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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Jun 30. 2023

[인터뷰] 영화 귀공자, 파격 변신한 '고아라'

"귀여운 외모 칭찬 감사자미나, 언제든 망가지고 싶어요"

10년마다 주기적인 성장과 변화를 꽤 하는 20년 차 배우 고아라. 2003년 드라마 [반올림]으로 데뷔해 ‘이옥림’으로 얼굴을 알리며 국민 여동생으로 등극했다. 이후 2013년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성나정’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10년 뒤. 2023년 영화 <귀공자>의 윤주로 또다시 변신에 성공했다.     


지난 6월 22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고아라와 만났다. 예상했던 대로 귀여운 외모와 털털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분위기를 경쾌하게 만드는 긍정 바이러스를 전파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이후 7년 만에 스크린에 얼굴을 내밀면서 연기를 향한 갈망과 소신을 마음껏 펼쳐 냈다.     


고아라하면 떠오르는 대중적인 모습이 있다. 때문에 윤주를 만났을 때 과거 캐릭터와 달라 많이 고민했을 것 같다. 등장부터 갑작스럽더니 카멜레온 같은 모습을 선보인다. 비범한 여성 캐릭터에 탁월한 박훈정 감독의 러브콜을 받았기에 부담도 기대도 컸을 것 같다. 그 상황을 물었더니, 그때를 떠올리며 해맑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박훈정 감독님은 <신세계> 때부터 팬이었어요. 어느 날 감독님의 갑작스러운 연락에 뭔가 있구나 내심 기대했는데, 평상시처럼 근황 이야기를 편하게 나눈 게 다였어요. 그런데 다음날 대본을 받아보게 되었어요. 대본 읽는데 막 머릿속에 그림이 저절로 그려지며 읽혔거든요. 감독님이 그린 윤주를 어떻게든 잘 표현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더라고요. 직접 총격 액션을 소화해야 한다는 조건도 저는 너무 반가웠죠. 윤주는 액션은 크게 필요 없었지만 대신 카체이싱이 있다는 말에 들떴어요.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열심히 캐릭터를 완성해 나갔어요.”     


영화 <귀공자> 스틸컷

윤주는 <귀공자> 속 유일한 여성 캐릭터로 의뭉스러운 태도로 혼란을 유발한다. 어쩌면 귀공자보다도 미스터리한 역할이다. 윤주를 준비하며 박훈정 감독에게 궁금증 많은 학생처럼 질문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윤주는 운전도 잘하고 액션도 잘하는 인물이에요. 대본에 ‘윤주’라는 이름만 있어서 성을 물어보니까 ‘고’씨라고 대답하셨던 게 기억나요. ‘혹시 저를 의식하고 만드신 건가’ 물어봤더니 웃으면서 그렇다고 하셔서 놀랐죠. 드라마를 촬영할 때는 보통 작가님과 대화를 많이 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데요. <귀공자>는 촬영장 내에서도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감독님이 시나리오까지 쓰시니까 현장에서 바로 디렉션을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촬영하면서 제주도 맛집 탐방도 많이 했거든요. 밥 먹을 때도 현장과 이어지는 것 같아서 질문을 계속했더니 감독님이 자제하라고 말릴 정도였죠. (웃음) 새로운 캐릭터 윤주에 저도 푹 빠졌던 것 같아요.”     


초반 필리핀에서 윤주와 한국에서 윤주는 확연히 다르다. 선과 악을 넘나드는 매력 넘치는 캐릭터다. 외적인 것부터 목소리의 톤도 달라졌다. “작품 속에 윤주가 잘 스며든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지만 관객분들이 보고 판단해 주길 바란다”며 캐릭터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윤주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 연기의 즐거움이 배가 되었어요. 윤주의 전사를 혼자 상상하기도 했지만 감독님이 말해주신 것을 토대로 구축했어요. 윤주는 원래 변호사였어요. 어떤 사연으로 인해 이직하게 되었고 강변호사(허준석)가 내린 오더를 처리하면서 이 업계에 발 들이게 되었죠. 


