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봄

봄은 이미 지금 여기, 기다림은 결국 꽃이 되었다.

by 두니

세상을 얼음으로 덮어버린

난데없이 3월을 샘 하는 영하의 날씨.


손 닿을 듯 가까웠던 봄은

다시 멀어지는 듯했고,

내 마음도 이렇게 또다시

서서히 굳어가고 있었다.


기다려온 계절은

왜 이렇게 다가오지 않으려는 걸까.


그래도 안다.

기다림은 결국

봄을 맞이하고

꽃을 피워낼 거라는 것을.


어쩌면 다가올 내일의 봄은

내 욕심이 보지 못했을 뿐.

아주 오래전부터

이미 그 자리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오늘을 거스르고

내일을 잃어버린 듯한

예측할 수 없는 세상 속에서,


그가 바라보는 방향은

늘 나와는 조금 어긋나 있었고,

그는 언제나

비껴 지나가는 아쉬움이었다.


아득했다.

기다림의 끝에서도

닿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거리.


그런 그가

어느 날

살포시 어깨 위에 내려앉는다.

오늘이다.


꽃을 시샘하는 눈도,

바람도 없는

따뜻하고 나른한 순간.


시간이 잠시 멈춘 듯

숨이 고요해진다.


그래도—

나는 다시

봄을 기다려보려 한다.


꽃은 피어날 것이고,

그 작은 봄의 향연 속으로

사랑스러운 나비가 되어

가볍게 날아들고 싶다.


이제는

스스로를 더디게 하고

자꾸 뒤를 돌아보게 하던

머뭇거림에서

조용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 할 시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으므로.


코끝에 닿은

은은한 온기와 향기 속에서

문득 깨닫는다.


봄은

멀리서 오는 계절이 아니라,


이미—


지금,

여기,


내 안에 있었음을.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