지만 물들어가는 협업이 훈훈하게 다가왔다. 또한, 시즌 2를 기다리게 만드는 결말의 기대감도 있었다.






강추 �

-다양한 배우들의 연기 변신 보는 재미 즐기시는 분

-패션, 스타일 등 선거는 연기와 쇼라는 부분에 동의하시는 분

비추 �

-정치판 더럽다 더러워.. 여성 후보, 여성 재벌이라고 다를까

-벡델 테스트의 여성 서사를 기대했다면..부족하고 평범한 서사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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