느끼셨을지 모르겠지만 자세히 보시면 퍼스널 컬러는 ‘버건디’에요. 헤어, 눈썹, 입술, 선글라스 컬러까지 디테일하게 논의하고 스타일링 했고, 소리 나는 라이터를 준비하는 등 소품 하나까지 신경 썼어요. 총(연습용)은 거의 껌딱지였어요. (웃음) 애지중지하면서 잠잘 때, 밥 먹을 때도 곁에 두고 만지작거릴 정도였으니까요. 사격 연습도 꾸준히 하면서 서서히 윤주의 전사를 이해하려 노력했습니다.”     


고아라는 2003년 SM 청소년 베스트 선발 대회에서 외모짱으로 선발되며 얼짱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연기보다 외모에 치중된 평가가 부담스럽지는 않았을까. 유독 윤주를 기다린 느낌이 들었다. 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을 마치고 2년 정도 공백기 동안 연기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고 했다. 그때 선물처럼 대본을 받고 “이거다” 싶어 최선을 다해 올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중이 저에게 기대하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전 오히려 좋아요. 그 이미지를 제가 더 잘 표현할 수 있다고 봐주시는 것 같아 감사할 따름이죠. 그 기대가 거의 외모에 국한되어 있지만, 전 언제든지 외모도 변신할 준비가 되어있답니다. (웃음) 사실 이번 영화에서 처음 해보는 게 유독 많았어요. 총이나 카체이싱, 흡연도 첫 도전이라 배우는 자세로 임했거든요. 도심에서 이 속도로, 그것도 좋은 차로 달릴 수 없잖아요. 거침없이 과격하게. 속도감을 즐기면서 안전하게 밟을 수 있어서 즐거웠는데.. 옆자리에 있었던 태주는 좀 어지러웠을 것 같아서 미안해요. (웃음)”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처럼 쉬면서도 경험을 쌓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고아라는 공백기 동안 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했다. 팬데믹 때는 가족과 국내를 여행했고 이후에는 미국, 일본, 이탈리아, 베트남, 카자흐스탄을 다녀왔다고 했다. 전 소속사 아티스트 컴퍼니 대표 정우성이 ‘배우는 쉴 때도 잘 놀아야 한다’는 조언을 늘 가슴에 품고 돌아다녔다고 했다. 그래야 오늘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경험이 작품에 녹아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해외는 편하게 걸어 다닐 수 있어서 좋았는데요. 말이 쉰 거지.. 직업 특성상 그럴 수만은 없더라고요. (웃음) 안 해 본 것을 해보기도 했어요. 도자기도 구워보고 수영도 배워보고 독서도 많이 했죠. 집에서 책 보는 것도 좋지만 서점에서 읽는 책은 또 그만의 감성이 있더라고요.”     


고혹적인 분위기로 다양한 역할을 해왔던 고아라는 인터뷰 동안 아저씨 소리가 툭 하고 튀어나와 웃음을 유발했다. <귀공자>를 통해 초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배우의 꿈을 꾸면서 봤던 <이터널 선샤인>, <노트북>을 아직도 수십 번 볼 정도라고 했다. 앞으로 진한 멜로도 해보고 싶다고 수줍게 말했다. 개인 촬영이 없어도 출근 도장 찍는 모범 학생이었다는 소문이 파다했을 정도. 신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이것저것 배우기 바빴다고 했다. 아직 변신에 목마르다며 쉼 없이 새로운 도전을 반긴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포인트를 꼽아 달라고 묻자, 꽂히는 대사도 많다며 ‘인생 명언 맛집’이라고 단언했다. 미장센과 액션으로 눈호강하는 영화기에 반드시 스크린에서 관람하길 추천한다고 했다.          


사진: 스튜디오앤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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