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이 Jul 31. 2024

24살의 나에게 쓰는 편지

2022.10.19 - 30살의 나로부터

안녕! 24살의 나야, 나는 너를 잘 알고 있는 30살의 너야. 갑자기 내가 왜 이렇게 편지를 썼는지 궁금하지 않니?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냈니? 밥은 잘 먹고, 잠은 잘잤는지 이런 게 궁금해서 편지를 썼어.


나는 오늘 굉장히 힘든 하루를 보냈는데, 혹시 너도 그랬을까? 지금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서 정확하게 기억하지는 않지만 너도 그랬을까봐 걱정이 된다. 그래도 너는 힘든 하루를 잘 버텨왔을거야. 그래서 지금의 나도 하루하루를 잘 버텨내는 것 같아. 혹시 너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 너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응원을 주고 싶어서 이렇게 편지를 써.


짐작했겠지만 30살이 된 너는 드라마틱하게 성공한 삶을 살고 있진 않단다. 여전히 삶이 팍팍하고, 짜증나는 일도 많고, 몸은 힘들고, 인생이 내가 생각했던 데로 흘러가진 않아. 그래도 나는 내 몫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어. 가끔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 행운이 따르는 특별한 일이 생기기도 해. 물론 이건 우연이 아니라 너와 내가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살았고, 그 순간들이 쌓여서 찾아온 행운이라고 생각해.


너는 원래 작은 일에도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었다는 거 알고 있니? 나도 긴 하루 속에 짧은 순간이지만 희망과 행복을 느낄 때도 있어. 나이를 먹고나니 그렇게 쉽게 행복이 느껴지진 않지만 그래도 행복이 나도 모르게 지나가고 있을 때 붙잡으려고 노력중이야. 그리고 나를 둘러싼 평화로운 인간관계 속에서 마음을 내려놓기도 해. 너의 주변에는 정말 좋은 사람이 많이 있다는거 기억했으면 좋겠어. 너는 앞으로도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될거야. 지금 내 곁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고 나는 그 안에서 진심으로 따뜻한 사랑을 느껴. 그게 내가 힘든 날들을 버틸 수 있는 또 하나의 힘이 되지.


물론 오늘처럼 하루의 끝이 힘에 부치는 날도 있긴 해. 근데 ‘이 또한 지나가리!’ 하고 생각하면 또 새로운 희망으로 내일을 살아갈 수 있더라구. 너는 어떨 때 가장 힘이 나는 것 같아? 너에게도 다시 하루를 힘차게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혹시 지금 힘든 일이 있더라도 모든 건 언젠가 지나갈거야. 좋은 날들이 점점 쌓이다 보면 슬픈 날은 거의 잊을 수 있게 되더라구. 잃은 것들에 너무 아파하지 않기를, 앞으로 올 행복을 기대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랄게.


앞으로 지금의 너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게될거야. 좋은 경험도 있고 즐겁지 않은 경험도 있겠지만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을테니 걱정하지는 마렴. 아마 신나는 일이 더 많을거야. 너가 그 순간들의 현재를 즐겼으면 좋겠어. 다시 오지 않을 특별한 날들이니까. 사실 나는 그러지 못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좋았던 날들을 더 즐기지 못한게 아쉽더라고. 너는 충분히 더 행복을 즐기며 그 시간들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어.


있잖아.  어떤 사람들은 과거로, 어렸을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하잖아. 근데 나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지금의 내가 완벽하진 않지만 나름대로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굳이 과거로 돌아가 뭔가를 바꾸고, 그로인해 지금의 삶을 못살게 된다면 너무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의 나는 그때의 너와 내가 있기에 만들어진거니까. 너가 지금 무얼하고 있든 충분히 가치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


혹시 너가 힘들 때 이 편지가 위로가 되기를 바래. 너에게도 나에게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